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서는 연쇄살인범 이춘재 '촬영 불가'…네티즌·시민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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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진범이니까 증인이 된 것인데, 그러면 진범에 준해서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최악의 살인마 인권이 그렇게도 중요한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살인 14건·강간 9건. 희대의 연쇄살인마 이춘재(57)에 대한 재수사에서 수사기관이 입증한 그의 범죄사실이다. 자백 상으로는 25건의 성범죄가 더 있다.

이춘재가 오는 11월2일 30여년 전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저지른 자신의 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법정에 선다.

하지만 법정을 찾지 않는 일반 국민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다. 법원이 언론의 사진 촬영 요청을 불허하면서다.

수원지법에 따르면 그의 첫 법정 출현은 단죄를 앞둔 피고인 신분이 아니다. 연쇄살인 8차 사건 진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 재심의 '증인' 신분 출석이다.

심리를 담당한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윤씨 재심 공판을 진행하면서 이춘재 얼굴 등에 대한 사진 촬영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이춘재가 피고인이 아닌 증인의 지위에 불과한데다, 법정 질서유지 측면에서도 (사진 촬영이)적절하지 않다"며 촬영 불허 사유를 들었다.

이춘재 사건을 재수사한 검찰과 경찰은 앞서 선언적 의미에서 이춘재의 신상공개를 결정한 바 있지만 그의 최근 얼굴이 일반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처럼 베일에 가려졌던 희대의 살인마에 대한 얼굴공개를 기대했던 네티즌과 시민들은 재판부의 결정을 성토했다.

'촬영 불허' 관련 기사에는 "어이가 없다" "피해자 생각좀 하자" "살인마를 너무 깍듯하게 대한다" 등 비판 댓글이 잇따랐다.

경찰청 국정감사에 등장한 이춘재. /뉴스1 DB

범죄학 전문가들도 국민 알권리, 법감정 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재판부 결정에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피고인이 아닌 점에서 일견 재판부의 의견이 맞기도 한다. 하지만 범인임이 입증된 마당에 (촬영 불허가)어떠한 법익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합리적 수준에서 국민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민 알권리와 법감정을 참작해도 큰 문제가 없을텐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법원의 판단에 의문이 간다"며 "공소시효가 도과 돼서 더이상 처벌할 수 없기에 증인신분인 것이지 실체적 진실에 의거한다면 희대의 연쇄살인범이다. 그런 실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했다. 박모(당시 13세) 양이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과거 이 사건 진범으로 몰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씨는 이후 감형돼 수감 20년만인 2009년 8월 출소했다.

이춘재는 지난해 9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모두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윤씨는 지난해 11월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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