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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오니 많이 힘들지…이 '버스'에 타렴[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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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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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에서 위기 청소년 찾는 '여우별 버스'…"재밌게 놀다 친해지면 그제야 마음 열지요"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안 보였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9세부터 24세까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탈 수 있는 즐겁고 따뜻한 버스. '여우별 버스'가 서울 노원의 와우쇼핑몰 앞에 서 있었다. 늦은 밤 9시까지. 코로나19 전에는 새벽 2시까지 했단다. 혹여나 위기에 빠졌을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시작한 청소년 이동 쉼터다. 게임도 할 수 있고, 맛있는 것도 먹고,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9세부터 24세까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탈 수 있는 즐겁고 따뜻한 버스. '여우별 버스'가 서울 노원의 와우쇼핑몰 앞에 서 있었다. 늦은 밤 9시까지. 코로나19 전에는 새벽 2시까지 했단다. 혹여나 위기에 빠졌을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 시작한 청소년 이동 쉼터다. 게임도 할 수 있고, 맛있는 것도 먹고,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집 나오니 많이 힘들지…이 '버스'에 타렴[남기자의 체헐리즘]
두 뺨이 얼얼하게 추운 겨울이었다. 밤 9시, 한 아이가 여우별 버스에 탔다. 열일곱 살이라 했다. 선생님은 아이 행색을 보고, 집을 나온 것 같다고 짐작했다. 그래서 조심스레 이야길 나눴다. 그러나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집 나온 거 아니에요. 절대로. 저 이만 갈게요."
"그래, 혹시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와! 버스는 새벽 2시까지 열려 있으니까."
"저 도움 필요 없거든요!"

그리고 새벽 1시 55분. 끝나기 직전까지 고민했을 아이는, 다시 버스로 돌아왔다. 모두가 안도하며 그를 따스하게 반겼다. 아이는 그제야 솔직히 말했다. "사실은 저, 집을 나왔어요. 도와주세요." 그날 선생님들은 새벽 5시까지 아이를 돌보며, 그를 도울 방법을 찾았다.
게임을 하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 서먹해하는 아이들과 친해지는데엔 최고라고. 시원한 에어컨은 기본이다./사진=남형도 기자
게임을 하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 서먹해하는 아이들과 친해지는데엔 최고라고. 시원한 에어컨은 기본이다./사진=남형도 기자
희한한 버스가 있다고 했다. 청소년들만 탈 수 있다고 했다. 여름엔 에어컨이 빵빵하고, 겨울엔 온기가 가득하단다. 공짜 간식도 컵밥도 먹을 수 있다. 보드게임도, 비디오게임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핸드폰 충전도 되고, 와이파이도 맘껏 쓸 수 있다. 그리고 뭣보다, 아이들이 많은 곳만 찾아다니며 구석구석 누빈단다.

이름이 '여우별 버스'라고 했다. 여기는 우리 청소년들의 별난 세상, 뜻이 그랬다. 별나긴 별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여기서 대체 뭘 하는 걸까. 몹시 궁금했다. 그래서 마흔 다 된 아저씨가, 아이들 있는데 하루만 좀 껴보기로 했다.



오기 힘들면 우리가 만나러 갈게, 너희 별로


화요일엔 홍대, 수요일엔 신촌, 목요일엔 노원, 금요일엔 중랑구로 가는 여우별 버스. 집을 나온 아이들은 위생도 안 좋고 아픈 경우가 많아, 생필품은 물론 의약품까지 구비해둔다./사진=남형도 기자
화요일엔 홍대, 수요일엔 신촌, 목요일엔 노원, 금요일엔 중랑구로 가는 여우별 버스. 집을 나온 아이들은 위생도 안 좋고 아픈 경우가 많아, 생필품은 물론 의약품까지 구비해둔다./사진=남형도 기자
8일 오후 4시, 마침내 여우별 버스를 찾았다. 정차해 있던 곳은 서울 노원구 와우쇼핑몰 앞. 커다란 버스 겉면엔 '여우별'이란 글자와 함께, 어린 왕자가 여우를 안고 있는 그림이 있었다. 예쁘고 범상치 않았다. 내부는 가려져 있었다.

기웃거리고 있자니 유찬모 소장이 다가와 여우별 버스가 뭔지 설명해줬다.

정식 명칭은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서울 YMCA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은 청소년 지원시설이란다. 운영 예산은 전액 지원되는데, 서울시와 여성가족부가 절반씩 부담한다. 지역별로 여우별(노원, 중랑, 서대문, 마포), 우리별(은평, 강북, 동대문, 성북, 노원), 작은별(송파, 관악, 강서, 강동), the작은별(송파, 강서, 금천, 구로, 서초),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운영 시간은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현재는 네 곳 모두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만 운영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운영 시간은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현재는 네 곳 모두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만 운영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가정 밖, 학교 밖 위기 청소년들을 찾아내어 보호하는 게 주요 목적이란다. 그렇지만 청소년 누구나 올 수 있다. 왜 버스까지 만들며 아이들을 찾아왔느냐는 물음에, 유 소장은 "청소년 쉼터가 이미 있지만, 규칙이 많다며 아이들이 꺼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건 안 돼, 저건 하지 마, 그게 싫어서 잘 안 온다는 게다.

