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소 "너무 비싼가격 안돼" 가두리 영업에 집주인과 갈등

/삽화=임종철 디자인 기자

#인천 부평 소재 신축 아파트 소유주들은 올해 연말 입주를 앞두고 지역 공인중개소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일대 공인중개소들의 사설 모임인 K연합회에서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 2억원 이상 매물은 등록하지 않기로 해서다.

매매 호가는 소유자가 주변 시세를 고려해 자유롭게 정하면 되는데 K연합회에서 사실상 '가격 상한제'를 걸어 놓고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게 소유주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해당 공인중개소들은 "집주인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것은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맞선다.
부평 신축 단지 2억 프리미엄 제한 공방…입주민들 "가두리"vs공인중개소 "터무니없는 가격"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신축 단지 주변 공인중개소 친목회 등 모임에서 이런 방식의 '가두리'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가두리 영업은 지역 중개업소들이 공유하는 사설 내부 거래망(공동중개망)을 통해 이뤄진다. 거래망에 본인들이 정한 가격대 이상의 고가 매물이 올라오면 삭제하거나, 신고가 실거래가 이뤄져도 등록을 최대한 미룬다. 이렇게 되면 해당 단지의 실거래가는 입주 전후 한 두달간은 시세가 낮은 수준에서 형성된다.

이번 부평 신축 아파트 사례도 전형적인 가두리 영업이라는 게 소유주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K연합회에 가입하지 않은 한 공인중개소는 분양가 대비 3억원 높은 매물을 올렸다가 주변 중개업소들의 거센 항의로 결국 중개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의 한 입주 예정자는 "매물 호가가 비싸면 안 팔리고 나중에 자연스럽게 가격이 조정될텐데 프리미엄 2억이 적정 가격이란 것은 누가 만든 기준이냐"며 "사실상 가격통제이자 담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근 공인중개소들은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반박한다.

집값 상승 부추기는 가격 하한제 집중 규제…가두리 사실상 묵인하는 정부양측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일이지만 최근 개정된 공인중개사법과 국토부의 대응을 보면 사실상 이런 가두리 영업을 묵인하는 상황이다.

법이 금지하는 부동산 가격담합 행위가 '가격 하한제'만 적용되는 까닭이다. 올해 2월부터 시행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특정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아니하도록 유도하는 행위가 처벌 대상이다.

예컨데 "우리 단지는 9억 이하로 팔지 말자"는 입주자 단체의 행위는 위법이지만, 앞서 거론된 사례처럼 프리미엄 2억 초과 매물(특정가격 이상)은 거래하지 않겠다는 공인중개소의 행위는 담합으로 보지 않는 셈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인정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런 사례들이 종종 신고 접수되지만 특정가격 이상 거래제한 행위는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별도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소 가두리 영업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일각에선 단기 가격안정 효과 때문에 정부가 가두리 영업을 사실상 묵인한다는 추측도 나온다. 가두리 영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회원 공동중개 제한, 특정 중개업소만 의뢰를 유도하는 행위 등도 처벌 대상인데 적극적인 제재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토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법 위반 공인중개사 고발권이 있는 공인중개사협회도 어느 한쪽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가두리 영업 논란은 집주인과 공인중개사, 매수 대기자들의 시세를 둘러싼 인식 차이 때문"이라며 "영업방해 등 위법성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면 고발조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2월부터 집값 담합 행위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입주자협의회, 인터넷 카페 등 관계자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 규정이 신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