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대도시 주택수요 줄인다" 엉뚱한 한은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대도시 주택수요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주택 선택 기준에 직장과의 거리만 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실제 영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은 13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쟁점가 평가' 보고서를 통해 "재택근무 확산은 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것을 의미하는 '직주근접(職住近接)' 필요성을 줄여 주거비가 저렴한 지역으로의 이주유인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재택근무는 추세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제했다. 코로나19에 따라 기업들이 강제 재택근무를 시행하면서 성과를 경험했고 임직원들의 인식도 개선돼서다. 이미 많은 시간과 자원이 재택근무 환경조성에 투자됐다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한은은 재택근무가 확산하면 기업 직원들의 교외 이주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출퇴근이 줄어들면서 상업건물이 모여있는 서울 광화문·여의도·강남 등 중심지역 인근 주거수요가 낮아지고 신도시 등 외곽지역 주거수요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이같은 변화가 집값에도 영향을 미칠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대도심 인근에 거주하는 이유가 출퇴근에만 있지는 않아서다. 2017년 7월 잡코리아가 비서울 거주 직장인을 329명을 대상으로 서울에 살고 싶은 이유를 물은 결과 '직장이 가까워서'를 꼽은 비율은 5.3%로 다양한 편의시설, 자녀 교육 등보다 후순위에 위치했다.

실제 가격추이도 한은의 전망과는 달랐다. 재택근무가 본격화됐던 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수도권 서울의 주택가격은 재택근무를 경험했던 올해 더욱 올랐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올해 11월 서울 주택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0.10% 상승해 수도권 상승률(9.68%)을 상회했다.

한은도 보고서에서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시인했다. 한은은 "대도시에 거주하는 주된 요인이 직주근접성이 아닐 수 있어 재택근무 확산으로 직원의 교외이주 수요가 늘어나는 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