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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재용 부회장 겨냥한 그 숫자,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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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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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2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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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미리보는 이재용 '삼바' 재판]①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결국 쟁점은 삼성 합병

이재용 부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이재용 부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1: 0.35

이 간단한 비례식이 5년 넘게 이재용 부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비례식은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을 나타낸다. 제일모직 1주의 가치가 옛 삼성물산 주식 3.5개쯤 된다는 뜻이다. 당시 기준으로 옛 삼성물산은 제일모직보다 규모가 훨씬 큰 회사였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지분을 4.06%나 가진 핵심 계열사였다.

그럼에도 주식 가치가 모직의 3분의 1 정도로 평가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이 이번 이 부회장 사건의 최대쟁점이다. 수십쪽에 걸친 검찰 공소장은 삼성이 이 합병비율을 '만들어'내기 위해 갖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앞서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깊이 다뤄졌던 주제다. 기소를 맡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기록을 통해 이 비례식을 둘러싸고 이 부회장 재판에서 어떤 공방이 벌어질지 예측해봤다.



다른 듯 같은 두 사건…본질은 '삼성 합병'


특검은 합병비율 1:0.35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특검의 뇌물죄 논리 성립을 가를 핵심 변수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승계 성공에 최적화된 합병비율을 뽑아내고, 이 비율에 맞춰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수뇌부와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이 특검의 논리였다.

이 논리는 이번에 작성된 이 부회장 사건(편의 상 '삼성바이오 사건'으로 지칭)의 공소장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두 사건에 차이가 있다면 국정농단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회장-최서원씨(옛 이름 최순실) 3자 관계에 초점을 맞췄고, 삼성바이오 사건은 이 부회장과 삼성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결국 두 사건 모두 '1: 0.35는 부당하다'고 전제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할 수 있다.



'국정농단 특검' 이어받은 검찰의 시각 "1:0.35는 왜곡된 수치"


특검이 주목한 것은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적정 합병비율을 직접 산출한 국민연금공단 실무자급 직원 세 명의 진술이었다. 국민연금이 적정 합병비율로 인정한 1:0.46이 어떻게 산출됐는지, 어째서 적정 합병비율을 1:0.46로 잡고도 1300억원대 손해를 감수하고 삼성이 제시한 1:0.35 비율을 받아들인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국민연금 내부에서 처음 산출한 적정비율은 1:0.46보다도 높은 1:0.64였다. 1주당 가치로 따지면 제일모직이 12만5422원, 옛 삼성물산이 8만37원이었다. 삼성이 제안한 1:0.35 비율에 따르면 제일모직 1주의 가치는 15만9294원, 옛 삼성물산 1주의 가치는 5만5767원이었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너무 고평가됐고, 옛 삼성물산은 저평가됐다고 본 것이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합병 직전 국민연금은 옛 삼성물산 지분 9.54.%, 제일모직 지분 5.04%를 들고 있었다. 지분이 높은 옛 삼성물산의 주식이 저평가될수록 국민연금에 불리했다. 그럼 1:0.64가 적정비율이라고 발표하고 주주총회에서 합병 반대표를 던졌으면 될 일인데, 어째서 적정비율을 1:0.46으로 바꾸고 그보다 불리한 1:0.35에 합병 찬성 표를 던진 것일까? 윗선의 외압 때문이었다고 실무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 실무자는 1차 보고서를 제출하자 상관으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확 키워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특검 조사실에서 진술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가 오르면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도 따라서 오른다. 이를 놓고 국민연금 내부에서도 "삼성바이오는 카피약을 만드는 회사인데 아직 제대로 된 공장도 없고 생산에 관한 인허가도 없는데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높게 평가를 하느냐"는 반발이 있었지만 적정비율은 1대 0.46으로 산정됐다.

적정비율을 1:0.46으로 놓고도 1:0.35에 찬성 표를 던진 것은 '시너지 2조원'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1:0.35 비율로 합병이 성사될 경우 1388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손실을 '정당화'하기 위한 역산이 시작됐다고 실무자는 증언했다. 이 실무자는 특검 조사실에서 "담당 팀장이 퇴근 전에 무조건 2조원의 합병시너지를 계산해놓으라고 다급하게 지시했다"며 "수치화가 어려운 시너지라는 것을 그렇게 단시간 안에 계산하라고 하면서 결과 수치까지 미리 알려준 것이니 정말 부적절한 지시였다"고 말했다.

이렇게 산출된 시너지 2조원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기로 내부 의사를 정하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시너지가 어떻게 산출됐는지 특검이 설명하자 찬성에 표를 던졌던 간부들 상당수는 "그런 줄 알았으면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한 간부는 "기금운용본부가 이렇게까지 되었나"라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결국 1:0.35 합병으로 국민연금은 손해를, 이 부회장은 이득을 봤다는 것이 특검 판단이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3%를 갖고 있었지만 옛 삼성물산 지분은 0%였다. 제일모직이 높게 평가될수록 합병회사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분이 높아지고, 옛 삼성물산이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삼성바이오 사건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국민연금 실무자들 진술에서 드러난 것처럼 1:0.35는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현저히 왜곡한 결과라는 것, 1:0.35 합병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확보 즉 경영권승계의 일환이라는 것,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법이 정한 숫자, 공식대로 했는데 이제 와서…" 억울한 삼성


합병비율 논란에 대해 삼성은 매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법이 정해준 대로 계산했을 뿐인데 왜 죄가 되느냐는 것이다. 상장사 간 합병 방법을 규정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5조의5 제1항,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한 2015년 5월26일 당시시장가격에 따라 계산하면 약 1:0.35의 합병비율이 산출된다. 기업가치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주가라는 것, 이렇게 숫자와 공식이 정해진 계산식에서 뭘 부풀리고 뺄 수 있느냐는 것이 삼성의 항변이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시세조종을 통해 옛 물산 주식을 끌어내린 것 아니냐는 검찰 주장은 이미 특검 조사실에서 해명한 바 있다. 김신 당시 삼성물산 사장은 특검에서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끌어내기 위해 합병시점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특검에서 2015년 상반기는 건설업 호황이었는데 유독 옛 물산 주가만 하락한 이유를 묻자 김 사장은 "2015년 상반기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2014년 주가 변동까지 같이 보면 각 건설사가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특히 옛 삼성물산 실적을 깎으려고 카타르 화력발전소 공사 수주를 일부러 늦게 공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사 수주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공시하지 않은 것일 뿐이고 과거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공시를 해왔다"며 "해외 발주처가 갑인데 어떻게 저희가 계약 체결 시점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겠냐"고 설명했다.

합병 후 5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주가를 보면 제일모직,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고평가하는 판단이 옳았던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달 기준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통합 삼성물산보다 7배 높은 70만원에 형성돼 있다. 통합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의 가치는 23조원에 육박한다. 합병 직전 작성된 내부문건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모직이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의 가치를 6.6조원으로 평가했는데, 이보다 4배 가까이 가치가 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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