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T 사장, 하이닉스 부회장 겸직 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57)이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직한다. 융복합이 심화되고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에서 반도체와 통신을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다양한 시너지를 내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3일 SK 그룹인사에 따르면,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 1월부터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직키로 했다. 이로써 박 부회장은 입사 32년 만에 전문 경영인으로선 최고봉인 부회장직에 오르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쓰게 됐다.


박정호 부사장은 누구
박 부회장은 신세기통신, SK하이닉스,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 그룹 성장의 변곡점이 된 대형 인수합병(M&A)를 진두지휘하며 그룹 외연 확장에 절대적 역할을 해왔던 인물이다.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 전략 참모로 꼽힌다.

박 사장은 1989년 (주)선경(SK네트웍스) 입사 이후 그룹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면서 M&A와 신성장 사업 발굴 전문가로 승승장구했다. SK텔레콤으로 옮겨가 2000년 신세기통신 인수를 성사시켰고, 2004년 외국계 헤지펀드인 소버린과 SK그룹의 경영권 분쟁 당시 최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2009년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전무)을 지냈고, 2012년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 맡았다. 당시 내부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많았던 하이닉스(SK하이닉스) 인수 실무 작업을 이끌어 SK그룹이 명실공히 글로벌 수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SKC&C와 (주)SK 사장을 거친 박 사장은 2017년 핵심 계열사이자 SK하이닉스 모회사인 SK텔레콤 사장으로 복귀했다. 취임 이후 박 사장은 '탈(脫) 통신'을 기치로 통신회사인 SK텔레콤의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주도해 미디어·보안·커머스·모빌리티 등 '비(非)통신 신사업(뉴비즈)' 매출 비중을 올해 36%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연말 모빌리티 사업부를 떼어 낸 T맵모빌리티가 출범하고, 보안 자회사인 SK인포섹과 ADT캡스가 내년 상반기 합병을 완료하는 등 SK텔레콤을 '글로벌 빅테크'(대형 ICT회사)로 키우려는 박 사장의 구상도 무르익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발표한 우버(모빌리티), 아마존(커머스)과의 초협력 성사도 박 사장의 공으로 꼽힌다.

박 사장은 특히 그룹 내 대표적인 M&A 전문가로서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도시바메모리사업부 인수, 인텔 낸드 부문 인수 작업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지분 투자 당시 협상이 겉돌 때마다 일본으로 건너가 실무를 지휘한 데 이어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 인수전에서도 글로벌 M&A 현장에서 쌓은 수완으로 최종 협상 타결을 이끌었다.

SKT 탈통신+반도체 통합 시너지 노린다그는 앞으로 SK하이닉스 부회장 역할도 맡아 반도체 사업 현안에 밝은 이석희 사장과 함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주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하이닉스 CEO는 기존과 같이 이석희 사장 단독대표체제로 유지된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도 보다 가속화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최근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비메모리 AI 반도체를 공개하고 미래 반도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메모리 부문에서도 SK하이닉스와 협업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 안팎에선 박 사장의 SK하이닉스 부회장 승진이 SK그룹이 추진하는 중간 지주회사 체제의 지배구조 개편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통신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분리해 중간 지주사인 투자 부문이 통신 부문과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등 ICT(정보통신기술) 자회사를 거느리는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 중이다. 재계에선 박 사장이 SK하이닉스 부회장을 맡아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