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수능' 수험생 뒤풀이 문화도 바꿨다…노래방·PC방 '텅텅'

뉴스1 제공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성심여자고등학교에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 밖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2021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소재 한 PC방에 손님들이 없는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뉴스1 유재규 기자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고교생들이요? 글쎄요...한번 둘러보세요. 오늘 고교생 얘들은 없었어요."

3일 오후 7시30분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소재 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업주 A씨(40·여)는 모니터를 통해 각 노래 연습실 마다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직접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2021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진 날로 수능으로 받았던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가 클 법도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매년 수능이 끝난 그 당일에는 PC방과 노래방 등 청소년 출입이 허용되는 곳에 고3 수험생들로 가득했는데 올해 만큼은 그 어디에서도 수험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곳 노래방을 중심으로 인근에 위치한 광교고교가 이날 수능 고사장으로 활용된 만큼 고3 수험생들이 방문할 것이라는 취재진의 예상은 빗나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돼 일부 시설물에 대한 영업이 제한된 점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코로나19 전국 확진자 수가 최근 1주일 간 400~500명대 흐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비롯됐다.

A씨는 "어차피 노래방은 거리두기 2단계 때문에 오후 9시 이후에는 문을 닫는데 고3 학생들 찾아오겠어요?"라며 "다들 날도 추운데 귀가 했겠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의 경우는 고3 수험생들이 좀 몰리긴 했는데 지금 겨우 손님들이 두 팀 밖에 없고 그것도 대학생이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인근에 위치한 또다른 노래방은 손님 자체가 없었다.

업주 B씨(50대)는 "오늘 학생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강경하게 말하면서도 "(오늘 수능이라)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영업개시를 오후 4시부터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단 한명의 손님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푸념했다.

같은 날 오후 8시께 찾아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소재 한 PC방에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수백대 마련된 PC가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고작 1~2명의 성인손님만 자리를 차지할 뿐이었다.

수능 종료시점인 오후 5~6시 이후부터 고3 수험생들이 PC방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라면, 볶음밥 등 간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던 예년의 경우와 전혀다른 모습이었다.

PC방 직원 C씨(20대·여)는 "요즘은 중·고교 학생들이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어쩔 땐 어른들보다 더 잘 숙지하고 있어요"며 "원래 같았으면 고3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뤘어야 했는데 그런게 아니네요"라고 전했다.

고3 수험생들 역시, 이날 수능을 마치면서 "시험 끝났는데 오늘 무엇을 할 계획이냐"라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다수가 '집에 가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영복여고에서 수능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 D양(19)은 "날도 너무 춥고 또 어두워져서 얼른 집에 가고 싶다"며 "외국어 영역시간 때 졸지 않기 위해 점심을 너무 간단하게 먹었더니 배도 고프다. 서둘러 귀가해야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험생 E양(19)은 "앞으로 입시일정이 더 남아 있어 조심스럽다"며 "코로나19도 걱정되는데 어딜 쏘다니기 보다 얼른 집에가서 가족과 함께 있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3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대학수학능력시험날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로 붐비던 명동거리 풍경도 바꿔놓았다. 2020.1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올해 경기도 내 전체 수험생은 13만7690명(남자 7만 1757명, 여자 6만 5933명)이며 결시율은 1교시 국어영역 15.27%, 2교시 수학영역 15.08%, 3교시 영어영역 16.25% 등으로 파악됐다. 4교시 한국사 16.53%, 탐구영역 15.88%로 잠정 집계됐다.

올해 결시율은 지난해 보다 3.61%p~4.1%p 높아진 수치다.

도내 고사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51곳 더 증가돼 총 361곳(일반시험장 315곳, 자가격리 별도 시험장 27곳, 예비시험장 19곳)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병원시험장은 남부지역에 2곳 북부지역 2곳 등 총 4곳이었다.

교통사고, 지병 등 불가피한 상황에 시험을 치르지 못한 응시생들을 위한 병원은 총 34곳으로 파악됐다.

올해 수능문제와 정답 이의신청 기간은 이날부터 7일까지며, 14일 정답이 확정되면 성적 통지 및 배부는 오는 23일부터 전달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수능은 당초 예정됐던 지난 11월19일로 예정됐다가 교육부가 코로나19 확산세 등 여파로 미뤄 12월3일로 연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