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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알리자" 해외대학에 42억 기부한 백범 가문, 돌아온건 수십억 상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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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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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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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기업 막는 상속세](中)상속세 오해와 진실-①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대주주 상속세율(60%)이 가장 높은 나라 대한민국. 직계 비속의 기업승계시 더 많은 할증 세금을 물려 벌주는 나라. 공평과세와 부의 재분배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전국민의 3%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자세이면서도 전체 세수에서의 비중은 2%가 채 안되는 상속세. 100년 기업으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상속세의 문제점을 짚고, 합리적 대안을 찾아봤다.


기업 흔드는 세계 최고 '상속세율'…재분배 성적은 낙제점


한국은 1997년 이후 20년 넘게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 50%를 유지하고 있지만 빈부 격차를 포함한 소득의 재분배 성적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여기에 경영권이 있는 상속주식에 대해선 20% 할증 평가하는 등 최대주주에게만 별도 기준을 적용한다. 한국만의 독특한 최대주주 상속세 과세 체계로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반면, 긍정적 효과는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20년 넘게 50% 최고세율에 최대주주 할증…소득분배지표 개선은 '글쎄'
"역사 알리자" 해외대학에 42억 기부한 백범 가문, 돌아온건 수십억 상속세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0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안 시행 당시 45%였던 상속세 최고세율을 50%로 상향조정했다. 이후 20년 넘게 경제성장과 무관하게 30억원 이상 상속재산에 대해 50%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최대주주 상속재산에 대한 할증 평가 조항은 1993년 시행령에 생겼다. 당시 정부는 "기업증자 시 대주주가 실권을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준 경우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며 "비상장주식의 과세기준액을 조정하는 등 현행 규정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그 결과 시가로 과세하던 비상장사 최대주주의 상속지분은 10% 가산해 상속세를 부과하게 됐다. 이후 최대주주 할증 조항은 1997년 상증세법 전부 개정안 시행과 함께 상위법으로 옮겨와 2000년 100분의 20(지분율 50% 이상은 100분의 30)을 할증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올해 들어 지분율이 50%를 넘는지의 여부와 상관 없이 100분의 20만을 할증하는 것으로 최종 바뀐 상태다.

이렇게 과세는 강화됐지만 소득분배지표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19년 4분기 2인 이상 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은 5.26배로 16년전 통계 시작 당시인 2003년 1분기 5.28배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 사이 낮게는 4.19배(2015년 2분기)에서 높게는 5.95배(2018년 1분기) 사이를 오르내렸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나라의 대표적인 분배지표다. 숫자가 낮을수록 나라의 소득분배가 잘 이뤄진 것으로 본다.

연간 기준으로도 2018년 소득 5분위 배율은 6.54배로 집계돼 OECD 36개국 가운데 29번째다. 소득세(최고 세율 42%(와 더불어 최고 수준의 상속세(최고세율 50%)를 매기는 것에 비해 소득재분배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전문가 "정상적 경영, 경제 활력 떨어트리는 상속세율은 재검토해야"

"역사 알리자" 해외대학에 42억 기부한 백범 가문, 돌아온건 수십억 상속세


상속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성과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 반면,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 저해가 되는 실제 사례는 속속 보고된다. 유니더스와 락앤락, 쓰리쎄븐(777) 사례처럼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기업 자체를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쓰리세븐은 2008년 상속세로 인해 지분 전량을 매각한 후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며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가업승계시 조세 장벽을 발생시키고, 획일적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높은 상속세율이 단순히 창업주에서 2세로의 상속을 막을 뿐만 아니라 상속과 무관하게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상속세의 취지를 인정하더라도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까지 위협할 수 있는 현행제도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인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피상속인(부모) 생전 기업이 성장한 탓에 상속과정에서 경영권이 흔들리는 것은 문제"라며 "정상적인 경영을 하려는 상속인이 상속세 때문에 힘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사회 측면에선 좋은 기업이 영속돼야 일자리가 꾸준히 유지될 수 있다"며 "개인의 재산 상속과 경제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권 유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부격차 해소의 핵심은 기업이 영속성을 가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라는 게 업계와 학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세종=김훈남 기자


갑자기 떠난 중견기업 회장, 다른 회사 다니던 자녀…40년 가업이 끊겼다


"역사 알리자" 해외대학에 42억 기부한 백범 가문, 돌아온건 수십억 상속세

#. 중견 기업을 40년간 운영하던 70세의 A 회장은 자녀들의 올바른 경영수업을 위해 다른 기업에서 2년 이상 신입사원으로 일하도록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그의 뒤를 이어 자녀들이 가업승계를 하지 못했다.

가업승계를 위한 상속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상속개시일 전 2년 이상 해당 회사에서 근무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15조 3항 2의 다목)

최근 창업주나 경영자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家業)의 원활한 승계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세법에서는 원활한 승계 지원을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두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대상과 사후관리 요건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업상속제도는 '100년 전통의 명품 장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로 1997년 도입됐다. 거주자의 사망으로 인한 기업 승계 시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의 공제를 통해 상속세 부담을 크게 낮춰주는 제도다. 1997년 도입 당시 공제 한도가 1억원이었으나 2008년 30억원, 2009년 100억원, 2012년 300억원, 2014년 500억원으로 올랐다.

