한국 중소기업 애정하는 페루 여자 '나루'

"Mi casa es tu casa"(미 까사 에스 뚜 까사)

'나의 집은 너의 집'이라는 멕시코 사람들이 좋아하고 자주하는 말이다. 친구를 가족처럼 여기는 멕시코 정서, 문화가 드러난다. 라틴 아메리카 페루에서 태어나고 멕시코에서 10년을 살다 한국에서 유명 유튜버가 된 '나루'(Nalu)도 좋아하는 말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 이름은 나르다 산타나(Narda Santana) 입니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선 나루로 불립니다. 한국에서의 제 라이프스타일과 여행·패션·뷰티 트렌드 등 한국 문화 콘텐츠를 방송하며 한류의 새로운 잠재력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전세계 모든 스페인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최근에는 영어로도 방송하고 있습니다."

9월 기준 유튜브 131만명, 인스타그램 33만명에 달하는 나루의 글로벌 구독자들은 한국의 라이프스타일과 나루의 일상생활에 관심이 많다. 한국에서 요즘 뭐가 유행하는지 알아보고, 그걸 또 어떻게 따라할 수 있을지 궁리한다.

"구독자들은 제 영상을 보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다른 삶을 사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죠."


한국 문화에 선입견이나 편견이 있었을지 모를 나루의 구독자들은 나루의 방송을 보고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다르지 않네'라고 느낀다. 가족지향적인 것 등이 한국과 라틴 아메리카 문화가 닮은 점이다. 라틴계 사람들도 한국인처럼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심이 깊다. 나루는 콘텐츠를 만들면서 양쪽이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나루는 한국과 라틴 아메리카 문화 모두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였다.

"제가 발견한 한국 문화의 독특함과 매력은 전통과 현대의 공존인 것 같아요. 전통음식, 한복, 궁궐, 한글 등 참 버라이어티 합니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이 또 어떻게 그렇게 빨리 변하는지. 요즘엔 뷰티와 패션에서 '강한' 소프트파워를 보여 주고 있죠."


'조국'으로 부르기로 선택한 나라, 한국나루는 6년 전 멕시코에서 살 때 현지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스타트업 인턴십 진로를 알아보던 나루는 한국에 와서 기회를 찾기로 했고, 결국 한국의 유명 스타트업에 취직했다.

한국에서의 직장생활 중 한 에피소드. 출근 첫날 팀장이 다른 팀원들과 저녁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나루는 그 제안에 대해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 그러나 다음날 그 저녁이 한국에선 매우 중요한 '회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퇴근 후라도 회식은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퇴근 후 동료들과 회식을 하는 것이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결국 익숙해졌다.

한국에서 직쟁생활을 하다 동료들의 사진 몇 장을 해외 한류팬들이 모인 페이스북 그룹에 공유한 게 크리에이터 나루의 시작이었다. 고향의 친구들이 한국 문화에 흥미롭게 반응했다. 2014년 말부터 유튜브 채널을 열어 본격적으로 한국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선보였다.

"한국에서 사는 게 너무 좋아요. 잘 아프지도 않지만 아프면 좋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도 됩니다. 길을 잃으면 항상 누군가 도와줬어요. 어떤 분은 자기 차로 데려다 줬고, 어떤 분은 택시비도 내줬어요. 짐을 놔두고 다녀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늦은 밤 혼자 걸어도 불안하지 않죠."

나루는 항상 김치 같은 게 있어야 음식을 먹는다. 시래기국과 떡볶이가 최애 음식이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할 수 있는, 다채로운 한국 음식을 먹을 때마다 행복하다. 요즘엔 차(茶)나 뿌리채소처럼 전통적이고 자연적이고 건강한 음식들에 빠져 있다.

나루는 작은 순간과 간단한 일들에서 행복을 느낀다. 한강을 자주 가는데 즐거운 표정의 사람들만 봐도 행복하다. 항상 이 나라에 감사하다. 한국이 조국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조국으로 부르기로 스스로 '선택'을 했다. 한국에서 일하고, 세금도 낸다. 정치와 사회 이슈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의 모든 것을 알아가는 게 자신을 한국의 진정한 시민으로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디나 그렇듯 한국에도 나쁜 점은 있겠죠. 하지만 저는 잘 모르겠어요. 유일한 어려움은 언어인데 아직 한국어를 완벽하게 하진 못해요. 하지만 그건 제 책임이죠. 더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려 합니다."


문화·기업·사람들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나라, 한국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좋아요'와 조회수는 직접적인 보상이다. 구독자들이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면서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보람이다. 나루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실제 콘텐츠로 진화하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

"사람들이 제 콘텐츠를 보면서 자신을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우울하거나 슬프거나 문제를 겪는 것은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느냐 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항상 잘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루는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즐기지 못하면 카메라에 그대로 드러난다. 구독자들이 뭘 원하는지도 잘 알아야 한다. 소셜미디어 소비는 매우 빠르다. 트렌드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매우 빠르게 변한다. 구독자들과 호흡하려면 트렌드에 매우 예민해야 한다.

"특히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이상적인 타입만 보여주는 것은 통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 다양한 스타일을 보기 원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백인이 아니고, 여성이고, 스페인어권 사람이라 다양성이 있는 것이 매우 좋습니다."

나루는 최근 전세계 각국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만든 인플루언서글로벌협동조합(GIN·Global Influencers Network)으로부터 '글로벌 인플루언서 어워드'를 받았다. 중남미에 한국의 다채로운 문화를 소개한 활동을 평가 받았다.

지난달 공식 출범한 GIN은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유럽,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호주,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필리핀, 중남미 등 40여개국 다국적 인플루언서 500여명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다. 나루도 내친김에 GIN의 중남미 홍보대사(홍보이사)를 맡았다.

"한국에서 전세계 20여개국 스페인어권 나라를 대표하게 돼 기쁩니다. 글로벌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모여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해 한국을 전세계에 홍보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좀더 매력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가 더 잘할수록 우리 모두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루는 한국에 살면서 홍보 일을 많이 했다. 고려대학교에선 해외 유학생 홍보대사를 했다. 나루의 홍보 영상을 보고 고려대에 입학한 해외 유학생들은 캠퍼스에서 나루를 만나면 '당신 덕분에 한국에 오게 됐어요'라고 인사한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진흥공사)와 함께 한국 중소기업을 해외에 소개하는 일도 했다. 한국 중소기업들과 미국, 멕시코 시장도 함께 가봤다. 나루는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한국의 글로벌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좋은 콘텐츠로 한국, 특히 한국 중소기업들이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다양한 분야의 훌륭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도 싶습니다. 기업가, 배우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줄 사람들이 많은 만큼 다양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