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종왕 유엔평화기념관 관장 “참전용사는 대한민국 최대 영웅”

박종왕 유엔평화기념관 관장.(유엔평화기념관 제공) © 뉴스1

(부산=뉴스1) 이유진 기자 = “참전용사 여러분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 수호의 최대 영웅이십니다. 저희가 잘 기억하겠습니다.”

박종왕 유엔평화기념관 관장은 6·25 참전용사가 있었기에 전쟁의 폐허를 이겨내고 지금의 대한민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유엔평화기념관은 국가보훈처 산하 현충시설로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유엔군을 기리고 세계평화와 관련된 각종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4년 11월11일 건립됐다. 또 유엔군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계승해 자유와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국가와 공유하기 위한 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다.

유엔평화기념관은 유엔평화문화특구 사업의 민간주체로서 국제화 교육 프로그램 추진, 참전국 교류사업 및 국제협력 지원 등 각종 평화사업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통해 유엔평화기념관은 부산이 세계 평화의 중심이자 유엔과 교류하는 민간외교의 중심지로 우뚝 서고 평화정신이 더욱 번창할 수 있길 염원한다.


박 관장은 2007~2008년 국방대학교 안전보장대학원장, 2009~2010년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겸임교수, 2011~2016년 국가보훈처 제대군인국장을 지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는 유엔평화기념관 관장을 맡고 있다.

<뉴스1>은 16일 6·25전쟁과 참전용사를 기억하고 그 평화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부산 유엔평화문화특구 중심 축인 유엔평화기념관에 대한 박 관장의 생각을 들어봤다.

다음은 박 관장과의 일문일답.

-유엔평화기념관은 어떤 곳인가.

▶쉽게 설명하면 국가보훈처 산하의 현충시설이다. ‘유엔참전용사 명예선양에 관한 법률’에 나와 있듯이 유엔참전용사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널리 알리고 유엔참전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제1종 전문박물관이자 교육의 장이다. 2014년 11월11일에 건립됐다. 구체적으로 유엔평화기념관은 감사와 기억의 공간으로서 조국의 위기였던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수호한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의 공헌을 기리는 전시활동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국제평화를 위한 유엔의 역할, 세계무대에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활약상을 알리고 있다. 앞으로 세계평화를 위해 더욱 큰 역할을 담당할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인재양성을 위한 여러가지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최근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 참전용사를 모시고 진행한 ‘영웅의 귀환’ 행사가 눈에 띈다. 이번 행사를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6월5일 50여분의 6·25 참전용사와 가족들을 모시고 ‘영웅의 귀환’ 행사를 진행했다. 참전용사 한분 한분의 사진을 찍고 개별로 인화해서 전달해드렸다. 지금 유엔평화기념관에서 ‘Project Soldier’ 기획전시 중인 라미 사진작가와 함께 이번 행사도 진행했다. ‘영웅의 귀환’ 행사는 6·25 참전용사들 중 현재 생존해 계신 분들이 80대 후반에서 90대 중반의 연령대이기 때문에 돌아가시기 전에 이분들의 모습을 후손들이 어떻게 기억하도록 만들 것이냐 하는 차원에서 기획하게 됐다. 학도병으로 17살부터 20대 초반의 한참 어린 나이에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서 싸우셨던 분들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계신지와 참전용사의 역할을 제대로 알리면서 참전용사 분들께도 자부심을 갖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부산지역 각 구 참전용사협회의 요청을 받아서 참전용사 분들을 모셨고, 굉장히 의미가 깊었던 행사였다. 특히 행사가 끝나고 참전용사 분들이 하셨던 말씀들이 기억에 남는다. 한 참전용사 분이 제 손을 꼭 잡고는 본인이 수많은 6·25 관련 행사를 갔지만 이번에는 정말 마음이 뭉클하고 예우받는 느낌이 들었다며 참전용사인 것이 자랑스러웠던 행사라고 말씀하시더라. 이런 행사는 부산에서만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 행사를 기획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이라는 매개물을 통해서 참전용사 분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또 후손들이 기억하는 하나의 징표를 만든 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라미 작가의 참전용사 사진특별전 ‘Project Soldier’도 의미하는 바가 깊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참전용사 사진전은 ‘유퀴즈온더블럭’에 나왔던 라미 작가의 특별전이다.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군, 유엔군 참전용사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기획했다. 저도 70대의 나이로 질곡의 역사를 체험하며 살아온 입장에서 그걸 체험하지 못했던 젊은이가 6·25전쟁 때 자유, 평화를 수호했던 유엔참전용사 분들의 70년 이후의 모습을 담아 후세에 알리고 또 그분들께 감사를 표하는 것을 보면서 참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만나서 보니까 정말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가 느껴졌다. 자유가 거저 주어지는 것으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말 어려운 대가를 치르면서 얻은 값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 오늘날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소중한 희생을 치렀던 유엔참전용사 분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해하고,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본인을 찾아온 것에 대해서 굉장히 뿌듯해 하더라고 말하더라. 라미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대견스럽기도 하면서 젊은이가 참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젊은이가 사진이라는 예술을 통해서 이렇게 좋은 측면을 저에게 가르쳐 준다고 생각했다. 저는 라미 작가를 통해 오히려 배우고 있다고 느낀다.

