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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추계 없어도 본회의 통과…스스로 만든 법도 안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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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광 기자
  • 권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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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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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은 '외상 입법']下



法 있으나마나…뿌리 깊은 '외상 입법' 이유는


비용추계 없어도 본회의 통과…스스로 만든 법도 안지킨다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법안 63.7%가 비용추계를 요구한 후 그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회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규정을 담았으나 처벌 조항이 없어 이같은 ‘외상 입법’ 문제를 부추긴다는 목소리다. 의원들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않는 행태도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회법 "위원회 심사 전 비용추계서 제출해야"

국회법 79조의2 1항에 따르면 의원이 예산상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을 발의하는 경우 시행에 예상되는 비용에 관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나 예정처에 대한 비용추계요구서를 제출해야 한다.

핵심은 단서 조항이다. 비용추계요구서를 제출하는 경우 '위원회 심사 전'에 비용추계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국회법은 명시하고 있다. 사안이 시급한 때를 고려해 일단 비용추계 요구로 갈음하도록 하고 예정처에서 비용추계서(미첨부 및 미대상 사유서 포함)가 나오면 추후 첨부하도록 열어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법 조항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비용추계요구서를 첨부한 법안 394건 중 법안 심사 과정 등에서 비용추계서 등이 누락된 경우가 63.7%(251건)에 달했다.
(관련기사☞ [단독]'비용추계' 없이 법만 낸다…올해 '외상입법' 93.6%, 해마다 '급증')

강제성 부재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위원회 심사 전까지 예정처가 내놓은 비용추계서 등을 첨부하지 않아도 국회법상 처벌 조항이나 불이익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비용추계 없어도 본회의 통과…스스로 만든 법도 안지킨다

◇비용추계 없이도 '본회의' 통과

의원들의 관심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예산 등을 수반하는 법안을 내놓고 상정 때까지 비용추계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실의 보좌관 A씨는 “예정처에 비용추계요구서를 내면 그 결과를 자동적으로 의안과에서 반영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회법에 명시된 비용추계 관련 단서 조항을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보좌관 B씨도 “(예정처에서) 미첨부사유서가 나온 법안이었다”며 “해당 상임위에서 요구하지 않아서 붙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상당수 법안들이 비용추계에 대한 논의 없이도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용추계서 등이 누락된 상태에서 위원회 대안으로 병합 심사된 후 본회의에 오르는 방식이다.

국회법 79조의2 2항에 따르면 위원회가 예산·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을 제안하는 경우에는 예상 비용에 관한 예정처 추계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다만 긴급한 사유가 있는 경우 위원회의 의결로 추계서 제출을 생략할 수 있다.

◇'스스로' 만든 법도 안 지킨다

의원들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않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여야는 2014년 3월 국회법 개정을 통해 비용추계서 등 작성 주체를 전문기관인 예정처로 일원화하고 입법 편의 등을 위해 비용추계요구서를 첨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예정처의 비용추계 결과 등을 누락하는 방식으로 이마저도 지키지 않는다는 목소리다. 법 개정 전에는 각 의원들이 비용추계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장시간 소요 및 부실 심사 우려가 높았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입법 경쟁을 자제하는 한편 심도있게 고민하고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드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추계요구서가 아니라 모든 법안에 비용추계서를 붙여서 내도록 하는 것도 단기적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상임위가 의결하면 비용추계서 없이 본회의로 법안을 넘길 수 있는데 이와 관련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광·권혜민 기자


비용추계 생각 않고…"이슈 터졌다고 다음날 법안 낸다"


비용추계 없어도 본회의 통과…스스로 만든 법도 안지킨다

“단순히 아이디어 수준이 아니라 정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선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 검토하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 국회 관계자 A씨

“최근 입법건수 자체가 급증한다. 입법 성과에 쫓겨 건수나 속도 중심으로 법안에 접근하는 폐해가 발생한다.” - 국회 관계자 B씨

이른바 ‘외상 입법’ 현상으로 행정 과부하를 호소하는 국회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국민 혈세 투입이 불가피함에도 비용에 대한 고민 없이 여야가 쏟아내는 법안들에 고개를 숙인다.

입법에 구슬땀을 흘리는 보좌진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 단위 이슈가 터질 때마다 대응하기 위해 비용추계 없이 단기간 입법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개략적 방향성이나 구체적 가정 없이 어떻게 추계하나"

1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 결과, 국회 관계자들은 급증하는 ‘외상 입법’으로 각 법안에 대한 면밀한 비용추계 등을 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기사☞ [단독]'비용추계' 없이 법만 낸다…올해 '외상입법' 93.6%, 해마다 '급증')

통상 여야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기 전 국회에 비용추계를 요구하거나 발의와 함께 비용추계요구서를 제출하면 국회 예산정책처가 해당 업무를 담당한다. 법안 완성도에 따라 추계에 최대 수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용추계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의안의 비용추계 등에 관한 규칙 3조3항에 해당하는 경우다. 의안 내용이 선언적·권고적 형식으로 규정되는 등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려운 경우로 예정처는 추계 업무를 멈추고 미첨부사유서를 낸다.

해당 법안이 비용추계 대상인지 확인 없이 법안이 제출되기도 한다. 이 경우 의안과는 비용추계요구서를 첨부하도록 안내하는 역할도 한다.

