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조정도 무산' 파국 치닫는 HMM 노사…"물류 대란 우려"

/사진=김훈남

HMM 육상노조가 사측의 새 임금 인상안을 거부하면서 파업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매주 평균 4~5척의 HMM 선박이 부산항을 들리는 가운데 파업시 물류대란과 함께 부산항 마비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무직 중심의 HMM 육상노조는 전날 사측의 새 임금 인상안을 찬반투표에 부쳐 반대 95%로 최종 부결했다. 앞서 사측은 노조 측에 임금 8% 인상안과 성과급 500%를 지급하는 최종안을 제시했다. 당초 사측이 제시한 임금 5.5%인상·성과급 200%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노조 측이 요구한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에는 미치지 못했다. HMM 육상노조는 전날 부결 이후 오후 6시부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3차 조정회의에서 사측과 마지막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결렬됐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HMM 육상노조는 합법적으로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선원 중심의 해상노조도 이날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한 뒤 주말동안 새 인상안을 투표에 부칠 예정이지만 가결 가능성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8일 진행된 1차 조정위도 양측의 입장 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HMM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된다. 현행법상 운항 중이거나 외국 항구에 있는 선박에서는 쟁의가 불가해 부산항에 도착하는 배들을 중심으로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HMM이 운영하는 선박은 총 100여척이다. 매주 4~5척이 부산항을 방문하는데 선박마다 파업에 나선다면 물류대란이 불가피하다. 선박들은 부산항을 주 단위로 들러 짐을 싣고 타국으로 이동한다. 만약 노조 측에서 하선을 거부하거나 출항을 하지 않을 경우 항구 자체가 정체되면서 병목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 파업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만약 항구에 배를 정박한 채 나가지 않는다면 부산항이 마비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HMM은 국내 선사 중 사실상 유일한 원양선사다. 대다수 국내 중소 선사는 아시아에 집중하지만 HMM의 경우 미국과 유럽 노선을 운영한다. 지난 7월 기준 HMM의 아시아~유럽 노선 시장점유율은 7%, 아시아~북미 노선 시장점유율은 6.8%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배가 부족해 HMM은 지난달부터 미주 노선의 임시선박을 최소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는 등 총 39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해왔다. 노선 점유율 7%인 HMM의 배가 멈추면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더욱 크게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치솟을 때로 오른 운임비가 파업 여파로 더 상승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경우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지난 13일 기준 4231.53포인트로 지난 5월 말(3432.5포인트) 대비 크게 올랐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매출이 올라도 높은 운임비로 인해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상황이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높은 운임비로 수출 비용이 오르다보니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파업시 수출 일정이 지연되거나 운임비 추가 상승이 있으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측은 이같은 파업을 방지하기 위해 끝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파업까지 가지 않고 노사 간 조율이 잘돼 원만하게 합의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