그렇다고 위기의 아이들을 모른 척할 수 없으니, 어른들이 그러면 안 되니, 최전방까지 버스를 타고 만나러 온 거였다.



"아하하, 신나요!" 이 버스, 좋아할 수밖에


모자이크해서 안 보이지만, 다들 활짝 웃고 있어요./사진=덩달아 행복한 남형도 기자
모자이크해서 안 보이지만, 다들 활짝 웃고 있어요./사진=덩달아 행복한 남형도 기자
45인승 버스에 직접 타보니, 여기 참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버스 내부는 이미 애들 웃음으로 시끌벅적했다. 10살인 초등학생 넷은 자동차 게임 삼매경이었다. "꺄아악." "야아아아, 신나아아." "저 거꾸로 가요오, 으아악." "으아아아, 나 죽을 뻔했어!" "끄으하하, 나 공격당했어!" 마스크를 쓰고도 못 숨기는, 행복한 웃음소리가 이 버스의 배경음악이었다.

재밌게 놀면 배고파진다. 한창 먹을 나이 아닌가. 시원한 음료도, 맛있는 과자며 간식도 있었다. 전부 무료다. 코로나19라 간식은 봉지에 챙겨 넣어줬다. "얘들아, 이거 하나씩 가져가!" 그러나 코로나 이전엔 야밤에 컵밥 먹으러 많이 왔단다. 곽요셉 선생님이 말했다. "컵밥을 하도 돌려서, 전자레인지가 터지는 줄 알았어요. 하하." 오죽하면 버스 앞에 줄까지 섰을까.
강아지도 이렇게 잘 그리고요. 아이들이 "핸드폰 케이스 만들고 싶어요"라고 선생님께 이야기하자, 선생님은 "다음에 준비해둘게, 또 놀러와"라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강아지도 이렇게 잘 그리고요. 아이들이 "핸드폰 케이스 만들고 싶어요"라고 선생님께 이야기하자, 선생님은 "다음에 준비해둘게, 또 놀러와"라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선생님도 다들 친구 같았다(젊기도 하다). 아이들과 서로 장난도 쳤다. 서로 편하다는 뜻이리라. 한 아이가 선생님에게 "쌤, 농담 재미없어요"라고 하자 선생님은 "그래도 호응 잘해주잖아"하고 함께 웃었다. 늦은 밤, 컵밥을 먹으러 온 아이는 "해장하러 왔어요"라고 하고, 그걸 본 한승주 선생님은 "야, 니네 요즘은 술 어디서 먹냐"고 묻는다. 그러면 이렇게 답한단다. "에이, 쌤~ 저희가 뚫어놓은 데가 다 있죠. 하하" 그리 어우러지고, 가까이 다가간다.

좋아하면 자주 오게 된다. 와서 핸드폰만 하다 가기도 하고, 학원 숙제하기도 하고, 피곤하면 쪽잠을 자고 가기도 한다. 맘 편히 쉴 수 있는 버스였다. 그것만으로도 참 필요한 곳이었다. 실은 청소년들이 마땅히 갈 곳도 없으니. 동네 놀이터는 몸이 크면서 어린이들에게 내어줬고, 나머진 다 어른들 몫이었으니, PC방과 노래방을 찾아다닌다.



친해지니, 그제야 말하는 아이들


"웬 비타민이에요?" "설명하려면 좀 긴데, 어쨌든 가져가." "상한 거 아니에요?" "안 상했어!" 선생님과 아이의 대화, 이렇게 편히 주고 받는다./사진=남형도 기자
"웬 비타민이에요?" "설명하려면 좀 긴데, 어쨌든 가져가." "상한 거 아니에요?" "안 상했어!" 선생님과 아이의 대화, 이렇게 편히 주고 받는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리 놀다 보면 아이들과 친해진단다. 그러면 서서히 마음을 연다. 그래야 비로소 고민을 털어놓는다고. 그러니 실은, 보드게임이나 비디오게임은 친해지기 위한 거였다. 하긴, 대뜸 처음 만난 청소년들에게 "네 고민 얘기해봐"하면, 누가 얘기할까.

