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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떨린다'는 검사…말 못하는 기업인[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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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3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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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릴 때까지 간다는 별건 수사는 불법, 피의사실 공표는 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 때도 그랬지만, 삼성 관련 수사(국정농단, 합병, 노조, 회계 사건 등) 과정에서 자주 언급됐던 말들이다. 계속되는 피의사실 공표와 이어지는 별건 수사에 대해 항변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이 말이 이번엔 뜻밖의 곳에서 나왔다. 국정농단 사건을 맡은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이복현 대전지검 형사3부장의 입에서다.

그는 지난 26일 오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별건 감찰, 별건 수사는 불법, 피의사실 공표는 덤’이라는 제목으로 “이번 감찰은 걸릴 때까지 간다는 명백한 별건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 자신이 동일한 감찰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치가 떨린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법무부 감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부장검사가 아니더라도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피의사실이 공표되거나, 별건 수사로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도 이런 ‘치가 떨린다’는 그의 얘기에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까운 예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8개월여의 수형생활을 한 후 2심에서 무죄로 풀려난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의 경우가 그렇다. 대표적 별건 수사 논란이 일었던 이 사건은 이 부장검사가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 뇌물수사에 참여하기 직전인 2월에 진행된 삼성전자 압수수색이 시발점이다.

이 전 대통령의 다스 변호사비 대납 사건 압수수색을 하던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 관련한 문건을 적법하지 않은 방법으로 압수한 후 이를 검찰 내 해당 사건부서에 넘기면서 별건 수사 논란이 일었다.

삼성 측은 이를 별건수사로 불법이라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정당한 영장집행이라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이를 받아들여 이 의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는 구속 상태에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올해 2월 세계 최고 실적의 IT 기업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다.

2심 재판부는 ‘독수독과(독이 있는 나무의 열매에는 독이 있다)’ 이론에 기초해 영장에 기재된 수색·검증 장소가 아닌 삼성전자 인사팀 사무실에서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1심을 뒤집고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증거 수집이 적법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지만, 삼성그룹의 노사문제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 노무 담당의 권한이라는 것은 삼성 내부에선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삼성전자 CFO였던 그는 노무 업무에 대한 직접적 권한이 없는 위치였다. 별건 수사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지만 8개월여만에 풀려난 그는 ‘치가 떨린다’는 말 대신 조용히 입을 닫고 있다. 기업인이라는 이유에서다.

2016년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기업 총수 청문회에 나서기 전 이 부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에서 이 부회장의 변호인 등을 통해 국감에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청문위원들의 불성실한 답변이라는 질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관련된 일이라 이 자리에서 답하기 곤란하다”고 여러 차례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수사 초기에도 비슷했다. 박영수특검팀은 수사 초기 특검법에 따라 거의 매일 브리핑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공표했지만, 삼성은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계속 반박할 시 ‘총수구속’이라는 카드를 내비치는 특검 측의 압박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구속이었다.

30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 심리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7회 공판기일이 열린다. 이 부회장이 2017년 3월 이후 79번째 출석하는 재판이다. ‘걸릴 때까지 간’ 재판이 기업인의 입에서 ‘치가 떨린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게 공정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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