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 설치' 군의원-면장 갈등…침수구역 주민들 전전긍긍

서천군 한산면 나교리(사진 왼쪽)와 부여군 양화면 수원리가 원산천을 사이에 두고 행정구역이 나눠졌다. 하지만 원산천 직선화 과정에서 수원리 일부 토지(빨간원 부분)가 나교리 경계로 편입됐다.(B면장 제공© 뉴스1

(부여ㆍ서천=뉴스1) 김낙희 기자 = 충남 부여군 양화면 배수로 설치 공사를 놓고 빚어진 부여군의회 A의원과 부여군 B면장간의 갈등이 급기야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지역사회가 시끄럽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부여군의회 A의원과 양화면 B면장 간 문제의 발단은 배수로 설치 문제로 시작됐다. 부여군 양화면 수원리와 서천군 한산면 나교리 주민들은 수원리 마을 앞 원산천이 소하천정비사업으로 직선화됐지만, 우기 때마다 농경지가 상습적으로 침수돼 배수로 설치를 수년째 요구하고 있다.


상습 침수지역인 양화면 수원리는 부여와 서천의 군계지역으로, 농지 소유주들은 양화면 수원리와 한산면 나교리 주민이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부여군에 속하지만, 토지 소유주 중 상당수는 서천군 한산면 나교리 주민이다.

이로 인해 양화면장인 B씨가 배수로 설치사업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자 지난해 10월 서천이 지역구인 충남도의회 J도의원이 양화면이 지역구인 부여군의회 A의원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J도의원은 이곳 배수로 관련 사업비로 4250만원을 배정했고,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부여군의회 A의원은 양화면장 B면장에게 이를 채근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됐다.

당시 B면장은 “A의원의 요구대로 배수로 공사 위치를 변경하면 부여 주민이 아닌 서천 주민을 위한 사업이 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부여군 건설과에 확인 결과, 양화면 수원리 마을 원산천 인근 배수로 공사는 빠르면 올 가을에, 늦어도 내년 초 예산을 확보해 서천 나교리 부근 토지와 B면장이 원하던 양화면 수원리 원주민 토지에 동시에 공사를 추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 가운데 B면장이 지난달 5일 부여군의회에 “A의원이 부당한 인사 개입을 통해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 등을 위반했다”며 징계 처분 요구가 담긴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갈등은 감정싸움으로 비화됐다.

신고서의 골자는 A의원이 지난해 12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B면장을 다른 곳으로 전보해달라고 부여군 인사위원회 위원장인 C부군수에게 요구했으며, C부군수가 군 기획감사실장을 통해 B면장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B면장은 “지방의회 의원이 그간 보인 갑질 행태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그간의 갑질 행태를 더이상 묵고할 수 없어 A의원의 징계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여군의회는 지난 4일 행동강령운영자문위원회를 열고 A의원에 대해 제기된 신고 내용을 조사한 바 있다. 하지만 의회 관계자는 “12일부터 열리는 임시회에선 아직 A군의원에 대한 징계 윤리특위를 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권자인 C부군수는 “당시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기보다 오히려 B면장이 6월까지 양화면에 더 있게 해달라고 해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면서 “제 입장은 공무원인 B면장을 보호해야 하기에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감사 지시에 대해선 “B면장이 양화면 이장단을 모아놓고 A군의원을 폄훼했다고 해 그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기 위해 기획감사실장을 보낸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군의원은 “J도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서천 나교리 주민을 위한 도의원 사업비를 배정했는데, 행정구역상 부여 양화면이 협조하지 않자 나에게 중재를 요청해 나서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특히 B면장에 대한 인사압력은 구조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B면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양화면 수원리 이장은 “주민들이 A군의원과 B면장 간 갈등으로 배수로 사업이 늦어질까 걱정”이라며 “두 분 다 우리 마을주민을 위한 일을 하다가 이렇게 된 만큼 서로 갈등을 풀고 마을을 위해 일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여군에 따르면 B면장은 6월 말 양화면을 떠나 공로연수에 들어간 뒤 12월 말 정년퇴임과 함께 42년 공직생활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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