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실적' 올린 카드사도 '감원'···허리띠 더 조인다

이지혜 디자이너 /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연초 은행계를 중심으로 전업 카드사들의 희망퇴직이 이어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과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어려운 가운데 비용절감 노력 등에 힘입어 ‘깜짝실적’을 냈다. 올해도 특별한 성장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더 바짝 조이기 위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KB국민카드가 만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019년 초에 이어 2년만이다. 2011년 KB국민은행에서 분사한 이후 세 번째 희망퇴직 추진이다.


이를 통해 23명의 직원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KB국민카드를 떠났다. 이들에게는 36개월치 임금이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됐고, 자녀 학자금도 제공됐다.

수백명씩 짐을 싸는 은행업권에 비해 절대적인 퇴직 인원은 적지만 카드사 근무 인원이 시중은행의 10분의1 이하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하나카드도 67년 이전 출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20여명이 연봉 260% 수준의 퇴직금, 자녀학자금과 의료비, 전직지원금 등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우리카드는 입사 후 10년 이상 재직 중인 직원들에게서 올해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10여명이 대상이 됐으며, 직급·연령에 따라 임금의 24~36개월분이 특별 퇴직금으로 지급됐다.

전업카드사 중 유일하게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BC카드는 지난해 10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두자릿수 규모의 인력들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BC·롯데·우리·하나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의 잠정 당기순이익만 2조614억원으로 전년대비 25.2% 늘었다.

본업인 신용판매에서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큰 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자동차 할부금융·리스 등 사업 다각화와 함께 인력·마케팅 비용절감 노력 등이 좋은 실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올해도 인력 감축에 따른 비용 절감 기조를 유지하고, 인력 활용 효율화를 위해 연초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기업도 기업이지만 다른 기회를 모색하는 직원들의 요청도 있어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업무 디지털화와 비대면 거래 등이 확대되면서 앞으로 인력 감축 흐름이 은행 뿐 아니라 카드업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