공제대상도 처음에는 중소기업에 한정됐으나 2011년 매출액 1500억원 이하의 중견기업으로 확대됐고 현재는 3년 평균 매출액이 3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까지 공제가 가능해졌다. 2018년 기준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은 전체 중견기업의 86.4%에 해당하는 4005개다.

이처럼 제도 도입 이후 적용 대상과 공제 규모가 꾸준히 늘었지만, 제도 이용은 미미한 증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도 도입 초기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연간 공제 건수가 40∼50여건에 그쳤으며 최근 3년을 보더라도 2015년 67건, 2016년 76건, 2017년 91건, 2018년 84건으로 이용이 저조했다.

이렇다 보니 가업상속공제 활용이 미미하다. 2011~2018년 가업상속공제 이용실적은 연평균 84건으로 총 공제금액은 2365억원이다. 반면 독일은 연평균 1만3169건, 공제금액은 36조5000억원에 달한다.

"역사 알리자" 해외대학에 42억 기부한 백범 가문, 돌아온건 수십억 상속세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가 한국 제도 적용 대상 기업의 범위가 한정적이고 적용 요건이 엄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은 적용 대상이 3년 평균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으로 중소·중견기업에 해당한다. 피상속인은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하면서 해당 기간의 50% 이상을 대표자로 종사했어야 한다. 또 상속 당시 60세 이상인 부모일 것과, 발행주식 총수의 50%(거래소 상장법인 30%) 이상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한 최대주주여야 한다.

상속인은 18세 이상일 것과 가업 상속 개시일 전에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해야 하고, 상속세 신고기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 등으로 취임해야 한다.

10년간 가업유지와 업종 변경이 불가하고, 가업 자산 20% 이상 처분은 금지되며, 10년 평균 고용 100%로 유지 조건 등 엄격한 적용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독일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가업승계에 공제 혜택을 준다. 공제 한도를 500억원으로 정해 놓은 한국과 달리 상속 후 7년 이상 가업을 유지하면 상속재산을 100% 공제해준다. 5년 이상 유지하면 85%를 공제받는다.

영국도 모든 기업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상속인 자격, 사후관리 요건도 없다. 일본은 2018년부터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장려하기 위해 비상장 중소기업 소유주가 후계자에게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발생하는 상속세의 100%를 2027년까지 납부 유예하는 특례제도를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사후관리 기간을 줄이고 업종 유지 요건을 없애는 등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희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국내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 이용건수가 낮은 주된 이유가 이용을 위한 요건의 엄격성에 있다"며 "이는 가업승계 촉진을 위해 지원제도의 요건을 대폭 완화해 운영하고 있거나 아예 상속세제를 폐지하고 있는 해외 국가들의 추세와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대출로 상속세를 낼 수 있도록 상속재산을 담보로 정부가 장기 저금리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구경민 기자




백범 가문에 떨어진 융통성 없는 상속·증여세 폭탄


백범 김구 선생(왼쪽)과 윤봉길 의사 모습. (국가보훈처 제공) 2019.11.29/뉴스1
백범 김구 선생(왼쪽)과 윤봉길 의사 모습. (국가보훈처 제공) 2019.11.29/뉴스1

현행 상속과 증여에 관한 과세는 기업의 경영활동뿐 아니라 공익 기부에서도 논란이 돼 왔다. 공익적 목적으로 재산을 기부하더라도 개인 사이 증여로 보고 고율의 세금을 물리는 탓에 기부 본연의 목적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표적인 예가 백범 김구 선생 후손의 상속·증여세 논란이다. 17일 조세당국 등에 따르면 김구 선생의 차남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은 2016년 5월 별세하기 전 해외 대학에 42억원을 기부했다.

김 전 총장은 백범김구선생기념사회업회 회장으로 일하는 동안 김구 선생의 항일 투쟁 역사를 알리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와 브라운대, 대만 타이완 대학 등에 기부를 해왔다.

문제는 김 전총장 별세 이후 상속·증여세 처리 과정에서 발생했다. 국세청은 2018년 10월 김신 전 총장 유족들에 대해 상속세 9억원과 증여세 18억원을 부과했다.

현행법상 해외 대학은 상속·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공익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해외법인을 통한 탈세를 막기 위한 것인데, 직접 기부가 아닌 국내 공익법인을 통한 기부를 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후 김신 전 총장 유족들은 조세심판원에 이의를 제기, 과세당국은 일부 세금을 취소하고 납세액을 13억원으로 줄였다.

조세심판원은 2016년 개정안 이후부터는 해외 기관(비거주자)에 대한 증여세는 세금을 낼 사람에게 관련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하는 '통지의무'가 생겼기 때문에 이런 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별도 통지 없이 매긴 세금은 취소해야 하고, 그 대상은 2016년 5월 대만 타이완 대학에 기부한 23억원이어서 이에 대한 증여세가 줄었다.

하지만 공익목적의 기부행위에도 과도한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데다, 비과세 혜택을 위해선 기부자가 직접 '절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가를 위해 일한 독립유공자의 후손이 그 뜻을 기리는 공익사업에 대해 조세우대 조항 없이 일반적인 잣대를 대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지난달 진행된 기획재정부와 산하 기관에 대한 2020년도 국정감사에서 "김구 선생 가문의 기부금에 대한 세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세우대 조항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국세청과 기재부의 입장은 현행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자국에 도움이 되면 조세우대를 하는 독일이나 미국처럼 여지를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법 해석상 여러 가지로 어려워서 지적한 대로 됐다"며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는 절차가 된다면 (개선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세종=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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