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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금 청구, 간편해야 한다[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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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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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화된 소수'의 이해관계를 '조직화되지 않은 다수(소비자, 납세자, 국민 등)'가 당하지 못할 때가 많다. 소수집단의 이익을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은 저서 ‘집단행동의 논리’에서 이런 이익집단이 성장과 번영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례는 국내에서도 목격된다. 3500만명의 국민이 가입한 실손보험이 그 하나다. 병원비를 내면서 곧바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24시간, 365일 언제든 앱 하나로 1분이면 된다. 모두가 편리할 수 있는 이 사안이 10여년 동안 진척되지 않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비효율적 절차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게 11년 전인 2009년이다. 금융당국도 긍정적이다.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IT(정보기술) 강국에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진영논리로 갈라진 여야가 모두 공감한다.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지닌 시민단체들도 한목소리를 낸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원한다.

그렇지만 관련 법안 개정안은 올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의료계의 반발이 거셌고 3명의 국회의원(국민의힘 성일종·김희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이 여기에 동조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발급받아 보험사에 팩스, e메일 등으로 내는 서류(진료비 영수증과 세부내역서, 처방전 등)를 병원에서 곧장 보험사로 보내자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하면 우선 보험가입자들이 편하다. 청구절차가 귀찮아서 소액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경제적으로도 이득인 셈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해온 당국의 성과도 된다.

과거 보험금 지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반대한 보험사들도 찬성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서류심사와 전산입력, 보관 등에 들이는 인력과 비용낭비가 더 컸던 탓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청구는 1억건, 여기에 필요한 종이서류는 4억장이었다. AI(인공지능)로 보험금을 심사하는 시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대세인 시절에 보험사들은 종이서류의 감옥에 갇힐 이유가 없어졌다.

강북삼성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아직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가입자와 보험사간 계약에 제3자인 의료기관이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든다. 그러나 의료법에는 환자가 원하면 전자서류를 대리인에게 보내주게 돼 있다. 같은 진료 증명서류인데 종이서류 발급은 병원 업무고 전자서류 전송은 병원 업무가 아니라는 것은 궁색한 얘기다.

병원의 행정업무 부담이 커진다는 걱정도 한다. 환자가 앱에서 병원 서류를 골라 보험사에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전송망 구축비용도 보험사가 댄다고 했다. 환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하고 보험사가 가입자의 질병정보를 얻기 쉽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보험가입, 갱신 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현재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전송하는 것처럼 문서를 암호화하고 전산화 대상 정보도 실손보험 관련 서류로 제한해 법안에 명시하면 된다. 심평원 전송망으로 진료기록이 들어갈 경우 비급여에 대한 가격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도 의료계의 주장인데 보험사와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보험중계센터를 만들어 우회하는 방안도 나왔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편해야 한다[광화문]
실제 개정안도 의료계의 불안과 불만을 반영했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보험회사가 적극 찬성하는 저의를 의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거꾸로 의료계가 적극 반대하는 저의를 의심한다. 특히 의료계가 가장 꺼리는 게 비급여 정보라는 점에서 의료계가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 아니냐고 여긴다. 이를 드러내는 게 다른 이해관계자들엔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떨어지고 보험료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수천만 명의 소비자도, 정부도, 대다수 여야 의원도, 다수의 시민단체도, 보험사도 모두 원하는 일이 또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부디 새해에는 의료계가 ‘특정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안 된다’는 의혹을 사지 않았으면 한다.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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