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늘려도 오르는 기름값…"경제회복에 원유수요 기대 커져"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주요 산유국 협의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산유량 동결을 결정하자 국제유가가 4.2% 급등한 5일 오전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1900원 대를 나타내고 있다. 2021.03.05. [email protected]

전 세계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세계경제 회복 전망이 잇따르며 국제유가가 상승추세를 탔다. OPEC(석유수출기구)와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오펙플러스)의 점진적 증산합의에도 수요 강세 전망이 우세한 탓에 당분간 유가상승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은 전일 대비 2.29달러, 3.9% 상승한 배럴당 61.4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런던ICE 선물거래소의 6월 인도분 브랜트유도 전날보다 2.12달러, 3.4% 오른 배럴당 64.86달러에 거래됐다.


OPEC+ 가맹국은 1일 회의를 열고 다음달부터 7월까지 기존 감산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시키는 점진적인 증산안에 합의했다. 5월 35만 배럴, 6월 35만 배럴, 7월에는 44만배럴씩 하루 감산량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하루 100만 배럴씩 감산 중인 사우디의 감산 계획은 7월 마무리한다. 세계 경제 회복조짐을 고려한 증산 합의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OPEC+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이번 결정에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코로나19 백신보급과 각국의 확장재정 운용, 세계 경기 회복 등 공급 확대 보다는 수요 증가 신호가 강한 탓에 국제유가가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말 배럴달 48.52달러에 장을 마쳤던 WTI 가격은 3달만에 27% 가까이 상승했다.

국내외 주요 기관역시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경기 회복에 따른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지난달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브렌트유 가격이 상반기에는 75달러, 하반기는 80달러 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미국 셰일업계도 공급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큰 폭 감소했던 셰일생산을 재개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를 보면 지난해 말부터 유가가 미 셰일 업체들의 손익분기점 수준을 넘자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는 비상장 셰일업체를 중심으로 시추기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은은 JP모건을 인용해 "미 셰일업계 생산 재개 움직임이 당분간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형 셰일업체는 원유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전까지 신규 투자를 지양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주요 전망기관도 올해 미 원유 생산이 텍사스 한파 등의 영향을 고려해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 경제분석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전세계 경제활동이 회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증산 규모는 큰 편이 아니다"라며 "미국에서 격리 조치 해제가 수요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세계 시장에서 원유가 계속 모자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영국의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어 원유 수요 회복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책 등으로 휘발유 수요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석유산업에 대한 미 정부의 규제 강화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