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구속' 검증 첫 관문부터 '삐걱'…윤석열 대권 영향은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인 최모씨가 2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에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3년의 법정구속을 받으면서 대권 가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가족이라도 예외없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대권 선언 후 가족에 대한 첫 검증부터 여권의 공세에 휘말리게 돼 향후 행보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적용 예외 없어" 尹 정면돌파 의지 밝혔지만…

대권 행보에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 기념재단을 방문해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윤석열 캠프 제공)/사진=뉴스1

2일 윤 전 총장은 장모 최씨에 대한 판결 직후 "그간 누누이 강조해 왔듯이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캠프는 당초 이날 선고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공지했는데, 이를 뒤집고 윤 전 총장의 짤막한 입장문을 전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그간 "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누구나 동등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고 가족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도 이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그의 입장문이 사태를 수습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1일 국민의힘 의원들을 만나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해당 발언이 와전됐다고 추후 해명이 되긴 했지만 이번 판결로 윤 전 총장이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윤 전 총장은 이날 공개 일정이 없다는 사전 공지와 달리 김영삼도서관과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방문 사실을 추후에 알렸다. 주말 동안에도 비공개 일정을 이어간다.
與 "10원이 아니다, 2015년엔 왜?" 野 '난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당장 여권에선 기다렸다는 듯 공세를 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10원이 아니다. 22억9000만원이다"라며 "윤석열 장모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실형, 법정구속. 첫 번째 검찰 수사에서 동업자 3명은 기소되고 유죄판결이 내려졌음에도 이 사람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는지 면밀히 조사, 감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님의 장모는 왜 2015년에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을까"라고 썼다. 그는 "오늘 재판부는 '피고인이 요양병원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가 모두 인정된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렇게 명확한 사안에 대해 당시 검찰은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그 당시부터 계속 검찰에 몸담고 계셨던 윤 전 총장님이 답하셔야 할 부분은 이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당에 들어와야 보호를 하든 사실관계를 확실히 캐보든 할 텐데 본인이 아닌 장모 문제인 데다 당 밖 주자라 코멘트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당 대표도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다. 다만 성남시 분당구 '분당 판교 청년토론배틀'을 진행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민국은 연좌를 하지 않는 나라"라며 "그 분(장모)의 과오나 혐의에 대해서 대선 주자가 영향을 미치는 게 있느냐, 없느냐가 국민들의 잣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입당 자격 요건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무리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윤 전 총장을 과도하게 방어하기도, 나몰라라 하기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대표의 속내는 훨씬 복잡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 서막에 불과…'정의·공정' 명분 타격 불가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치권에선 이날 판결이 윤 전 총장 본인과 처가를 둘러싼 각종 사법 리스크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작잖다. 수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이번 최씨 사건을 포함해 서너 건에 달한다. 부인 김건희씨도 전시 기획사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가담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윤 전 총장 자신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정의와 공정, 법치주의를 강조해온 만큼 정작 가족 문제에 떳떳하지 못하다면 대권 행보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부패 완판' 공격도 파괴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민들이 연좌제 여부를 묻는 게 아니며 도덕성을 묻는 것"이라며 "장모가 단순한 범죄 혐의가 아니고 죄질이 나쁜데 윤 전 총장 입에서 공정과 정의가 나올 때 국민들에게 얼마나 통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고비는 금방 진화되기보다 더 큰 고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한 역학관계가 역전될 수도 있단 의견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국민의힘으로선 오히려 불똥이 튀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길 수 있다"며 "국민의힘은 현재 당 지지율이 윤석열 개인보다 높기 때문에 향후 여론 추이를 보면서 상황이 좋지 않으면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