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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충청칼럼] 청주대 콩가루 집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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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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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교육부평가 앞두고 현수막 철거한 학생들 고소
학생회 '노조집행부 퇴진' 단식농성까지…우려 커져

(충북ㆍ세종=뉴스1) 이광형 기자
뉴스1 충북·세종본부 이광형 대표
뉴스1 충북·세종본부 이광형 대표

(충북ㆍ세종=뉴스1) 이광형 기자 = 대학은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는 지성의 집단이다. 흔히 우리사회의 마지막 보루라고 한다.

그만큼 지식과 정보, 도덕 등의 가치에서 어떤 집단보다 앞서간다는 얘기다. 역사의 고비 땐 불의에 온몸으로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선봉에 서 행동했다.

이런 지성의 전당에서 시정잡배들과 다름없는 저급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다름아닌 충북지역 최대 사학이자 1924년 설립해 한수이남에서 가장 오래된 청주대학교 문제다.

이 대학 노동조합과 학생들 간 벌이는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본래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라'라고 했는데 워낙 한심하고 치졸한 싸움이라 흥행도 없다. 사태의 배경도 철부지 감정싸움 같다.

전국 사립대 중 교직원 급여가 최상위급(팀장급 연봉 1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청주대 노조는 임금투쟁의 일환으로 대학본부 건물에 800여일 넘게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런데 교육부의 기본역량 진단 평가를 앞두고 학생들과 갈등의 단초가 됐다.

노조 측은 대학의 존폐를 결정할 평가단 방문 시점에서 '분규대학'으로 낙인 되는 것을 걱정하는 학교 측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이미 청주대는 2013년 이후 두차례 교육부 평가에서 '부적합'을 받아 재정 지원 제한으로 국비 장학금 지원이 중단되는 등 불이익을 받은 아픈 전례가 있다.

노조 입장에서 투쟁 전략상 이해되지만, 학교란 공동체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시기와 방법이 상식에 배치된다.

보다못한 대학 총학생회가 나서 면학분위기를 해치고 교육부 평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현수막을 철거해 노조 측에 건넸다.

노조는 이를 문제 삼아 학생회 간부 등 30여 명을 재물손괴죄와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대학 명예 실추 등을 우려한 학생회와 교수, 총동문회가 나서 고소 취하를 요구했으나 노조는 거부하고 있다.

결국 이 고소로 최근 학생들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등 형사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변호사 조력을 받았는지 모르지만 생애 첫 경찰에 출두하고 조사를 받은 학생들은 꽤나 당황했을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이 대학 총학생회장이 7일부터 대학본관에서 고소철회와 노조집행부 퇴진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양측이 갈때까지 가보자는 게다.

학생회 측은 "노조는 본인들의 이익만 주장하며 대학기본역량평가나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집회만 강행하고 있다"며 "최근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충원율 초비상 상태인 점을 고려해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과 면학 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

1만여 명의 학생 대표로서 학교와 학우를 위한 사랑과 투쟁의 명분이 분명한 데다 젊은 혈기가 더해져 극한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피소 된 학생 대부분이 취업준비에 바쁜 3~4학년들인 데 이 고소 건에 의한 처벌로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그런데 이 사건의 동기와 학생신분 등을 종합할 때 형사처벌은 받지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시각으로 다소 안심이 된다. 혹 어떤 검사나 판사가 '처벌을 위한 처벌'을 한다면 '기소유예 또는 선고유예' 정도는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사건의 핵심은 타인 물건을 파손해 피해를 줄 때 처벌하는 재물손괴죄인데 고의성과 위법성이 담보돼야 한다. 학생들이 한 행위는 학교 이익 즉, 대학 평가에서 과거처럼 '분규대학'이라는 나쁜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한 공익적 행위라는 데 있다.

노조의 재물인 현수막 또한 파손하지 않은 채로 전달해 범죄성립이 어렵다는 견해다. 업무방해죄는 노조원 이전에 대학 직원으로서 고유업무여부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런 법조계의 해석을 종합할 때 노조 측의 고소는 앞으로 학생들은 노조활동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성'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뒤 배경에 학교 측이 있다고 보고 차제에 이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할 일이 있고 해선 안 될 일이 있다. 어떻게 사용자도, 갑(甲)도 아닌 교육의 수혜자인 자식 같은 학생들을 고소할 수 있는가. 상식과 윤리에도 맞지 않는다.

교수의 교육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원하는 게 교직원의 책무인데 등록금을 내 자신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는 '교육소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게 말이 되는가. '콩가루 집안'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조는 이번 사태가 지속된다면 결국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만 돌아가게 된다고 판단하면 큰 오판이다. 거대 사학인만큼 망할 일은 없다고 착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이미지가 실추되면 신입생이 감소하고, '분규대학'으로 낙인 찍히면 정부지원이 중단 돼 위기가 현실화 될 수 있다.

위기엔 구조조정이 불가피 하고 그렇게 되면, 지금은 기세등등한 그들도 실직할 수 있는 '잠정적 실업자'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졸업생 취업률인데 이렇게 학교 구성원들이 싸움만 벌여서야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겠는가.

청년실업률이 날로 증가하는 엄중한 시기다. 청주대도 일부 학과를 제외하면 마치 '고급 실업자 양성소'로 전락할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지성은 차치하고 이성을 가진 집단이라면 즉각 고소를 철회하고 농성을 풀어야 한다.

학생은 도서관으로, 교직원은 면학과 취업 지원을 위한 본래 자리로 돌아가라. 더 이상 갈등이 깊어지면 학생들이 물리적 집단행동과 등록금 납부 거부운동까지 갈수 있다고 한다.

차천수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도 사태 해결에 직(職)을 걸어야 한다. 대학이 콩가루 집안으로 추락했는데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명예롭지 못한 보직에 무슨 미련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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