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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이라 처벌 안 받아"…日 14세 소녀는 얼어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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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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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0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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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14세 소녀가 실종 한 달 만에 공원에서 동사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14세 소녀가 실종 한 달 만에 공원에서 동사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 딸의 몸은 얼어붙어 있었다."

지난 2월 13일 저녁 영하 17도의 추운 날. 집 밖을 나섰다가 실종된 14살 소녀 히로세 사아야는 한 달이 흐른 3월 23일 공원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당시 공개 수사에 나선 상황이었다. 사아야의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과 친구, 자원봉사자들이 사아야의 흔적을 쫓았지만 눈 덮인 공원에서 발견된 사아야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최근 일본 매체 주간문춘 등은 홋카이도 북부 아사히카와시에서 실종됐다가 동사체로 발견된 사아야의 이야기를 전했다. 시신 부검 결과 사인은 저체온증으로 확인됐으며 범죄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후 사아야의 어머니가 딸의 죽음이 "학교 학생들의 끔찍한 괴롭힘"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실종 직전까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할 정도로 괴로워했던 사아야의 얼어붙은 시간을 추적해봤다.



방에서 들려온 "미안해, 미안해…" 딸의 수상한 독백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14세 소녀가 실종 한 달 만에 공원에서 동사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14세 소녀가 실종 한 달 만에 공원에서 동사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아야는 지난 2019년 4월, 시내의 한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줄곧 집단 괴롭힘에 시달렸다. 당시 사아야는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친구가 없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때 학교 근처 공원에서 만난 A양은 쓸쓸했던 학교 생활을 채워줄 존재처럼 보였다. 그러나 A양의 친구 B군과 C군이 무리에 합류하면서 괴롭힘이 시작됐다.

특히 C군은 사아야에게 자위 행위를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당시 C군이 사아야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벌거벗고 영상을 찍어서 보내. 보내지 않으면 콘돔 없이 (성폭행)할 거야"라는 폭력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사아야는 여러번 거절했지만 C군의 계속되는 위협에 어쩔 수 없이 해당 사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사아야의 나체가 찍힌 영상과 사진은 중학생 여러 명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공유됐다.

사아야의 어머니는 "딸의 얼굴은 어두워졌고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며 "(2019년) 5월쯤 딸은 처음으로 내게 '엄마 죽고 싶어요'라는 말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어른이 되면 법무성에서 일하고 싶다던 아이는 따돌림을 당한 이후부터 다른 사람이 됐다"며 "가끔 딸의 방에서 '미안해, 미안해'라는 독백이 들려왔다. 뭔가 사과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엄마가 사아야를 학대한 것" 처벌 피하려 거짓 진술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14세 소녀가 실종 한 달 만에 공원에서 동사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14세 소녀가 실종 한 달 만에 공원에서 동사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해자들의 괴롭힘은 점점 더 악랄해졌다.

이들은 6월 15일 사아야를 공원으로 불러 성행위를 하라고 강요했다. 당시 공원에는 A양과 B군, C군 외에도 여러 명의 초·중학생들이 함께 있었다. 가해자들은 사아야를 둘러싼 상태에서 "지금 이 자리에서 자위하라"며 그를 압박했다. 공원에 사람들이 몰려오자 이들은 공원 인근 한 초등학교 화장실로 사아야를 끌고가 다시 성행위를 강요했고, 도움을 청할 수 없었던 사아야는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후 같은 달 22일. 계속되는 괴롭힘에 고통을 호소한 사아야는 4m 높이의 강으로 뛰어들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이날 오후 6시쯤 10명 이상의 가해 학생들이 사아야를 불러 "네 사진을 전교생에게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아야가 "그만두라"고 하자 이들은 "그럼 죽어라"고 대답했고 지속적인 협박에 못이긴 사아야는 끝내 강으로 몸을 던졌다.

사아야의 어머니는 연락을 받고 급히 학교를 찾았다. 물에 젖은 교복 차림의 사아야는 "지금 죽고 싶다"고 울부짖었고 가해 학생들은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사아야를 괴롭혔다는 사실이 발각될까 우려하며 경찰에 "사아야는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아왔고 그것이 강에 뛰어든 이유"라고 거짓 진술했다. 결국 어머니는 학대 정황이 없다는 경찰의 판단이 이뤄지고 나서야 병원에 입원한 딸을 만날 수 있었다.



'촉법소년' 굴레에 갇힌 가해자 처벌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14세 소녀가 실종 한 달 만에 공원에서 동사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14세 소녀가 실종 한 달 만에 공원에서 동사한 상태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아야가 구조된 뒤 이 사건은 학교와 시 교육 당국의 내사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휴대폰을 초기화하며 증거인멸을 시도했으나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사아야의 모습이 담긴 사진와 영상물이 발견됐다. 그럼에도 가해자들은 '촉법소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갔다.

특히 직접적으로 음란한 사진과 영상 촬영을 강요했던 C군은 아동음란물제조법 위반 등의 혐의에 해당했음에도 처벌받지 않았다. 다른 이들 역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경찰은 사아야와 관련된 파일을 모두 삭제했지만 가해자들은 수사가 끝난 이후 컴퓨터를 백업해 사아야의 사진과 영상을 다시 유포했다. 경찰이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를 반복해서 지웠으나 가해자는 따로 마련한 저장 경로를 이용해 유포를 계속했다.

이후 병원에서 퇴원한 사아야는 2019년 9월, 도시 내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서 전학을 갔지만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집단 따돌림의 후유증으로 PTSD 진단까지 받았다. 도저히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없다고 판단한 사아야는 1년 넘게 집 안에만 머물렀다. 극도의 우울감에 시달린 사아야는 결국 지난 겨울 실종 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문부과학상 "전면 조사" 지시… 시 교육위 "이달 말 조사 착수"



소식이 전해지자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은 지난달 말, 사건 관련 전면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시 교육위원회는 이달 말에 사아야의 죽음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사아야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새 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괴롭힘 없는 세상은 만들 수 있다"고 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지기를 호소했다.

한편 집단 괴롭힘은 일본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로 갈수록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교육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현지 초·중·고교에서 61만 2000건의 괴롭힘 사례가 보고됐다. 해당 사례는 학생 479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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