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일주일, 현장은 여전히 '혼란'…"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원회

금융상품 판매 규제를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시행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상담·대기 시간이 불필요하게 길어진 데다 금융사들이 '위반 1호'를 피하려 간편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고객 불편만 커졌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금소법이 시행된 이후 은행 영업점의 혼잡도가 가중됐다. 업무마다 걸리는 시간이 3~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상품설명서를 일일이 읽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져서다. 이에 상담을 받는 고객, 대기하는 고객, 은행원 모두 불편을 호소한다.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급기야 은행장들을 불러모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현장의 여러 의견이 가감없이 전달됐다. A은행장은 "펀드 가입 같은 복잡한 거래, 예금 재예치 같은 단순한 거래를 하나의 창구에서 하다보니 필요 이상으로 대기하는 고객이 생긴다"면서 "창구 분리 운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 영업점에서는 상담 도중 자리를 뜨는 고객, 대기시간을 견디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고객이 계속해서 생겨났다. B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리냐', '무슨 설명이 이렇게 많냐', '취조하는 것 같다'면서 불만을 얘기해도 절차대로 하는 수밖에 없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은행원들은 예·적금 같은 위험성 없는 상품의 경우도 상품설명서를 일일이 읽고 출력하는 데 따른 비효율성을 지적한다. 금융위가 '설명의무엔 동영상 활용 등 여러 방법이 있고 출력 대신 이메일 등을 이용해도 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한 은행원은 "한줄한줄 읽어도 고객은 듣지 않는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며 "요식행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창구 직원 대신 AI(인공지능) 스피커가 상품설명서를 읽도록 방법을 찾긴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마찬가지다.

은행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간편 서비스를 줄줄이 중단하면서 고객 불편도 커졌다. STM(스마트텔러머신)을 비롯한 머신 판매, AI를 통한 상품 가입 등이 중단된 상태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은행권의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은 위원장은 은행장들에게 "현장의 혼란, 불편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빨리빨리'와 '소비자 보호'는 양립할 수 없으니 판매 관행을 완전히 바꾼다는 생각으로 금소법 안착 방안을 고민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