이번 기획전시의 관람 팁을 드린다면 참전용사들의 눈빛 하나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길 권한다. 나라, 부대, 인종에 관계없이 눈빛이 거의 똑같다. 관람객들이 눈빛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오는 10월까지 유엔평화기념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참전용사 분들이 다시 한번 ‘영웅’으로 기억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유엔평화기념관에서 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던데.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는가.

▶교육은 크게 두가지 분야를 중점으로 삼고 있다. 첫번째는 유엔군이 참전한 것 자체가 세계평화유지라는 측면, 그런 차원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는 교육이다. 그래서 평화체험스쿨 교육을 하고 있다. 국방대학교 예하의 PKO센터와 협약을 맺고 세계평화 유지를 위한 실질적인 활동들이 무엇인지를 느끼도록 하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막기 위해서 해야 할 바를 교육하는 데 주안을 둔다.

다음 하나는 ‘세계 속의 우리, 세계 속의 나’에 대한 교육이다. 세계시민으로서 좀 더 큰 차원의 ‘나’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세계시민 교육의 핵심이다. 이 교육은 유네스코 산하의 아태국제이해교육원과 협약을 맺어서 진행하고 있다. ‘나’는 세계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왜 ‘내’가 세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서부터 교육을 시작한다. ‘내’가 세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또 무엇을 실천해야 할 것인가를 교육하는 것이다. 건전한 세계인이 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다. 세계인재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제기구는 어떻게 움직이고,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 등도 교육한다. 국제회의장을 만들고 모의 국제회의 체험도 하도록 하고 있다.

-이 외 진행하는 행사 중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꼭 알리고 싶은 행사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진행되는 ‘유엔평화기념관 독후감 공모전’이다. ‘6·25가 뭐에요?’라는 한글·영문 합본으로 된 단행본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이다. 한글 독후감을 쓰든 영어로 쓰든 상관없다. 이 책을 통해서 6·25에 대해서 간략하지만 제대로 알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6·25가 무엇인지, 어떻게 발생했는지, 자유와 평화가 어떻게 지켜졌는지 알고 공감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저희 자체 예산으로 책을 사서 필요한 교육기관에도 보내고 있다. 읽기도 쉽고 영어 공부도 할 수 있고 6.25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초·중·고·일반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6·25전쟁 70주년 특별기획전 ‘UN, 그들의 기억’과 노르웨이 특별사진전, 6·25전쟁 70주년 설치미술 ‘아리랑’ 전시 등 다양한 전시가 많이 진행된다. 저희 기념관을 많이 방문하셔서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

-평화특구 부산 남구에서 유엔평화기념관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유엔평화기념관은 유엔참전용사를 위한 세계 유일의 기념관이고, 재한유엔기념공원과 더불어 부산 남구 유엔평화문화특구의 중심 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남구에는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유엔기념공원과 유엔참전용사의 명예를 선양하는 유엔평화기념관이 위치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유엔도시 부산의 가장 상징적인 인프라가 있는 곳이다. 이런 측면에서 인프라를 활용하는 게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유엔평화문화특구 각 기관들을 도는 스탬프 투어가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활동이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유엔센터나 수련원 같은 기관이 추가적으로 들어와서 스탬프 투어를 마친 뒤 함께 모여 토의하고 결론을 만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유엔평화기념관을 유엔도시 부산을 브랜드화하는 데 핵심적인 기관이라고 인식해줬으면 좋겠다. 또 유엔평화기념관이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참전용사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희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서 ‘영웅의 귀환’ 행사도 진행했지만 6·25 참전용사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하신 분들이다. 참전용사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짧은 기간 동안 산업화, 민주화를 이루고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기적을 이룬 주인공이 우리 참전용사 분들이다. “참전용사 여러분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 수호의 최대 영웅이십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십시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저희가 예우하고 감사드리고 잘 기억하겠다. 마음 푹 놓고 후손들이 만들어가는 대한민국 잘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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