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사에 '끼워팔기' 갑질…프랑스 기업 GTT, 과징금 125억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GTT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멤브레인형 LNG 저장탱크/사진=공정거래위원회

선박용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원천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업체가 한국 조선업체들에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끼워팔기’ 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랑스 기업 ‘가즈트랑스포르 에 떼끄니가즈’(이하 GTT)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 125억2800만원을 부과하고, 조선업체가 요청하면 계약을 수정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GTT는 선박용 LNG 저장탱크 관련 특허·노하우를 보유(저장탱크가 선체와 분리되지 않는 ‘멤브레인형’ 부문)한 글로벌 1위 사업자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LNG 선박 건조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 사업자로 평가받지만, 저장탱크 기술에 대해선 GTT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GTT는 이런 점을 이용해 한국 조선업체들에 갑질을 했다.

법 위반 행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GTT는 한국 조선업체들과 저장탱크 기술 라이선스(특허·노하우) 제공 계약을 맺으면서, 엔지니어링 서비스(설계도면 작성 등)도 함께 제공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두 서비스의 대가를 구분하지 않고 단일 실시료로 청구한 것.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체들은 2015년 이후 GTT에 라이선스만 구매하고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필요시 별도 거래할 것을 수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GTT는 이런 제안을 전부 거절했고, 지금도 끼워팔기 거래를 고수하고 있다.

이지훈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기능이 서로 다른 라이선스와 엔지니어링 서비스는 별도 거래될 수 있고, 구매자인 조선업체가 구매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시장 원칙에 부합한다”며 “GTT의 끼워팔기로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봉쇄됐고, 조선업체 선택권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GTT는 조선업체가 특허권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갑질 조항'을 계약서에 담았다. 조선업체가 GTT로부터 제공받은 특허권이 만료·무효라고 판단해도, 계약 해지 위험 부담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한 것. 공정위는 이에 대해서는 해당 계약 조항을 수정·삭제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번 GTT 제재가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MS) 사건 이후 첫 ‘시장지배적사업자의 끼워팔기’ 적발 사례라고 밝혔다. 당시 공정위는 MS가 운용체계(OS)인 윈도를 판매하면서 미디어플레이어, 메신저 등을 끼워팔기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330억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