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마시는 생수, 20년간 걸러진 지하숩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품질연구팀/사진=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지금 마시는 물은 18년에서 21년전, 사라오름 주변에 내린 빗물이 걸러진 지하숩니다."

이경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기획상임이사는 3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주삼다수(이하 삼다수)의 개발 과정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1998년 출시 이후 23년간 생수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한 삼다수의 비결에는 긴 시간의 정화과정이 있었다.


20년간 천연정수기에 걸러진 품질보장 생수공장이 위치한 제주시 조천읍은 사려니숲길로 유명한 곳이다. 여기서 지도상 직선거리로 11km 동쪽에 위치한 사라오름에서 내린 빗물과 눈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데 탁월한 화산퇴적 암재(scoria)와 클링커(clinker)를 거쳐 지하수로 모인다. 제주도를 지구상 가장 큰 천연 정수기에 비교하는 이유다.

취수공은 지하 420m까지 파고든다. 일반적인 생수 취수공 깊이가 200m 내외인 점을 비교하면 2배 이상 깊은 위치다. 그만큼 '천연필터'를 더 많이 거쳤다는 의미다.

삼다수의 뛰어난 품질은 위치에서도 확인된다. 취수원 상부는 국립공원이 위치해 있어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공장 인근에 있던 화전은 모두 매입했다. 향후 경작 가능성이 있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취수원 보호를 위해 사들인 땅은 축구장 87개 규모인 61만8613㎡다.


이 이사는 "매입한 토지를 개발하는 것도 아니고 비사업용으로 분류돼 세금도 더 내야하지만 품질 관리를 위한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30~40m만 파내려가도 지하수를 얻을 수 있는 바닷가 주변 대신 최대한 한라산 정상에 가까운 곳으로 취수공을 뚫은 것도 결국은 품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주삼다수 페트병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노스페이스 'K에코 삼다수 컬렉션'

품질=환경...지속가능한 미래가치에 총력삼다수의 품질관리 노력은 환경 이슈와도 연결된다. 유한 자원인 제주 지하수를 활용하는 사업인만큼 기후변화에 따라 사업의 존속까지 영향을 준다. 예컨대 강수량이 줄어들면 사업 중단 압박을 받는 식이다. 민간이 아닌 공공기관인 공사가 이 사업을 하는 것도 최악의 경우 사업 중단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 지하수량은 넉넉하다. 연간 강수량 40억톤 중 16억4000만톤이 지하수로 흘러가는데 이중 삼다수의 연간 취수허가량은 0.1% 수준인 166만톤이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환경 정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생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2017년부터 자원순환을 강화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용기 경량화'다. 얇고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을 도입해 지금까지 1000톤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다. 몸체를 투명하게 하고 뚜껑과 라벨을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지난해부턴 투명 페트병 수거작업까지 수행하고 있다. 71개 재활용도움센터 등과 함께 125개 수거시설을 마련했고, 관광지나 공항 등에 16대의 페트병 자동수거 보상기를 운영 중이다. 수거한 페트병은 관련 기업으로 보내 재활용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 예컨대 효성티앤씨는 페트병에서 원사를 뽑아내고, 노스페이스나 패션기업 플리츠마마는 친환경 패션 아이템을 생산한다. 최근 노스페이스가 출시한 재킷, 티셔츠 등 16종의 'K에코 삼다수 컬렉션'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공사는 삼다수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5년 뒤 25%, 10년 뒤 50%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김정학 사장은 "다음 2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더 확장된 의미의 친환경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