국회 관계자 C씨는 “예산정책처가 전문기관이나 정책에 대한 개략적인 방향성이나 구체적인 가정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계하도록 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과도한 요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긴급한 상황에서 다양한 입법 의견들이 있는 경우 반드시 예산 소요가 사전에 추계돼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어느 시점에는 재정 규모가 구체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추계 없어도 본회의 통과…스스로 만든 법도 안지킨다

◇자성 목소리도 "어떤 사태 터졌다고 오늘, 내일 법안 낸다"

비용추계요구서 제도가 남용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법에 따라 여야 의원들은 사전 비용추계 작업을 거치지 않고 비용추계요구서를 첨부하는 방식으로 법안 발의의 형식 요건을 갖출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D씨는 “비용추계요구서 제도가 편리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며 “너무 남용되면 입법 전 정책의 구체성을 고민하라는 비용추계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야의 입법 경쟁에 속도 조절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회 관계자 E씨는 “입법 발의 단계에서 충분한 검토가 어려운 경우, 위원회 단계라도 재정 지출 등이 중요한 법안은 검토에 필요한 시간을 검토하고 적절한 논의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도 비용추계 제도 취지를 복원하고 완성도 있는 입법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비서관 E씨는 “과도한 비용추계 요구가 입법권 침해로 볼 수 있으나 국민들 입장에선 분노할만한 지점”이라며 “수조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법안인데 비용추계 없이 내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보좌관 F씨는 “상황에 맞춰 법안을 발의한다는 것 자체가 비용에 대한 기본적인 고려를 하지 않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어떤 사태가 터졌다고 오늘, 내일 법안을 내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자기 홍보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교적 정확한 비용추계를 거치고 법안 내용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원광 기자


"'1년짜리 국가' 아니다…제대로 된 '비용추계'로 급해도 돌아가야"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류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인터뷰

비용추계 없어도 본회의 통과…스스로 만든 법도 안지킨다

"대한민국은 1년만 살고 끝나는 나라가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면 '비용추계'를 통해 아무리 급해도 돌아가야 한다."

한국에서 재정소요 법안에 대한 '비용추계'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73년이다. 당시 개정된 국회법은 재정소요법안에 대한 '예산명세서' 첨부 의무를 규정했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되지는 않았다. 2003년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신설되고, 2015년 재정 수반 법안에 대한 비용추계서 제출을 의무화한 국회법이 시행되면서 비용추계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과정에서 비용추계는 여전히 뒷전이다. 여론이 주목하는 법안을 빠르게 발의해 이슈 선점을 원하는 의원들에겐 비용추계는 법안 발의를 위해 거쳐야 할 '절차'에 불과하다. 재정전문가들은 이같은 국회의 행태에 경고의 목소리를 낸다.

하연섭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와 류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5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재정 팽창을 막기 위해 도입한 비용추계 제도가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두 교수는 최근 예정처가 발주한 '비용추계서의 활용도 제고방안' 연구 용역을 함께 수행했다.

이들은 비용추계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으로 의원들의 '입법경쟁'을 꼽았다. 하 교수는 "의원들이 성과를 의식하다보니 비용추계요구서만 붙여 경쟁적으로 법안을 발의한다"며 "유사한 법안들을 상임위에서 통합 심사하는 과정에서 비용추계를 할 여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도 "의원들 입장에선 입법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비용추계서까지 붙이기에는 시간이 걸리니 요구서만 제출하는 것"이라며 "비용추계에 대해 일차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용추계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선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먼저 비용추계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미첨부사유서' 제출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회 규칙 192호 '의안의 비용추계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의안의 내용이 선언적·권고적인 형식으로 규정되는 등 기술적으로 추계가 어려운 경우'에는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고 사유서만 제출해도 된다. 해당 요건이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돼 있어 많은 법안들에 대한 비용추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이를 더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류 교수는 "미첨부사유서는 결국 비용추계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인데,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데도 빠지는 법안이 많다"며 "실질적으로 비용추계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모든 법안 발의시 비용추계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법안을 낼 때부터 비용추계요구서가 아니라 완성된 비용추계서를 첨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 교수는 "지금은 상임위에서 의결하면 비용추계서 제출을 생략할 수 있는데, 강제성을 더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의원들의 전향적인 자세도 촉구했다. 하 교수는 "큰 틀에서 비용추계가 필요하고 재정건전성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의원들도 모두 동의한다"며 "국회법 개정 사안인 만큼 의원들이 스스로를 구속하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는다면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으로는 예산 심의 제도의 구조적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재정적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미국식 비용추계 제도를 국내에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하향식(Top down)' 예산심의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 교수는 "미국 의회는 예산위원회에서 내년도 편성 예산에 대한 총지출한도를 정하고, 법안 심사시 이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법안 비용이 너무 과대하면 우선순위가 낮은 다른 법안이 죽어버리는 만큼 비용추계를 엄격히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지출한도를 정하지 않고 상향식으로 예산이 결정되기 때문에 비용추계가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며 "선진국처럼 지금부터 '하향식'으로 예산심의 방식을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 교수 역시 "미국에서 비용추계가 중요한 이유는 법안 심사 과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를 바꾸지 않고 제도를 일부 수정하는 선에선 비용추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권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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