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앞 안보이는데…부품 관세 부활 앞둔 항공사

'코로나19(COVID-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항공기 부품 수입 비용이 항공업계의 새로운 악재로 부상했다. 올해까지 면제됐던 관세 혜택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여객 수요 회복이 여전히 요원한 만큼 이같은 부담까지 더해지면 업계 정상화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로 수입되는 항공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조치는 내년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현재 100%인 관세 감면율은 내년 80%, 2023년 60% 식으로 점진적으로 줄어들어 오는 2026년에는 면세 조치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항공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는 지난 2001년 제정된 관세법 제89조에 따른 것이다. 부품에 적용되는 관세를 없애 항공사들의 정비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항공정비산업의 국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이같은 특례가 일몰 조치를 맞게 된 것은 2013년 미국·유럽연합(EU) 등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정부가 국내법으로 더 이상 특례 조치를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문제는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FTA를 통한 관세 면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FTA를 통해 부품 관세를 면제 받으려면 항공기 제작사들이 FTA 체결국에서 해당 부품을 생산했다는 원산지 증명이 필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원산지 증명을 위해서는 추가 비용 등이 발생하는데 제작사들이 갑의 위치에 있다보니 국내 항공사들이 요구해도 거의 무시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런만큼 관세 면제 특례가 사라지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내 항공업계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현재 항공사들이 면제 받는 비용 규모는 약 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향후 항공 수요가 다시 회복될 경우 이 비용은 최대 15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코로나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에는 사실상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는 현 업계 상황에서 늘어나는 부품 비용은 경영정상화를 늦추는 또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추진하는 항공정비(MRO) 사업도 경쟁력 강화에 난관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관세 면제 연장이 어렵다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민간항공기협정(TCA) 가입을 통해 부품 관세 면제를 받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TCA는 항공기 부품 교역 자유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가입국끼리는 항공기 부품 수입시 관세를 매기지 않는다. 현재 미국, 캐나다, EU 등 32개국이 가입한 상태다.

업계가 이같은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아직까지도 대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간의 의견차 뿐만 아니라 국내 부품산업 등과의 이해관계 등이 얽혀 있어서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그런만큼 더더욱 신속히 전향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대안 없이 일몰조치가 시작된다면 항공사들의 상황만 더욱 나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