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택배 "숨진 택배기사 지병 있었다"…동생 "예의가 아니다" 분노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참여연대, 마트산업노조, 청년유니온, 택배기사님들을 응원하는 시민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택배 노동자 사망을 추모하는 기자회견에서 대기업택배사와 정부에 사과와 보상, 택배 노동자 과로사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 = 뉴스 1

/사진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 김모씨(36)의 동생이 "가족들도 모르는 지병이 있을 수가 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진택배 측이 '숨진 김씨가 평소 지병이 있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김씨의 동생 A씨는 지난 19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형이) 밤 10시가 되어서도 '배송 중이다'는 전화를 한 적이 있다"며 "흔한 감기약 하나도 안 나온 집인데 가족도 모르는 지병이 있을 수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앞서 한진택배 측은 김씨가 숨진 것과 관련해 "(이 기사가) 평소 지병이 있었고, 배송량도 200개 내외로 적은 편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A씨는 이와 관련해 "지병이 있었다고 하면 고인이 병원을 가거나 약을 먹었거나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며칠 전 형 집을 정리하며 은행 거래내역을 확인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허구로 언론에 보도하는 것에 화가 난다"고 반박했다.

A씨는 "지병이 있었다면 약이라도 먹어야 할 텐데, (고인은) 그런 것도 전혀 없다"며 "지병이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고인에 대한,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마트산업노조, 청년유니온, 택배기사님들을 응원하는 시민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린 택배 노동자 사망을 추모하는 기자회견에서 대기업택배사와 정부에 사과와 보상, 택배 노동자 과로사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사진 = 뉴스 1

A씨는 김씨가 평소 200개 안팎으로 배송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게 따지면 200개는 적은 물량이냐"라며 "형이 420개를 매일 배송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매일 400개에 달하는 물량을 배송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회사 측이)있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자꾸 하니 그것에 대해 억울한 입장"이라며 "지금 사망사건이 나오고 있으니 정부와 회사가 구조적인 것에 대해 개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서울 동대문지사 소속 택배기사 김씨는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씨가 연락도 없이 출근하지 않자 동료가 자택으로 찾아가 김씨를 발견했으며, 사인은 과로사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히는 허혈성 심장질환이었다.

택배연대노조 측은 김씨가 지난 8일 오전 4시 30분쯤 직장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하고 "김씨가 하루 400여 개가 넘는 물량을 배송하는 날도 있었다"며 "고인은 하루 21시간 30분 근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