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면제' 일몰 앞두고 사립대 최대 150억 '세금 폭탄' 우려

서울 소재 한 대학 캠퍼스에 살구나무꽃이 피어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사립대가 보유한 부동산에 재산세를 면제해주던 법률 조항이 일몰을 앞두면서 대학 사이에 세금폭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방세특례제한법상 학교 부동산 재산세 면제 조항은 오는 12월31일까지만 적용된다. 면제 조항이 사라지면 사립대들은 내년부터 재산세를 내야 한다.


현재까지 대학들은 보유 중인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를 따로 납부하지 않았다. 사립대에서 부동산 재산세는 외부업체 식당이나 영화관 등 교육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상업용 시설 등에만 부분적으로 부과됐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8년 말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면서 무기한 감면 조항에 일몰기한 3년을 부여했다. 감면제도 효과 분석을 위해 무기한 감면에 단계적으로 일몰기한을 부여한다는 방침에 따라서다.

당시 행안부는 "감면 일몰기한 설정이 감면 축소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일몰기한이 도래하면 감면 목적 달성 여부, 납세자의 담세력 등을 포함한 타당성·효과성 분석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산세 면제 일몰시점이 가까워지면서 대학들은 세금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내지 않았던 재산세를 납부할 경우 대학 재정에 그만큼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재산세 면제 일몰을 연장해줄지 신경을 쓰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산세 면제 조항이 사라질 경우 내야 하는 세금 증가분을 예측하기 위해 대학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에 있는 일부 대학은 늘어나는 재산세만 50억~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 부지가 넓은 대학 같은 경우에는 150억원이 넘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일몰을 가정할 경우에는 문을 닫아야 하는 대학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에 있는 대학은 토지 가격이 비싸니까 재산세 부담도 급증하게 된다"고 밝혔다.

지방대는 올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대규모 미충원 사태로 재정압박이 커진 상태에서 재산세까지 덮칠 경우 살 길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산세를 감당할 여력이 있더라도 세금 부과 여파가 학생에게까지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세금 부담이 커진 만큼 대학에서 재산세 상승분을 충당하기 위해 등록금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1995년 이전에 사립대 학교법인이 취득한 토지에 분리과세 혜택을 적용해오던 것을 행안부가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폐지를 예고한 점도 변수다.

분리과세는 특정한 유형의 소득을 종합과세에서 분리해 별도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시행령이 고쳐지면 사립대 법인의 수익용 토지에 재산세 외에 추가로 종합부동산세도 매겨진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시행령 개정안이 2년 유예되면서 대학들이 한숨을 돌렸지만 대학 재산세 면제 폐지와 겹칠 경우 대학들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

황인성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됐고 입학금도 이제 폐지돼 대학으로서는 지출만 늘어나고 있다"면서 "재산세 부과 대상에서 대학은 제외한다는 조항이 계속 명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오는 8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 전까지 관련 검토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오는 6월까지 중점검토를 거친 다음 7월까지 심층평가를 진행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법 개정안이 나오면 일몰기한이 연장되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행안부와) 협의하기 위한 자료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