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만 모으다간 벼락거지"…'빚투' 2030 영끌대출 32조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전세난이 심화하고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주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0.23%)대비 0.04%포인트 높은 0.27%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2020.12.15. [email protected]

올해 빚투·영끌 열풍을 주도했던 20·30대가 1년새 대출을 32조원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집이나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일만하다가는 '벼락거지'를 면치 못한다는 청년층의 불안감이 가계대출 급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 가계대출은 전년동기대비 8.5%(32조2000억원) 늘어난 409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19년 3분기(6.1%)는 물론, 여타 연령층(6.5%)에 비해서도 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청년층 가계대출 증가율. /자료=한국은행

한은은 "청년층의 전월세 및 주택매입 수요 증가, 주식투자 수요 확대 등 수요측 요인에 청년층의 접근성이 높은 비대면 신용대출 확대, 청년층 전월세자금대출 지원 등 공급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20~30대까지 주택매수 행렬에 동참하는 '패닉바잉',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주식시상 활황에 따른 '빚투'(빚내서 투자)가 청년층 가계대출 급증의 주요 원인이었던 것이다.

청년층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이들의 채무상환부담은 크지 않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30대 이하 청년층의 소득 대비 대출비율(LTI)는 올해 3분기말 기준 221.1%로 높아졌지만,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은 지난해말(36.3%)에 비해 하락한 35.6%로 집계됐다. 청년층 가계대출 연체율도 올해 3분기말 기준 0.47%로 여타 연령층(0.71%)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하락하고, 가계대출 평균만기가 장기화되는 요인 외에도 청년층 차주의 경우 비교적 금리 수준이 낮은 은행권 대출 비중이 높은 데다 이자만 납입하는 전세자금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청년층의 가계부채 증가는 아직까지는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나 최근과 같은 가파른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3분기말 기준 전체 차주의 LTI는 전년말대비 8.4%포인트 오른 225.9%로 집계됐다. LTI가 300%를 넘는 차주 비중도 1.3%포인트 오른 23.6%를 차지했다.

반면 전체 차주의 DSR은 올해 3분기말 기준 35.7%를 나타내면서 2018년말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대출금리가 떨어지고, 주담대 대출만기가 길어진 영향 등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가계대출 차주의 LTI 상승에도 DSR이 소폭 하락하면서 아직까지는 가계부문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정도가 당초 우려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한 원리금상환유예 등으로 부실 위험이 이연되고 있는 데다 주담대에 비해 연체율이 높은 신용대출의 가파른 증가세 등도 고려하면 중장기 적으로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