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실수에, 박주원 “제가 못난 탓”

가수 최백호(왼쪽)와 기타리스트 박주원.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연주에 빈틈은 없었다. 코로나19 여파에 2월, 4월, 그리고 10월로 2차례 연기 끝에 성사된 공연이라는 애틋한 정서까지 투영되니, 무대가 한없이 특별해 보였다.

속주와 감성 연주에서 감히 최고를 자랑하는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데뷔 10주년을 맞아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 무대는 ‘화려한’ 무대 구성과 거리두기로 ‘초라해’ 보이는 객석이 빚은 오묘한 화음과 소통의 과정이었다.


평소와 달리, 연주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 소리와 응원의 함성이 갑절로 높아졌다. 이 무대에 대한 관객의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단적으로 증명한 장면이었다.

10주년 무대는 기본 밴드 구성에 20인조 오케스트라와 꾸몄다. 박주원의 상징인 날카롭고 공격적인 클래식 기타의 본능을 부드럽고 안정적인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감싸며 드러내는 음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기타리스트 박주원. /사진제공=JNH뮤직

이번 공연은 10년간 쌓인 그의 음악적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무엇보다 음악가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잔잔한 감동을 맛보는 시간이었다.


그 화제의 시간은 초대 손님으로 최백호가 등장할 때였다. 2011년 박주원의 2집 ‘슬픔의 피에스타’의 유일한 노래곡 ‘방랑자’를 부른 최백호는 8년 만에 다시 이 곡을 부르는 무대에서 2절 도입에 박자를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연주자들은 되레 보컬이 당황하지 않도록 리듬을 재정비하고 최백호와 보폭을 나란히 맞췄다. 이 곡을 쓴 박주원은 틀린 상황에서 일부러 최백호를 쳐다보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타 연주로 최백호를 따라갔다. 최백호는 연신 미안한 표정으로 연주자들을 쳐다보며 미안함을 표시했을 뿐이다.

곡이 끝난 뒤 최백호가 말했다. “아이고, 제가 실수를 했네요.” 박주원은 “아니, 실수도 아주 예술적으로 하셨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라고 응수했다.

기타리스트 박주원. /사진제공=JNH뮤직

최백호는 “이 곡을 처음 녹음할 때 리듬이 너무 어려워서 힘들게 불렀던 기억이 있다”며 “8년 만에 다시 부르려니 여전히 어렵다”고 농담을 던졌다. 박주원은 “이게 다 제가 못난 탓”이라며 “그래서 이 곡 대신 (에코브리지가 만든) ‘부산에 가면’을 더 자주 부르시는 것 같다”고 농담으로 맞받았다.

최백호는 이어진 곡 ‘낭만에 대하여’에서는 박주원이 더 어려운 리듬으로 편곡한 박자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음을 갖고 놀았고, 절묘한 리듬과 절창으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았다.

박주원은 2시간 무대 내내 ‘쉼표’를 허락하는 법이 없었다. 모든 곡에 새로운 스토리를 투입하고 긴장의 무드를 조성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구성으로 재미와 감동을 쉴 새 없이 퍼 날랐다. 그 감동을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