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이 왜 저기에?"…허락도 없이 '사진관 홍보용'으로

사진관 홍보 SNS에 올라와있는 사진들/사진=SNS 갈무리

#이모씨(26)는 지난해 한 셀프 사진관의 SNS 홍보 계정에서 본인 사진을 발견했다. 2년 전 사진관에서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은 '홍보용'으로 전시됐다. 두 사람 모두 사진이 홍보에 쓰이는 데 대한 문의를 받거나 동의한 적 없었다. 이씨는 사진관 운영자에게 전화해 사진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운영자는 설명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사진을 삭제했다. 하지만 해당 사진관에는 사진이 그대로 붙어 있다.

'내 허락'도 없이 내 사진이 사진관 홍보에 쓰이고 있다. 본인의 동이 없이 사진을 사진관 홍보 등에 이용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다. 사진관은 일일이 당사자 동의를 구하기 번거롭다거나 사진을 찍음으로써 사진이 사용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한 걸로 이해한다는 이유를 대지만 엄연한 불법이다.


19일 찾은 서울 강남구의 한 셀프 사진관, 한쪽 벽면에는 홍보용 인물사진이 가득했다. 사진관 관계자는 "잘 나온 사진들을 추려서 게시해뒀다"며 "왔다가 본인 사진이 있는 게 싫으면 떼내면 되고 싫다고 연락하면 내린다"고 말했다.

허락을 받고 사진을 홍보용으로 쓴 게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간혹 본인들 사진을 찍고서 그냥 두고 가는 경우도 있다"며 "찾아가라는 의도에서도 걸어두곤 한다"고 했다.

한 사진관 밖에 전시돼있는 사진들/사진=임소연 기자

윤모씨(31)는 최근 갓 돌 지난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스튜디오 홍보용 사진으로 게시된 걸 봤다. 윤씨는 "스튜디오에서 허락 없이 나와 내 아이 사진을 올렸다"며 사진관에 항의해 사진을 삭제했다.

윤씨는 육아 정보 공유 커뮤니티 등에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들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고 말했다. 스튜디오에서 찍은 '만삭 기념 사진'이 당사자 동의 없이 사진관 SNS 홍보계정에 올라와 이를 확인한 당사자가 항의해 사진을 삭제하는 경우다.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사진이 동의 없이 사용된) 촬영 대상자가 가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는 초상권"이라며 "다만 형법상 초상권 침해로 인한 형사처벌 조항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촬영자는 아무리 본인이 저작권자일지라도 초상권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데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촬영자에게 촬영을 위탁한 사진의 경우 사진의 저작권이 촬영자에게 있다. 다만 다른 저작물과 달리 초상 사진엔 '초상권'이 포함돼있다. 자신의 동의 없이 본인 사진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 경우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작권법 제35조 제4항에 따르면 '위탁에 의한 초상화 또는 비슷한 사진저작물은 사진 위탁자 동의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있다. 즉 아무리 저작권자라도 사진 찍힌 사람의 동의 없이가 없다면 인물의 인격적 권리를 침해해 이를 활용할 수 없다.

무단으로 온라인에 사진을 게시하고 홍보하는 사진관은 초상권 침해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고 이에 더해 저작권법 제138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