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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도 "우리 시에 지어주세요"…이건희 미술관, 이달말 결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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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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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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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월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소장품 11,023건 약 2만3천 점의 문화재와 미술품 기증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월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소장품 11,023건 약 2만3천 점의 문화재와 미술품 기증에 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증품을 전시할 곳을 놓고 복수의 지자체가 미술관 설치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유족과의 학연, 지연을 내세우거나 지역 균형 발전의 명분을 들며 각자의 지자체가 최적의 설치 장소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미술계에서는 각 미술관, 박물관에 분리 기증한 유가족의 뜻을 지켜야 한다며 별도의 근대미술관을 설립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당초 이달 중순쯤으로 예정했던 이건희 컬렉션의 전시 방안 발표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달로 예정했던 특별전 개최도 다음달로 연기됐다.



미술관 유치에 시민문화제, 초등학생 손편지까지 동원… "지어주세요"


12일 미술계에 따르면 복수의 지자체들이 문체부에 일명 '이건희 미술관'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각자의 지자체에 이 회장의 기증품을 전시할 미술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가장 먼저 SNS를 통해 부산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경남 의령, 창원, 진주, 경기 용인, 수원, 오산, 평택, 전남 여수, 대구, 세종, 광주 등도 뛰어들었다.

이들 지자체들은 이 회장과의 학연, 지연 등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경남 의령은 삼성의 창업주이자 이 회장의 부친인 이병철 회장의 고향이라는 점을, 경기 용인은 고 이병철 회장의 유택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원은 이건희 회장이 유택이 있다는 점을, 대구는 이 회장이 태어났다는 점을 들어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지역 균형 발전의 명분을 내세우는 곳도 있다. 세종은 편리한 교통과 현재 국립미술관 부지를 확보했다고, 광주는 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해 미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제각각의 이유를 들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시민단체부터 초등학생까지 시민들을 미술관 유치에 동원하기도 했다. 이건희 미술관 여수유치위원회에 따르면 전남 여수지역 초등학생들이 손편지 쓰기를 통해 '이건희 미술관' 여수 유치에 동참했다. 6월들어 7개 초등학교 430여명이 손편지 쓰기에 참여했다.
유치위원회는 "대한민국의 자랑이자 세계적 기업을 일군 이건희 회장님의 미술관이 바다미술관이 될 여수에 유치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신이 난다"는 손편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문화원에서는 이건희 미술품 특별관 용산 건립 민간추진위원회 회원들이 이건희 미술품 특별관 용산 건립을 위한 성명문을 발표했다. 10일엔 대구 미술계, 경제계, 시민단체 등이 '(가칭)이건희 국립근대미술관' 대구 유치를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건희미술관 유치를 위한 세종범시민추진위원회(이하 범추위)는 12일 세종 호수공원 일원에서 이건희 컬렉션 유치를 위한 시민문화행사를 열었다.


미술계 "유족은 분리 기증…뜻 존중해 근대미술관 지어야"



반면 미술계에서는 이런 지자체의 움직임이 고인과 유가족의 뜻과 달리 기증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위라며 별도의 근대미술관을 짓자는 주장을 펼쳤다.

미술계 인사들이 참여한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미술계의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국립근대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모임은 지난 5~8일 미술사학자, 큐레이터, 작가, 평론가 등 200명에게 설문을 발송했고 이 중 148명이 응답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78.4%(116명)는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품과 (이건희 컬렉션을) 합해 국립근대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유로는 한국사에서 상실된 근대사의 복원을 위해서라고 답변한 이가 110명(75.3%)에 달했고 "기증자의 뜻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는 답변이 35명(24%)으로 뒤를 이었다.

별도로 전체 기증 문화재 예술품을 모은 이건희 전시관을 건립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복수 응답)에 대해 "이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나누어 기증한 기증자의 뜻에 반하는 일"이라는 답이 69명(48.3%)에 달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열기를 감안 한 듯 58명(40.8%)은 "건립장소 선정의 어려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유치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문체부는 당혹스러운 눈치다. 아직 공식적으로 미술관 건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도 아닌데 지자체들이 앞다퉈 의견서를 낸 것이 예상밖이라는 눈치다.

문체부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 측이 기증하기로 한 미술품 2만3000여점을 전시할 별도 공간 마련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삼성 일가가 기증하기로 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장 미술품 2만3000여점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검토하라고 참모진에게 지시했다. 정부는 기증 물량이 방대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의 수장고가 부족한 실정이라 별도 미술관 신설 등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달 말께 이건희 미술관에 대한 장관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관련 사항을 논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6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도 다음달 말로 미뤄진다. 대신 8월로 예정된 국립현대미술관의 특별전은 당겨 두 기관의 특별전이 동시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 회장의 기증품 중 지정문화재 60여건 위주로 다음달 말부터 특별전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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