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충전 vs 긴 주행거리…아이오닉5·테슬라 모델Y 한판 붙는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오닉 5 스퀘어에서 현대자동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적용된 '아이오닉 5'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현대차 (249,500원 ▼500 -0.20%)의 첫 전용 플랫폼 적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환경부 인증 주행가능 거리가 400㎞를 넘어섰다. 초급속 충전·V2L(Vehicle to Load) 기능을 앞세운 아이오닉5와 내달 고객 인도가 시작되는 테슬라 모델Y의 전면전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28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5일 "환경부가 아이오닉5 롱레인지 후륜구동 모델의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를 429㎞로 공식 인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72.6kW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롱레인지' 모델 중에서도 후륜구동차 기준이다. 롱레인지 사륜구동 모델을 선택하거나, 용량이 작은 58kWh 배터리를 장착한 스탠다드 모델을 선택하면 주행거리는 더 낮아진다. 해당 모델들은 아직 환경부 인증을 받지 못했다.

아이오닉5가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지선'인 최대 주행가능거리 400㎞를 넘어서면서 테슬라와 유럽 소형 전기차로 양분되던 국내 시장은 새 국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코나EV(전기차)는 배터리 화재 문제 등으로 단종 수순을 밟는다.
국내 고객에 차량 인도 임박한 '모델Y'…내달부터 롱레인지·퍼포먼스 모델 인도 시작될 듯

테슬라 코리아가 13일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모델 Y'를 국내 최초공개한 가운데 시민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아이오닉5의 주요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Y도 내달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될 것으로 보여 현대차와 테슬라의 전면전은 불가피해졌다. 최근 테슬라코리아는 일부 모델Y 계약 고객에게 전기차 보조금 수령을 위한 설문조사를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채팅방 등을 통해 전달했다.

보조금 설문조사는 차주의 거주 지역과 원하는 차량 인도 시기를 파악하는 게 목적이다. 보통 설문조사가 끝나고 보름 정도 지나야 상세 차량 인도 시기를 정하기 위한 테슬라코리아와 차주간 협의가 시작된다. 주문이 중단된 5999만원의 모델Y '스탠다드' 트림보다는 '롱레인지'와 '퍼포먼스' 트림 인도가 먼저 시작된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모델Y 스탠다드는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100% 수령 상한선인 6000만원보다 1만원 저렴하게 출시됐지만 국내 주문 시작 이후 열흘만에 판매가 중단됐다.
긴 주행거리의 테슬라 '모델Y' vs 빠른 충전·V2L의 현대차 '아이오닉5'

지난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오닉 5 스퀘어에서 현대자동차의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적용된 '아이오닉 5'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아이오닉5가 일각에서 제기됐던 400㎞ 이하의 주행거리 우려는 불식시켰지만 여전히 전기차 상품성의 핵심인 '최대 주행거리'는 테슬라에 밀린다. 올해 국내 출시된 모델Y 롱레인지는 511㎞로 아이오닉5에 비해 80㎞이상 길다.

그간 국내 전기차 시장에 코나EV 이후로 유럽 전기차들이 출시됐지만 테슬라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주행가능 거리가 대체로 300㎞대에 머물고 벤츠 EQC400, 아우디 e-트론 등 1억원이 넘어 지나치게 비싸거나 가격이 저렴한 모델은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는 '소형차'들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 시장을 평정한 르노 조에는 약 300㎞, 쉐보레 볼트는 400㎞대 주행가능 거리를 탑재했다.

아이오닉5는 테슬라에 비해 주행가능 거리가 짧지만 '빠른 충전 속도'가 강점이다. 350kW 초급속 충전시 18분만에 전체 배터리 용량의 80%를 채울 수 있고 5분 충전만에 100㎞ 주행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충전 플랫폼 브랜드 E-피트(E-pit)를 출범해 초고속 충전기를 20곳에 120기를 구축하고 있다. 테슬라 슈퍼차저(250kW)보다 전력이 더 높아 충전 속도도 더 빠르다.

양산차에 처음 도입된 V2L 기능도 테슬라엔 없는 기능이다. V2L이란 아이오닉5 배터리에 220V 단자를 통해 전자제품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배터리 용량 최대 80%까지 활용이 가능하며 일반 가정집보다 훨씬 높은 고전압을 쓰기 때문에 사용 불가능한 전자제품은 사실상 없다는 게 업계 예측이다.

아이오닉5는 빠르면 내달 말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럭셔리 전기차, 소형차, 테슬라만 있던 국내 전기차 시장에 양산차 가격대의 아이오닉5가 나오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며 "가격 경쟁도 본격화돼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