친구들과 놀러 온 아이가 있었다. 처음엔 게임만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과 자연스레 친해졌다. 언젠가부터는 혼자 오기 시작했다. 두세 달 정도 지났을까. 고민을 털어놓았다. "선생님, 저 힘든 게 있어요." 들어보니, 홀로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선생님들은, 아이가 얘기해준 게 고마웠고 또 걱정했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필요한 곳으로 연계해 줬고, 심리상담 치료도 받게 해줬다. 아이는 많이 나아졌고, 지금도 찾아온다고 했다.

또 다른 청소년은 무척 밝았다. 곽요셉 선생님은 그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면서, 에너지가 좋다고만 생각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니 옷차림이 얇아졌고, 비로소 아이의 상처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해의 흔적이었다. 집에 작은 일만 있어도, 마음이 무너지는 섬세한 아이였다. 상담한 뒤엔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표정이 달라보였단다.

곽 선생님은 그 아이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잘 웃고 밝은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몸에선 내 얘길 들어달라고, 봐 달라고, 도와달라고 하고 있었던 거예요."

친밀감이 형성되고, 이야길 털어놓기 시작하면 오히려 보드게임을 안 한단다. 친한 형에게, 언니에게 상담하러 오는 게다. 한승주 선생님은 친한 언니처럼 이야길 나눈다. 아이들은 미주알고주알, 그에게 수다를 떤다. "쌤, 저 남자친구랑 헤어질 것 같아요"라거나, "쌤, 이번에 옷 산 건데, 이거 어때요?" 이렇게.



밤길을 방황하는 아이에게, "보드게임 하러 와요"


밤엔 구석구석 다니며, 위기 청소년들을 찾는다. 여우별 버스로 오라고. 너희를 기다린다고. /사진=엉덩이가 터질 것 같은 남기자(살빼자)
밤엔 구석구석 다니며, 위기 청소년들을 찾는다. 여우별 버스로 오라고. 너희를 기다린다고. /사진=엉덩이가 터질 것 같은 남기자(살빼자)
버스는 가깝지만, 여전히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지 않았다. 다가간다, 더 가까이. 학교로 직접 가서 여우별 버스를 홍보하고, 낮엔 번화가에, 밤엔 주택가 놀이터를 다니며 위기의 아이들을 찾는다.

낮엔 노원 문화의 거리를, 밤엔 인근 아파트 단지 내를 선생님들과 함께 다녀봤다. 파란 조끼를 입는데, 담배 피우던 아이들이 서울시 공무원인가 싶어 도망가기도 한다고. 길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면 간식 봉지를 주며 "보드게임 하러 와요, 공짜에요, 종류도 되게 많아요"라고 친근히 말을 건넸다. "어, 친구 데리고 갈게요"라고 말해줄 땐, 어쩐지 고마웠다.

특히나 밤엔 컴컴한 구석구석을 눈과 귀로 살폈다. 밤 10시가 넘으면 PC방에도 못 남아 있고, 집엔 가기 싫어 배회하는 아이들이 많단다. 갈 곳이 어디 있으랴. 그러니 여우별 버스는 밤늦게까지 불을 밝혀놓는다. 아이들이 길을 잃지 말라고, 너무 춥거나 덥지 말라고, 언제든 와서 놀고 쉬고 먹으라고, 친해져서 같이 얘길 나누자고.
너무 오래, 홀로 돌아다니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은 안 했어도 눈길은 바빴고, 그 마음은 다 그랬다./사진=남형도 기자
너무 오래, 홀로 돌아다니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은 안 했어도 눈길은 바빴고, 그 마음은 다 그랬다./사진=남형도 기자
밤길을 앞서 걷던 조경현 팀장은 "여기 놀이터도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다"며 여기저기로 척척 이끌었다. 그는 청소년들을 학생이라 하지 않고, 친구라고 불렀다. 학교를 안 다니는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싶어서라고 했다. 그래서 몇 학년이 아니라, 몇 살인지 묻는다. 겉으론 친근했으나 마음은 보드랍고 섬세했다.



누가 문제아고, 비행 청소년이랬나


그림을 그리고 뭔지 맞추는 보드게임을 하는 아이들. 마냥 즐겁다. 해맑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그냥 보는 걸로도 참 좋았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에너지를 더 받는다"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림을 그리고 뭔지 맞추는 보드게임을 하는 아이들. 마냥 즐겁다. 해맑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그냥 보는 걸로도 참 좋았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에너지를 더 받는다"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버스로 다시 돌아와선 열여덟 살이라는 아이 셋과 보드게임을 했다.

