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교, 백신 접종자 빨간색-미접종자 검은색...'백신 낙인' 논란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 파티에 참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구분하는 표식을 남겨 논란이 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졸업 파티에 참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구분하는 표식을 남겨 논란이 됐다.

12일(현지시간) 미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뉴햄프셔주에 위치한 엑시터 고등학교가 졸업파티에서 학생들의 손등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빨간색을, 미접종자는 검은색 표식을 남겼다.


검은색 표식을 받은 백신 미접종자 학생들은 학교 측에서 위치와 동선을 기록할 수 있도록 춤을 출 때도 노래 3곡이 끝날 때마다 손을 들어 자신의 위치를 알려야 했다. 학교 측이 위치와 동선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분노해 멜리사 리치필드 뉴햄프셔 주의회 하원의원에게 항의 편지를 보냈다. 그들은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학생들에게 꼬리표를 붙였다"며 "아이들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적었다.

이에 멜리사는 "학부모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혀 몰랐고 학교는 백신 증명서를 내지 못하는 학생에게 낙인을 찍었다"며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학교 측은 웹사이트에 졸업 파티 관련 공지를 띄웠다. 공지문에는 "파티에서 춤을 추도록 허용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접촉자 추적 관리 시스템에 응하지 않는 학생은 졸업 파티에서 일찍 떠나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마이크 모나한 교장은 "일부 학생들이 우려한 것은 알지만 우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식은 오로지 추적이 필요할 경우 사용되고 며칠 내로 파기될 것"이라며 "오히려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해명했다.

라이언 뉴햄프셔 교육감도 "300명 이상이 참석한 졸업 파티에서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추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학교 측 조치를 두둔했다.

또 그는 엑시터 고등학교를 비롯한 고등학교들의 졸업 파티에서 접촉자 추적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 여부에 대한 내부 감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