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 필요한 손보협회, 정지원 이사장 차기 협회장 유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제공=한국거래소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이 후보직을 고사하면서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현재 추천을 받은 4명의 후보 중 강력한 정무 능력으로 ‘해결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인사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차기 손해보험협회장 후보 추천을 받은 진 전 원장은 최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측에 후보직을 고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따라 내달 2일 열릴 3차 회추위에서는 정 이사장,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 유관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김성진 전 조달청장 등 4명의 후보 중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진 전 원장이 행시 28회로 27회인 정지원 이사장보다 한 기수 아래인데 선후배 간 협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전 원장이 마다했지만 차기 생명보험협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교통정리론’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진 전 원장이 후보에서 빠지면서 차기 손보협회장은 정 이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한다. 정 이사장은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다양한 인맥이 있으며 여당 인사들과도 두루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가 원하는 ‘실무형’ 협회장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보업계는 매년 정부와 실손의료보험, 자동차보험 보험료 인상 폭을 놓고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원가 인상이나 손해율 등이 보험요율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만성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태다. 또 특수형태종사자(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건·의료 빅데이터 제공 등 민감한 현안도 쌓여있다.


특히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소비자보호를 유례없이 강조하는 상황이라 이 부분에 대한 지속적인 조율도 차기 협회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장관 출신인 김용덕 현 회장이 다양한 업무경험과 인맥을 기반으로 업계의 숙원 과제를 푸는 데 앞장 섰기 때문에 차기 협회장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며 “정부와 국회에 업계의 의견을 잘 전달해 주면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부지런한 인사를 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 사장과 유 전 부원장보는 보험업권에 밝은 전문가지만 정부와 국회에 업계의 의견을 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 전 조달청장은 여권에도 인맥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올해 70세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고령인 점이 부담이다. 또 이미 지난 거래소 이사장 선출 당시 정 이사장에게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적도 있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최근 금융협회장 선출 과정에서 부는 이른바 ‘관피아’ 바람은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를 추천하던 과거와 달리 업계 스스로 필요해 의해서 힘 있는 관료 출신을 원하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업계에 산적한 현안이 많기 때문에 결국 조율 능력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