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쏟아지는데 근무하라고…" 광주 '콜센터 건물' 직원 울분

24일 오전 9시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도시공사 건물로 한 시민이 들어서고 있다. 2021.2.24/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확진자가 계속 쏟아지는데 층이 다르다고 출근해서 정상 업무를 하라고 하니…."

광주도시공사 빛고을고객센터 내 보험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같은 건물 입주업체 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5일 이 건물 3층 한국장학재단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A씨는 <뉴스1>과 통화에서 "불안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A씨에 따르면 이날까지 건물에서 총 3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 출근과 업무를 강행하고 있다.

당초 이 건물에 라이나생명 콜센터가 사용하고 있는 층은 4층, 5층, 12층 3개층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역당국 조사 결과 793명의 근로자가 7개 팀으로 분리돼 3~6층, 10층, 12층 등 6개층에 나뉘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가 근무하고 있는 한국장학재단은 지표환자인 광주 1994번이 속했던 라이나생명과도 3층을 함께 사용해 감염 위험이 큰 것으로 추측된다.

이 건물에는 광주도시공사를 비롯해 약 20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입주해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이 건물에 '콜센터' 업무를 주로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 A씨가 다니는 한국장학재단 역시 이곳에서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콜센터 상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계속해서 말을 해야하는 콜센터의 특성상 사무실 내 전파는 물론이고 구내식당과 흡연실,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을 통한 집단감염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A씨는 "층마다 화장실 변기 칸과 세면대가 적게 배치돼 인근 위아래 층의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면 항상 라이나생명 직원들과 양치를 함께했다"며 "확진자가 나오던 날까지도 늘 마주쳤다"고 말했다.

이어 "1층 야외에는 흡연실이 있는데 다른 회사 직원에게 라이터 불을 빌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며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며 라이나생명 직원과 부딪혔을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건물 전체를 오가며 청소 미화를 담당하던 직원의 코로나19 확진 사실도 감염에 대한 큰 두려움으로 작용했다.

그는 "확진자가 나온 층만 폐쇄할 게 아니라 건물 전체를 폐쇄해야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코로나 소굴이나 다름없는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상담사들은 대체 누가 보호하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혹시 우리가 하청으로 운영되는 비정규직 콜센터 직원이라서 본사가 나 몰라라 하는 것 아니냐"며 "만일 우리가 본사 직원이었다면 이렇게 대접했을까 싶어 속상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앞서 한국장학재단은 지난해 7월 콜센터 민간업체가 속한 서울 타임스퀘어 건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당시 재단은 건물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에도 콜센터 비정규직 상담직원들에게 업무를 강행시켰다.

그러나 본사 정규직 직원들이 근무하는 연세빌딩 건물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전원을 귀가 조치 시키는 등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방역당국은 광주도시공사 건물 입주업체 20개소의 근로자 1471명 등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상황이다.

또 현장조사를 통해 확진자가 발생한 4~6층과 해당 콜센터가 교육센터로 사용하던 10층을 오는 3월8일까지 폐쇄 결정했지만 다른 층 근무자에 대해서는 필수인력 근무 등의 권고 조치만을 내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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