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덩이에 깔려 비명도 못 지르고 죽은 친구, 장례도 못 치뤄"…靑 청원

/사진=청와대 청원 게시판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300㎏ 무게의 철판에 깔려 사망한 대학생 이선호씨(23)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씨의 친구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호소했다.

8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평택항에서 산재로 사망한 23살 고 이선호군의 친구입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와 이날 오후 4시 기준 8200여명의 사전동의를 얻고 있다. 해당 청원 글은 현재 사전동의 요건 100명 이상을 충족해 청와대가 공개를 검토 중이다.


청원인은 "분명히 막을 수 있던 일이었다"며 "친구는 그저 잔업으로 안전핀이 뽑혀있는 개방형 컨테이너 안에서 쓰레기를 줍다가 300㎏의 차가운 쇳덩이에 깔려 비명도 못 지르고 죽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나무합판 조각을 정리 하던 중 컨테이너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300㎏ 가량의 철판 무게에 깔려 숨졌다. 사고 당시 이씨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 담당자 등이 없는 가운데 현장에 배치됐고, 안전 장비도 지급받지 않고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원인은 이씨의 사고가 △무리한 인원 감축 △안전관리 미흡 △구조물 노후화 △초동대응 미흡 △정부의 안전관리 감독 부실 등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개방형 컨테이너 관련 작업은 당초 이씨의 일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3월 원청 업체 관리자가 바뀌면서 인력이 감축됐고 이 과정에서 이씨는 사고 당일 갑작스럽게 해당 작업에 투입됐다. 이씨는 당시 새로운 작업에 대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현장에는 이씨를 감독할 안전관리자가 없었다는 게 청원인의 설명이다.

또 청원인은 사고 발생 직후 회사 측의 미흡한 초기 대응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청원인은 "300kg의 쇳덩이에 깔려 숨이 끊어져 가는 데도 회사가 처음 전화한 곳은 119가 아닌 윗선(원청 업체)이었다"며 3차례에 걸친 보고 과정이 있는 동안 친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채 컨테이너 날개에 깔린 채 방치됐다"고 했다.

이어 "안전관리 미흡, 시설물 불량, 정부의 안일한 태도, 즉각 신고하지 않고 윗선에 보고를 거치는 시스템 등은 산재사고를 불러일으킨 전형적인 원인들 가운데 하나"라며 "예측과 예방이 불가능한 것들이 전혀 아닌데 뭐 좀 더 남겨 본다는 생각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같은 이유로 사람이 계속해서 죽는데 왜 바뀌지 않는 거냐"며 "왜 책임자들은 제대로 죗값을 치르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가 발생한 평택항 컨테이너./사진=이선호씨 친구 페이스북

청원인은 원청 업체 측과 정부의 책임있는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산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정부의 철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는 "제 친구가 도대체 왜 죽어야 했는지, 이미 예견된 일을 하필 우리 선호가 당한 것은 아닌지 알고 싶다"며 "노동자들이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지 않도록 안전관리에 관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이씨의 빈소를 마련하고 입관절차를 진행했으나 17일째 발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청원인은 "가족과 친구들이 향이 꺼지지 않도록 밤새워 곁을 지키고 있다"며 "친구가 차가운 냉동고에서 얼른 나와서 마음 편히 갈 수 있도록, 제발 제 친구에 대한 관심을 잊지 마시고 힘을 모아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