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맞고 큰 아이…아빠처럼 되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 전남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에 학대 신고가 들어왔다. 한 직원이 현장 조사를 하러 갔다. 학대 행위자인 부모는, 이상하게 아보전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궁금해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학대 행위자는 "어릴 때 부모에게 같은 학대를 당했었다"고 했다.

그를 잘 살펴보니 해당 직원이 초임지로 발령 받았을 때, 학대 신고로 관리됐던 아이였다. 학대를 당했던 아이가 자라, 학대하는 부모가 된 거였다. 아보전 관계자는 "이렇게 세대간 전이로 신고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그게 끊어져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졌을 때 행위자 처벌만큼 중요한 게 있다. 학대당한 아이가 잘 클 수 있게 지원하는 거다. 그러나 이 중대한 주제는 대부분 학대 사건에 대한 비난 뒤로 묻힌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는 "아동학대로 죽은 건 관심이 있는데, 어떻게 성장하는지 관심이 없다"고 했다.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

쉽게 말해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는 의미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부모의 폭력적 행동이 아이의 폭력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특히 아동학대는 2015년 1만9203건에서 2017년 3만4189건으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해자의 70%가 부모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구미희 전남 아보전 관장은 "엊그제 상담한 아버지도 폭력이 되게 심한데, 가족력을 보니 어렸을 때 학대를 겪은 사례였다"며 "그 당시 아이는 '부모가 날 사랑하지 않나보다' 그렇게 하고 컸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땐, 어느새 아버지와 닮아 있었다. 가족에게 막 성질을 냈다. 구 관장은 그에게 "분노를 절대 아내와 아이에게 표현하지 말라"며 "그래야 애들이 아버지처럼 크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자기 표현 방식이 그런 줄 몰랐다"며 이해했다.

가출·도벽·성매매…아동학대 '후유증' 심각

대체 왜 그럴까. 유영재 중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연구한 '폭력의 학습' 논문에선 "연구 대상자들 대부분 아동기 시절부터 부모 학대에 노출 됐는데, 그 결과 우울증과 충동장애, 불안감과 무기력감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러니 가정 뿐 아니라 학교 생활, 교우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도 "기본적으로 학대 당한 아이들은 신체·정신 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래서 취업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땐 학대 피해자, 컸을 땐 사회에서 실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단 것.

이 같은 상황에 정 교수는 "아이가 커서 자기의 개인 잘못으로 생각할텐데 그게 너무 안타까운 것"이라고 했다.

구 관장도 "외국 연구(에이스 스터디)에서 병원에 오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아동 학대 경험을 따졌더니, 3분의 1 정도가 아동기 때 그런 경험을 했단 결과가 있었다"고 했다. 학대 경험이 가출·도벽·성매매 등 비행 행동으로 이어진단 설명이다.

이어 해결방안에 대해선 "상담만으로 될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문제 일으킨 아이들은 쉼터에선 또 안 받아주려고 한다"며 "이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전문 치료 기관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부재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