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이연복의 식지 않는 열정…"요리에서 레시피가 전부는 아니다"

이연복 쉐프(왼쪽)와 남변. /사진=남민준 명예기자(변호사)

"대가의 심장은 지금도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습니다"

필자는 5. 21. 캔커피를 유독 좋아하는 이연복 쉐프를 '목란'에서 만났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목란에 도착했을 때도 쉐프는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위한 사전조사를 하면서 필자가 그린 그의 모습과 인터뷰를 통해 느껴진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만,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오른 그가 그의 일을 대하는 마음 만큼은 여전히 상상 이상으로 뜨거워 좀 놀랐습니다.


이제 그의 얘기를 전합니다(편의상 존칭을 생략합니다).

(그가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했었고 대사관에서의 생활을 거쳐 일본을 다녀 온 얘기나 캔커피를 좋아한다는 얘기 등은 이전에도 꽤 기사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서는 가능한 중복되지 않는 내용을 담으려 했습니다.)

남: 캔커피를 좋아 한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그: (웃음) 냄새를 못 맡기 때문에(그는 약 30년 전에 축농증 수술을 한 후 후각을 잃었다) 내겐 향 좋은 원두커피나 쓴 한약이나 큰 차이가 없다. 미각으로만 느끼기 때문에 좀 달달한 맛이 있는 게 좋기도 하고, 캔에 들어 있는 커피는 먹고 마시기 편하고 보관하기도 좋다.

남: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안다.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 조리법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쉐프의 마음가짐이나 자세를 전하고 싶다.

기본이 정말 중요하다, 힘든 과정을 거쳐 단단히 다져 둔 기본이 있어야만 더 높은 수준으로 갈 수도 있고 오래도록 일을 할 수 있다.

힘든 과정이다 보니 그걸 이겨 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다.

남: 아들과 출연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아들의 요리에 대해 직접 칭찬하지 않았지만 따로 한 인터뷰에서는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직접 칭찬했으면 아들 입장에서 더 힘이 났을 것 같다.

그: (웃음) 대견했지만 내 칭찬으로 아들이 자만할까 걱정됐었다. 면전에서 아들 칭찬하는 것도 좀 그렇고.

남: '목란'이라는 가게 이름에서도 이전 인터뷰에서 가족에 관해 한 얘기에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그런데 무뚝뚝할 것 같다. 굳이 표현하자면 '옛날 아버지' 느낌이다. [목란은 늙은 아버지를 대신해 전장에 나간 '화목란(뮬란)'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그: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함께 가족 여행도 다니고 술 한 잔 하기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편이다. 일과 관련해서는 좀 엄격한 편인데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사실 내가 크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일을 배우지 못 했다. 가르쳐 주는 스승이 있으면 굉장히 도움이 되는데.

가르침을 받더라도 기본을 갖추어야 크게 성장하고 홀로 설 수 있다. 힘든 과정을 거쳐 단단히 다진 기본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 때문에 좀 더 엄격해지는 지는 것 같다. 가게 직원들에게도 좀 엄격한 편이고.

남: 길냥이를 돌보거나 유기견을 입양하기도 했다.

그: 생명은 귀하다. 길 위의 동물들이 천대받고 굶주리며 떠돌아 다니면서 한편으로는 사람이 두려워 숨는 걸 보면 마음이 참 안 됐다. 인간과 같은 생명이다. 안타깝고 불쌍한 마음이었다.

다행히 우리 동네에(연희동) 캣맘들이 좀 있고 수의사협회에서 사료를 지원해줘서 캣맘들에게 사료를 나눠줄 수 있을 것 같다.

남: 가엾은 동물을 돌보는 好人(호인)이다. 그런데 고양이를 해친 사람에게 정말 무섭게 화를 낸 적이 있다, 無骨好人(무골호인)만은 아닌 것 같다. 이전 인터뷰를 보면 꽤 직선적인 성격이다.

그: 화가 났다. 그래서는 안 된다. 좀 직선적인 편이다.

남: 지금의 목란이 예약을 하기 힘들 정도로 성업 중인 점에 관해 무척 감사하면서도 '맥주를 따라서 넘친 느낌'이라거나 '유기동물을 돌보는 작은 가게'를 언급한 적이 있다. 방송에 꽤 출연하면서도 매장을 늘이지도 않는다. 돈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 방송은… (웃음) 재미있다. 여태 열심히 요리하면서 가게 관리에 신경을 집중하면서 살았는데 예능방송에 출연해서 즐겁게 얘기하고 오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주로 월요일에 출연한다. 월요일이 목란의 휴일이다. 많이 출연하는 것 같지만 재방송이 많아 그렇게 보이는 거다. 휴무일인 월요일이 아니면 계속 가게에 신경이 쓰인다. 방송에 자주 보이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내가 주방을 비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난 항상 주방에 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돈은 꼭 필요하지만 전부가 아니다. 돈만을 좇는 건 내 가치를 떨어뜨린다. 내게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에게도 '스스로 가치 있는 명품이 돼라'고 애기한다. 돈은 가치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남: 젊은 시절에 관한 인터뷰 내용 중에 '고고타임, 블루스 타임'도 있고 '나이트에서 밤을 새고 대사의 아침을 챙기지 못 했던 일화'가 있다. 흥이 넘친다.

그: (웃음) 흥이 있다.

남: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가, 일 하면서 듣는 노래가 있는가

그: 가게에 손님이 있을 때 말고 준비할 때나 청소할 때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예전에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연'을 자주 불렀다. 요즘엔 '테스형(나훈아)', '애원(진시몬)'을 자주 듣는다.

