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융위원장 내정 고승범…가계부채·사모펀드 징계 등 과제 산적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명했다.(청와대 제공)2021.8.5/뉴스1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새로운 언젠다를 꺼내들기 보다는 금융혁신, 포용금융, 생산적 금융 등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기존 금융정책들의 성과를 마무리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발 등의 불' 가계부채 관리…코로나 금융지원 추가연장도 이슈가장 큰 해결과제는 가계부채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은 8~9%대에 달했다. 연간 목표치 달성을 위해선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을 3~4%대에서 방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시장에 과잉으로 풀린 돈이 부동산 등 자산가격을 끌어올렸다고 판단, 시중 유동성 관리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금융당국 내부에선 고 후보자가 이 문제를 풀 적임자란 평가가 나온다. 고 후보자가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론자)로 평가받아서다. 고 후보자는 지난달 1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 7명 가운데 유일하게 '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융안정론' 성향이 강한 고 후보자가 취임하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기조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코로나19 대출원금 만기 상환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 추가 연장 역시 당면 현안이다. 정부는 이미 이 조치를 두 차례 연기했지만, 최근 델타 변이가 기승을 부리는 등 코로나19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어서 정기권을 중심으로 추가 연장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선 재연장을 하더라도 이자상환 유예조치 만큼은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를 풀어내는 게 고 후보자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사태 수습…금융사 vs 빅테크 갈등 봉합도 과제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사모펀드 사태를 수습하는 것도 새 금융위원장의 과제다. 2019년부터 연이어 터진 주요국 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와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대형 사모펀드 사고들과 관련한 금융사와 CEO(최고경영자) 징계가 핵심인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결정한 일부 중징계에 대해 금융위가 아직 최종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빅테크와 금융사 간 대립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당장 오는 10월을 목표로 금융위가 추진 중인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플랫폼을 두고 빅테크와 은행 간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 금융 소비자가 은행, 보험 등 여러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고 금리가 낮은 곳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다. 모든 가계대출을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금융당국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빅테크 종속 우려', '수수료 부담' 등을 이유로 은행권 독자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금융위 내부에선 업계 이슈가 산적한 만큼 고 후보자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금융위 한 직원은 "고 후보자는 부드러운 리더십과 소통 능력으로 따르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금융전문가로서 주요 현안을 잘 관리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금융정책은 미시적인 느낌이 있는데, 고 후보자의 경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경험을 통해 거시경제도 섭렵해 균형잡힌 시각에서 정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걸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