그림을 그리면 그게 뭔지 맞추는 거였다. 알라딘에 나오는 램프의 지니를 그렸더니, 옆 친구가 '물개'라고 적었다(제 그림이 나빴어요, 미안해요). 곽 선생님이 그린 된장찌개를 보고, 난 '건물'이라고 답을 썼다. 그의 그림 세계는 난해하고 심오했다. 개구리 뒷다리를 그린 걸 보곤 깔깔대며 함께 웃었고, 그걸 그린 친구는 "소싯적에 제가 개구리 뒷다리를 먹어봤어요"하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중 웃음이 많던 한 아이는, 선생님들이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다가 데려왔단다. 가출 경험도 있었단다. 화장도 했고, 옷차림도 어찌 보면 어른스럽게 입었다. 그게 뭐가 중요하랴. 함께 보드게임 했을 때, 아이는 "난 내가 이런 거 좋아할 줄 몰랐어. 동심의 세계야"라며 해맑게 웃었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녔다.

그런데 흔히 가출 청소년이라며 편견을 씌운다고, 선생님들은 그게 속상하다고 했다. 한승주 선생님은 "반항심에 가출할 수도 있지만, 살려고 도망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외부 압력과 폭력을 겪어서다. 조경현 팀장은 "문제아라고, 비행 청소년이라고, 사고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어려운 상황이 된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착하다고, 귀엽다고, 재밌다고, 아이는 아이라고. 선생님들이 겪은, 그 문제의 청소년들은 대부분 실제로는 그랬다. 그래서 가출 청소년이란 말 대신, 가정 밖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혹여나 어른들 잣대로 재단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상처 입을까 걱정되어서다.



그러니, 여우별 버스로 오렴


여우별 선생님들과 유찬모 소장님(보라옷)과 기자. 사진은 제가 잘 나온 걸로 골랐습니다. 송구합니다./사진=여우별 한승주 선생님
여우별 선생님들과 유찬모 소장님(보라옷)과 기자. 사진은 제가 잘 나온 걸로 골랐습니다. 송구합니다./사진=여우별 한승주 선생님
'돈도 안 되는 청소년판'이라고 부른단다. 청소년 돕는 일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최저 임금보다 좀 더 받고, 집과 차를 살 수 없으며, 대출은 필수라고. 한 선생님과 곽 선생님도 애초 이 일을 하기 전, 그걸 알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돈도 안 될 거란 걸, 그래서 어쩌면 고생할 걸 알고도 기꺼이 아이들에게 왔다. 이유를 묻자, 그들은 이렇게 답했다.

"도움을 줄 수 있잖아요. 힘도 나게 해주고요. 그런 아이들이 더 커서,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껴요. 그것 때문에 한 거지요." (곽요셉 선생님)

"힘들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죠. 처우가 좋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럼 뼈를 묻을 생각으로 하겠지만요(하하)."(한승주 선생님)

아이들과 게임하며 은근슬쩍 말 걸고 친한 척하는 이들. 그 와중에 떠오르는 사소한 감정과 표정까지 알아채는 이들. 틈날 때마다 서로 "쌤, 걔 어떡해요"라며 걱정하는 이들. 더 해줄 게 없음을 맘 아파하는 이들. 배고파 물로 배를 채우는 아이에게, 밥 좀 먹고 오라며 눈치 준 어른이 있었다며 대신 화내주는 이들이, 그들의 진심이, 이 버스엔 가득했다.

그러니 선생님들 마음이 다 같이 이랬으리라.

"얘들아, 여우별 버스로 오렴. 너희 편인 우리가, 언제든 기다릴게."
"옆에 좀 앉을게." "싫어요, 다른 데 앉아요." 그래도 아이는 싫어하지 않았고, 선생님들도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사진=안 듣는척 하며 다 듣고 있는 남형도 기자
"옆에 좀 앉을게." "싫어요, 다른 데 앉아요." 그래도 아이는 싫어하지 않았고, 선생님들도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사진=안 듣는척 하며 다 듣고 있는 남형도 기자
에필로그(epilogue).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단 아이가 버스에 탔다. 그러나 밥 사달란 말은 먼저 안 했다. 선생님들은 그걸 다 알아서, 버스에 타자마자 늘 "밥은 먹었어?"라고 물었다.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밥부터 먹고 오자며 선생님들이 나섰다.

김치찌개를 먹고 돌아온 아이는 맛있었다며, 배부르니 이제야 졸음이 온다고 했다. 편안한 자세로 선생님과 수다를 떨었다. "오늘 밤엔 덥고 비도 온대, 모기도 많잖아", 선생님이 말했다. 집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말이었다.

내일도 버스에 밥 먹으러 오라는 말에 아이는 장난을 쳤다.

"슬기쌤, 내일 저 안 오면 굶는 거예요?"

그러자 선생님이 대답했다.

"기다릴게."

그 말에, 아이는 어쩐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함박웃음을 지었다.
청소년 쉼터가 수도권에만 이렇게나 많다. 이 사진을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언제든 이용했으면 좋겠다./사진=남형도 기자
청소년 쉼터가 수도권에만 이렇게나 많다. 이 사진을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언제든 이용했으면 좋겠다./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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