남: 혈기가 넘치던 젊은 시절의 이연복과 지금의 이연복은 어떻게 달라졌나. 여전히 직선적이거나 고양이를 해친 자에 대한 분노에서는 혈기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그: 13살에 일을 시작할 때는 돈이 목표였다. 굳이 포장할 필요 없이 그게 사실이다. 어린 나이에 학교를 그만 두고 국적마저 한국이 아닌 내가 당시에 다른 곳에 취직할 길은 없었다. 그래서 이 업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벌만한 일을 고른 것이 요리였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일에 대한 애정이 생기더라. 본격적으로 찾아 보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륜이 쌓이다 보니 약간의 여유도 생겼고.

그러고 나니 오히려 더 요리에 대한 열망이 생겼고 일본에서의 10년을 거치면서 가게를 찾아 주신 손님에 대한 진심이 생겼다. '웃고 들어 온 손님이 웃으면서 나가는 가게'.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10년의 일본 생활에 관해 '처음에는 일본 사람들처럼 열심히 인사를 하긴 했는데 이걸 계속 하다 보니 진심이 생겼다'라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남: 꺼리낌 없이 레시피를 공개하는 모습에서는 대가의 여유가, '기본이 중요하다, 일은 어렵게 배워야 한다'는 모습에서는 대가의 진지함이 느껴진다.

그: 끌려 다니지 않고 내 중심을 잡으려 한다. 요리에 관해서는 타협하고 싶지 않다. 간혹 요리와 관련해 (방송 여건상) 일부 연출이 필요한 섭외가 있기도 한데 그럴 때는 양해를 구하고 출연하지 않는다.

(웃음) 대가의 여유라기 보다는 양식과 달리 중식은 만드는 요리의 양에 따라 차이가 커서 레시피 같은 걸로 공식화하기 어려워서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 것 같아 그렇지 않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요리에서 레시피가 전부는 아니다 (웃음).

남: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한 후 대사관 주방장을 거쳐 일본을 다녀 온 일, 월세 때문에 여러 차례 가게를 옮기기도 한 일, 방송출연 등 개인적 컨텐츠가 상당하다. 거기에 이미 한 분야에서 대가의 반열에 섰다. 토크쇼의 진행자로서 최적의 요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최근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웃음). 내 짤이 너무 많이 돌아 다녀서 굳이 내 방송이 아니라도 나를 볼 수 있다 (웃음).

가게 일이 내게는 굉장히 중요하다. 최근에 부주방장이 없는 상태라 더 신경 써야 하고. 출연 중인 '편스토랑'의 녹화일이 월요일인데 가게의 휴무일이다. 난 주방을 지키는 게 편하다.

최근에 대기업에서 후원하는 토크쇼 비슷한 제의가 있었다. 9월 정도로 예정되어 있다. 아마 청소년들과 얘기하는 프로그램일 것이다.

남: 상대적으로 많은 인생 경험이 있다. 옥석을 가리는 기준이 있나

그: 어려울 때도 있었고 남들보다 나을 때도 있었다. 남들보다 나을 때는 이유 없이 잘 해주며 다가 오는 사람이 많더라.

주위에 있는 사람을 계속 보는 편이다. 보다 보면 변함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수근, 유재석, 신동엽, 홍석천 같은 사람들은 대단한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소탈하더라. 변함 없이.

젊은 시절에는 혈기도 있고 선배들 일이 내 일이지 싶어 나섰다가 원치 않게 사건이나 사고에 휘말린 적도 적지 않았는데, 정작 내가 필요한 순간에 선배들이 나를 외면하더라, 버림 받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스승이 없었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남: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그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군살이 전혀 없었고 필자가 '형'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모습이었다.)

그: 자전거를 타는데 바빠서 자주는 못 탄다. 혈압이 약간 있다. 매년 건강검진을 하는데 올해는 아직이다. (웃음) 날씬하지 않다. 바쁘게 다니니 살이 덜 찌는 것 같다.


[인터뷰 후기]

필자는 그를 만나고 두 번 놀랐습니다.

필자가 그를 '형'이라 불러도 나이를 모르는 제3자가 필자에게 '버릇 없다'고 꾸짖지 않을 정도의 젊은 모습에 놀랐고,

무엇보다 여전히 치열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한 그의 일에 대한 열정 때문에 놀랐습니다.

이미 대가의 반열에 올랐고 경제적으로도 크게 어렵지도 않은 터라 약간 느슨해져도, 다른 곳에 눈을 좀 돌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텐데도, 아들에게 조차 섭섭하리 만치 엄격하게 기본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이나 주방을 떠나서는 마음이 편치 않고 여전히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주방이라고 얘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식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달구어 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열정 때문에 그는 현재의 자리에 이를 수 있었고 여전히 젊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호스트로서 토크쇼를 진행하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가 말 몇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굴곡진 삶을 거쳐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대가의 반열에 섰기 때문입니다.

이미 산을 한 번 올라 본 사람은 반드시 같은 산이 아니더라도 산과 산을 오르는 과정에 관해 산을 오르지 않은 사람보다 잘 아는 것처럼, 필자는 그라면 자신의 삶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삶과 살아가는 과정을 좀 더 공감하고 잘 이해해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는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好人(호인)이되, 때로 잘못된 일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어서 참 멋있는 사람입니다.

그가 잔인하게 고양이를 죽인 자에게 무섭게 분노를 표출했을 때도, 인터뷰 후 별 다른 말 없이 다음 인터뷰이로 '미얀마를 위한 기도송'을 연주하신 바이올리니스트 백진주 교수님을 추천해 주었을 때도.

생명을 함부로 빼앗는 행동, 그의 말처럼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하물며 길냥이가 싫어서라거나 쿠데타로 잡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