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가치-ESG 다음은 공정·정의? 최태원이 샌델을 소환한 이유

=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의와 시장 그리고 좋은 사회'를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2014.12.4/뉴스1

사회적가치(SV),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또 한 번 사회와 경영계를 관통하는 화두를 던질까. 최 회장이 SK그룹 이천포럼 메인 연사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를 선택한 배경을 놓고 관심이 집중된다.

강의는 메인포럼 첫날인 내달 23일 오전 온라인 진행된다. 주제는 'Is fairness really fair?', '공정함은 정말 공정한가'로 해석된다. 샌델 교수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을 관통하는 주제다. 사회서 공정하다 여겨지는 요소들이 과연 공정하게 작용하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일방 소통형 강의가 아니다. SK그룹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100인을 선정, 샌델 교수와 직접 의견을 주고받기로 하고 '토론요원' 선발에 들어갔다. 공정에 관한 평소 생각을 적어낸 사람들 중 100인을 토론자로 선발해 온라인 토론에 직접 참여시킨다.

SK그룹은 샌델 교수에 앞서 '90년대생이 온다'의 작가 임홍택 씨 등과도 공정을 주제로 토론한다. 이른바 'MZ세대'로 대표되는 사회 '젊은 피'부터 60대 석학 샌델 교수까지, 제도와 공정에 대해 세대를 관통하는 토론을 해보겠다는 포석이다.

8월에 열리는 SK이천포럼은 10월 열리는 그룹 CEO세미나로 이어지는 SK그룹 경영 방향 설정의 첫 이정표다. 이천포럼에서 점검한 국내외 이슈를 바탕으로 최 회장이 다음 해 핵심 경영화두를 던지고 이를 CEO세미나를 통해 구체화 해 실행한다. 최 회장은 평소 이천포럼에 대해 "SK의 미래를 맛보는 참고서"라고 표현한다.


샌델 교수를 포함한 이번 포럼 커리큘럼도 SK그룹 사내교육 씽크탱크인 '써니(mySUNI)'가 마련하고 최 회장이 낙점했다. 최 회장이 2022년 경영방향 수립의 가장 기본에 공정과 정의를 둔 셈이다. 최 회장은 국내선 생소하던 사회적가치와 ESG 개념을 재계에 처음 제시했다. 이번엔 공정경제와 경제의 정의론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언제고 반복돼 왔지만 이번엔 파괴력이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 현장의 상식은 더이상 상식이 아니게 됐다. 연공서열을 중심에 둔 전통적 조직관리 기준은 힘을 잃었다. 새로운 평가와 조직운영 방식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과 정의로운 평가가 필요하다.

기업 운영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사회에 기여하는 '착한기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막연히 착하다는 개념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를 객관화할 수 있는게 공정이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경영이 정의다. 사회적가치와 ESG를 제대로 구현한 기업이 공정한 기업의 타이틀을 얻고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SK그룹 CEO들로서는 쉽지 않은 판이 벌어지는 셈이다. 최 회장은 각 계열사에 이사회를 중심으로 내년 세부경영지표를 '알아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오너가 뿌려주는 숙제가 아니다. 최 회장이 이천포럼을 통해 방향성을 밝히면 각자 계획을 짜야 한다. 여기에 고객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른바 '파이낸셜 스토리'도 더해야 한다.

SK그룹 관계자는 "탄소중립 같은 눈에 보이는 목표에 더해 최 회장이 던지는 화두까지 감안해 경영계획을 짜야 한다"며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이 막 시작되는 시점에 어려운 숙제를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