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자회사 비중 44.5%" … 알뜰폰 점유율 규제법 발의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최신 스마트폰을 자급제로 구매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최근 알뜰폰 요금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9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역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에서 직원들이 핸드폰 진열대를 소독 및 정리하고 있다. 2020.11.9/뉴스1

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에 대한 시장점유율 규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SK텔링크, KT엠모바일, KT스카이라이프,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 등 통신3사 자회사들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26일 밝혔다.

양정숙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알뜰폰 회선 가입자 927만명 중, 사물인터넷(IoT) 등 회선을 제외한 순수 휴대폰 회선 가입자는 606만명이다. 이 가운데 통신 3사 자회사의 가입자는 270만명으로 44.5%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3사 자회사 비율은 2019년 12월 37.1%, 지난해 12월 42.4%, 올해 1월 43.3%, 2월 44.5%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알뜰폰 사업은 2011년 7월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를 중심으로 급속히 고착화하면서 요금 및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고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본격 시작됐다. 그런데 망을 임대 해주는 통신 3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시장을 잠식하면서 알뜰폰 사업 취지가 무색케 될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가입자 빼앗기 위한 대리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게 양 의원의 지적이다.

현행 규정은 전체 알뜰폰 가입자 중 이통3사 알뜰폰 계열사의 가입자 수가 50%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제한한다. 다만 이는 법이나 시행령 차원이 아닌 알뜰폰 사업자로 등록할 때 부과하는 행정지도라 위반해도 별다른 제재를 할 수는 없다.

/사진=양정숙 의원실.

통신 자회사는 SK텔레콤이 먼저 설립했다. 2012년 6월 SK텔링크를 진출시켜 포문을 열었고, 뒤이어 KT가 자회사 KT엠모바일(2014년), 스카이라이프(2020년)를 통해 진입했으며, LG유플러스도 미디어로그(2014년), LG헬로비전(2020년 인수합병)이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시장확보 경쟁이 시작됐다.


알뜰폰 업계 일각에서는 통신 3사 자회사들이 과도한 마케팅으로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통신3사 자회사는 매출 성장세보다 더 큰 비용을 지출하며 적자를 보고 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 매출액은 2016년도 3230억원에서 2019년 3238억원으로 8억원(0.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통신 3사 자회사는 5096억원에서 6048억원으로 952억원(18.6%) 증가했다. 하지만 통신 3사 자회사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적자가 지속되면서 누적 적자가 1661억원에 달했다.

양정숙 의원은 "통신 3사 자회사가 지금처럼 알뜰폰 시장을 잠식해 나간다면 알뜰폰 사업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며, "모처럼 알뜰폰 가입자와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통신 자회사의 가입자 뺏기 출혈 경쟁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 자회사들의 자금력을 앞세워 무차별적인 시장 잠식은 결국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을 고사 상태로 몰아넣는 것으로 알뜰폰 시장에서의 통신 자회사 시장점유율 제한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역시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3사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법안을 제시한 바 있다. 조만간 법안소위를 열고 해당 법안에 대한 추가 논의를 앞두고 있다. 알뜰폰 계열사 수를 제한하고 알뜰폰 망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를 SK텔레콤에서 KT와 LG유플러스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과기정통부가 계열사 수 대신 시장점유율로 제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져 현재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