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어보니 매력이 너무 많다'…DMZ 소비방식이 달라졌다

경기도 파주시 제3 땅굴. /사진=뉴스1

'분단의 상징'으로만 여겨졌던 비무장지대(DMZ)에 대한 소비 패러다임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겨냥한 문화·관광자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며 기존 안보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도 MZ(밀레니얼+제트)세대를 겨냥한 여행·체험 상품을 선보인단 계획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날부터 오는 10월3일까지 DMZ의 역사적·지역적 맥락을 전시와 퍼포먼스 등을 통해 살펴보는 'DMZ 극장'을 진행한다. 사진과 오브제, 배우들의 퍼포먼스를 통해 기존 DMZ가 가진 서사의 확장을 시도하는 일종의 다원예술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동부전선에서 서부전선에 이르는 DMZ 13개 전망대를 각각 극장으로 삼아 접경지역의 일상과 탈북민 이야기, 지역 구전설화를 전하고 DMZ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의 스토리텔링을 통한 생태적 가치 등을 조망한다. 전쟁의 참상에 대한 시각적 관람 수준에 그쳤던 기존 전시와 달리 일반 대중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 주제의 참여형 전시로 만들었단 점에서 독특한 시도란 평가다.

'DMZ 극장' 전시장소에 놓인 오브제와 설치예술 작품들. DMZ 내 다양한 서사를 표현한다.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기획한 정연두 작가는 "DMZ는 막연하고 철저히 가려진 공간"이라며 "분단이나 역사적 아픔이 아니라 이 지역이 가진 스토리 자체를 들여다보려 했다"고 설명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 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DMZ의 풍부하고 역동적인 이야기를 예술적 실천으로 재해석하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라며 "새로운 문화적 생성지대로 DMZ의 의미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문화·관광업계에선 DMZ를 색다른 콘텐츠로 탈바꿈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생태·문화·역사 측면에서 다양한 가치를 내재하고 있지만 콘텐츠 부재, 홍보부족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단 지적에서다. 경기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방한 외국인 10명 중 7명이 DMZ 접경지역을 찾을 만큼 관심이 높지만, DMZ에 대한 첫 인상은 여전히 '전쟁', '지뢰' 등 안보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지자체에서도 DMZ 브랜드를 재정립하기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기존 안보관광 상품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로 운영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첨단기술·공연예술 분야와 접목한 신규 콘텐츠 발굴에 나섰다. DMZ가 가진 매력을 활용해 콘텐츠 확장성을 키우면 서울·제주 등 일부 지역에 편중된 관광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접경지역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단 판단이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뮤지컬 ‘원더티켓’ 시연회에서 주연을 맡은 가수 윤도현 등 뮤지컬 주역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는 최근 경기 파주시 자유의 다리에 멈춰 선 녹슨 기관차와 임진각 평화누리 바람의 언덕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 '원더티켓'을 선보였다. 최광일 총감독은 지난 17일 제작발표회에서 "DMZ 접경 지역이 안보의식 고취를 위해 존재했다면, 더 미래적으로 해석해 평화 관광지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 상황이 안정되면 2030 젊은 관광객을 겨냥한 상품을 개발해 신규 관광수요를 창출한단 계획이다. 문체부와 공사는 지난달 국내 여행사를 대상으로 색다른 테마의 체험형 관광상품 공모전을 진행했다. 현재 11개 신규상품을 최종 선정했는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 시점부터 시범상품을 운영에 나선단 방침이다.

김성훈 공사 한반도관광센터장은 "DMZ 관광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기존 안보나 생태 테마 외에 다양한 매력의 관광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DMZ와 접경지역 관광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