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나이키 찾던 중국인들, 자국 브랜드로 돌아섰다

/AFPBBNews=뉴스1

2008년 중국은 독성 물질인 멜라닌이 들어간 분유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6명의 영유아가 숨졌고, 30만명이 각종 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이후 중국인들은 자국산 분유를 외면하고 수입산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중국 분유시장 1위는 차이나 페이허가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사 제품이 중국 영유아에게 더 적합하다고 광고한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분유부터 생수, 스포츠의류, 화장품까지 중국 제품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같은 성장세는 중국 제품들의 품질이 그동안 개선된 것도 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애국주의 성향이 강해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치밍벤처파트너스의 헬렌 웡은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에 더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더 머무르게 되고, 실시간 온라인 방송으로 보고 소비를 하면서 이같은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게다가 미중 갈등 등으로 중국에서 애국주의 열풍이 불면서 자국산 브랜드를 찾는 것도 도움이 됐다.


마케팅 컨설팅업체인 월드브랜드랩에 따르면 중국 500대 브랜드의 총 가치는 지난 4년새 2배나 증가하며 3조8000억달러(약 4173조5400억원)가 됐다.

2018년 나이키를 제치고 업계 2위로 뛰어오른 중국 스포츠브랜드 안타는 올해 가치가 50%이상 급상승했고, 중국의 생수 업체 농푸 스프링은 지난 9월 홍콩 증시에 상장 후 브랜드가치가 2배 이상 올랐다.

지난달 뉴욕증시 중국 화장품 기업인 이셴 홀딩스는 가치가 75% 급등하면서 로레알과 에스티로더 같은 외국 화장품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 시장은 중국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가장 빠른 분야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만해도 상위 10위 브랜드 중 중국 기업은 3개뿐이었지만, 현재는 7개가 됐다. 업계 1위인 로레알은 2010년부터 2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9.1%까지 떨어지며 반토막났고, , 이 빈자리는 중국 브랜드 바이췌링이 메우면서 2위까지 올라섰다.

분유 시장은 아직도 중국산 불량 제품 문제가 터지고 있지만 차이나 페이허의 입지는 탄탄하다. 이 회사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장점유율이 8.3%포인트 상승하며 업계 1위가 됐다. 현재 시장점유율은 15%가 넘는다.

올해 상반기에도 페이허는 두자릿수의 매출 상승세를 기록했다. 고급 분유 제품이 인기를 끌자, 2023년까지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 때 조롱받았던 '메이드 인 차이나'가 중국에서 새로운 팬들을 찾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