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에 기생하는 배달·킥보드앱…자가운전 위협한다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2일 서울시 송파구의 한 거리에 배달업체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0.9.2/뉴스1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 여행을 가도 렌터카를 빌려 운전하는 한국 관광객은 거의 없다. 오토바이의 불법 운전이 일상인 도로 환경이 운전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도로 교통 풍경은 이미 방콕, 파타야, 하노이, 호치민처럼 변해가고 있다.


배달 라이더들이 강남 사거리에 쓰러져있는 광경이 최근 자주 목격된다. 배달이나 퀵배송 수요가 많은 강남 일대 도로는 그야말로 오토바이로 뒤덮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뒤·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배달 라이더들로 자가 운전자는 시내 운전하기가 무서워졌다. 서초구 서초동에서 강남구 삼성동에 이르는 테헤란로가 대표적이다. 저녁 무렵 차를 운전해 이 구간을 가다보면 사거리 한복판에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나 배달 라이더가 쓰러져 있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각 사고마다 과실을 따져봐야겠지만 배달앱이 늘어나면서 도로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오토바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작년대비 13.7% 증가했다. 배달 오토바이는 도로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인도 위를 침범해 보행자와의 사고도 자주 일으킨다.


몇년 간 성장세를 발판으로 동남아시장에 진출한다는 배달앱 회사 대표는 과연 라이더들의 안전 운행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을까. 혹시 서울 도로 환경을 동남아처럼 바꾸어 놓았으니 동남아 시장에도 자신을 갖고 진출한다는 것일까. 배달앱 대표들은 수익을 최대화하고 기업가치평가액를 올려 지분을 매각하기 전에 과연 도로 안전을 위해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보험에 가입시키고 사고 발생시 치료비 등을 지원하는 걸로 생색내고 할 일 다 했단 식으로 자위하고 있었다면 문제다. 라이더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지만, 늘어나고만 있는 라이더 사망부상 사고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

사실상 배달앱 사업은 ‘불법’에 기생하는 구조다. 음식배달이라는 업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배달’과정에 라이더의 ‘불법’운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도로교통 관련 규정을 지키고 운전하는 라이더가 있다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다수 라이더들의 운전습관은 단 5분만 지켜봐도 위반 딱지 여러 장을 발급받을 수 있는 정도다. 신호를 무시하거나 갑자기 방향을 틀어 위험을 초래하는 것 정도는 예사다. 인도 위를 주행하는 건 다반사다.

배달업 사업자 스스로도 그들의 사업이 '불법(운전)'에 기댄 구조라는 걸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음식배달이 얼마나 큰 편익을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줬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사업이 다수의 운전자에게 위협이 되고 도로 교통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음식배달이 이전보다 더 쉽고 빠르게 가능해졌다는 국민적 '편익'과 시내 운전이 전보다 훨씬 힘들어졌고 사고율이 증가해 국민 생명과 재산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비교해봐야한다. 과연 양측을 더하고 빼면 편익이 손해보다 더 크긴 클 걸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배달앱 이전의 세상보다 우리 도로는 훨씬 위험해졌다.

간편하게 배달시켜 먹자고 도로 안전을 포기하기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상호 합의를 한 적 없다.

전동킥보드 업체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이동을 더 간편하게 한다는 취지만 보면, 혁신 스타트업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사업 모델 역시 사실상 '불법(운전)'에 기대 있다.

킥보드 이용자 중 법령 규정대로 지켜가며 인도를 침범하지 않고 안전하게만 이용하는 이들이 과연 있을까. 킥보드앱도 이용자 대부분이 어쩔수 없이 '불법(운전)'을 저지르게 만드는 사업이다.

불법에 기생하는 혁신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국민에게 필요한 진짜 혁신 스타트업은 도로 교통 안전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불편'과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배달앱·킥보드앱 경영진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당신의 사업모델이 국민 대다수의 교통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는가. 혹시 기업가치평가액 향상과 엑시트에만 골몰한 나머지 '안전'과 '준법'은 뒤로 한 건 아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