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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 가득한 방, 담배 냄새나는 복도…노인 더 아프게 하는건 따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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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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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백발의 고시촌(上)

[편집자주] 44만513명. 지난해 늘어난 65세 인구 숫자다. 한해 사이 의정부시(인구 46만여 명) 한 곳을 채울만큼 노인 인구가 늘었다. 노령인구 증가폭은 계속 커져 2028년에는 한 해 52만8412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년 뒤인 2025년엔 20%를 돌파해 국민 다섯 중 한 명은 노인인 사회가 된다. 이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한 때 청운의 꿈을 품은 젊은이들로 가득했던 고시원은 이제 늘어나는 노인을 수용하는 시설로 바뀌고 있다. 생산과 소비라는 자본주의의 미덕에 열위에 있는 저소득 노인은 1평 남짓 고시원에 사실상 격리돼 하루를 보낸다. 치솟아만 가는 아파트들 사이에서 그림자처럼 낡은 간판을 달고 들어서 있는 '실버 고시원'들이 한국사회의 미래를 경고한다.


'2평 방 안은 감옥 독방'…무덤 전 마지막 집은 고시촌


6일 밤 서울 관악구의 고시원 풍경(왼쪽)과 공용 화장실(오른쪽). / 사진 = 오진영 기자
6일 밤 서울 관악구의 고시원 풍경(왼쪽)과 공용 화장실(오른쪽). / 사진 = 오진영 기자
여름의 잔열을 식히는 비가 세차게 내리던 지난 6일 저녁, 관악구의 한 전철역 앞 대로변에 위치한 'ㅇㅇ 리빙텔'을 찾았다. 1층 출입문 왼편에는 고시원의 세련된 영어 이름만큼이나 기대를 품게하는 '풀옵션 원룸형 고시텔'이라는 글자가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오른편 지하 계단 앞에 놓인 '△△ 노래방(지하 1층)' 간판을 뒤로 한 채 2층으로 올라가니 고시텔 입구가 보였다.

현관에 들어서자 어지럽게 놓인 신발들이 가장 먼저 보였다. '퇴실시 10일 전에 미리 말해달라'는 안내문에 눈이 머물자 직원이 말했다.

"고시원 이웃에게 돈을 빌렸다 갚을 돈이 없거나, 월세를 낼 돈이 부족한 사람들이 말 없이 방을 비우는 경우가 있어서 붙여놨어요."

층마다 놓인 쓰레기통에는 빈 소주병과 맥주캔이 가득했다. 부러진 목발과 반깁스도 놓여 있었다. '실내 흡연 금지' 안내문에도 복도는 담배 냄새에 절어있었다.

이곳은 한 층에 15개실, 총 30개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2층은 여성, 3층은 남성이 기거한다. 양쪽으로 늘어선 문들 사이로 난 복도는 성인 남성이 허리에 양손을 올려야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한 층에 한 곳씩 있었다. 3층이 만실이라면 투숙객 15명이 하나의 화장실을 사용하는 셈이다.

고시원 복도 쪽으로 난 창을 통해 불빛이 새어나오는 방은 2곳이었다. 하지만 정작 인기척은 고시원 안 주방 쪽에서 느껴졌다. 컵라면에 온수를 붓는 한 남성의 머리칼이 꽤 희끗했다. 그는 "말 걸지 말라"며 화를 내며 방으로 들어갔다.

식탁 위엔 막걸리 한 병이 놓여있었다. 또 다른 거주자 윤모씨(68)의 저녁이었다. 등산복 바지 안에 내복 상의를 욱여넣어 입은 윤씨는 "혼자 사는 것이 힘들다"며 연신 술잔을 기울였다.

직원이 미리 안내해준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창문이 없어 빛 한 줄기 들지 않았지만 에어컨이 없다보니 바깥의 습한 공기는 이불, 벽지 등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잠을 청하려고 누웠지만 옆 방 사람의 숨소리와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려 쉬이 눈을 감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기침 소리의 주인공이 사과를 했다. "잠을 못 잤다니 미안하다"며 멋쩍게 웃는 김모씨(67)의 입 안은 치아가 보이지 않고 텅 비어있었다.

이 고시원에는 노인들이 산다. 고시학원 밀집지역과 가까워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이들이 살았을 이 곳엔 돈 없고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메우고 있었다. 인근 24평 아파트 매매가가 12억원을 상회하고 7개 구역에서 재개발이 한창인 관악구에서, 고시원은 가난한 노인들을 품고 있는 외딴 섬이 됐다.

■ 고시원=노인원… 돈 없고 갈 곳 없는 노인들의 외딴 섬

/사진 = 이승현 디자인기자
/사진 = 이승현 디자인기자
고시원은 이제 '노인원'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간한 '서울시 고시원 보고서-거처 상태 및 거주 가구실태조사(이하 고시원 보고서)'에 따르면 고시원 거주자 중 50~59세가 20.7%, 60세 이상이 21.1%였다. 전체 고시원 거주자 중 절반 가량인 41.8%가 50세 이상이라는 말이다.

머니투데이가 이달 6~8일 머무르며 먹고 자고 생활했던 ㅇㅇ 리빙텔 운영자 역시 "노인분들이 많으면 대학생들이 잘 안 들어온다"며 "노인분들을 하나둘 받다 보니 어느새 고시원이 노인으로 꽉 찼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고시원은 이 리빙텔처럼 대학가·번화가에 위치해 있다. 고시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공부와 취침을 동시해 해결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시내 5663곳의 고시원 중 서울대가 위치한 관악구가 938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작구 507개, 강남구 397개, 동대문구 337개, 영등포구 303개, 성북구 293개, 서대문구 251개 순이었다.

다만 대학이나 학원가가 많지 않은 종로구(187개), 중랑구(140개), 구로구(168개), 금천구(179개) 등에서도 다수의 고시원들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노인 등 저소득층이 이들의 주 고객이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시원의 공급·운영관리 실태와 향후 정책 방향(2018)'에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고시 준비생이 아닌 일반 저소득층들이 고시원으로 대거 유입됐다"며 "소득이 일정치 않은 불안정 노동자에서부터 고령자, 대학생 등 단신 가구, 수급자 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에게 고시원은 보증금 없이도 월세만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값싼 공간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의 한 기숙사. 창문이 있는 '특실'이지만 햇볕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7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의 한 기숙사. 창문이 있는 '특실'이지만 햇볕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최근들어 노년 인구가 늘고 이들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적 취약계층이 되며 고시원에 거주하는 이들의 연령대도 높아졌다.

노인들이 고시원에 머무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보증금 없이 월 25만~40만원에 서울 한복판에서 숙소를 구할 수 있다는 점 △무료급식소나 지원단체가 많은 도심에 위치한다는 점 △기초생필품과 식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고시원 내 식당 운영이 중단되면서 대부분 고시원은 제공 식사를 도시락으로 바꿨다. 도시락은 밥과 김치가 전부인 단출한 식단이다.

고시원 방의 평균면적은 7.2㎡(2.18평)에 불과하다. 비좁지만 고시원에서 만난 노인들은 고시원을 떠날 수 없다. 서울 한복판에서 월 30만원에 노인을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무역업체를 운영하다 사업에 실패해 10년째 홀로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정모씨(67)는 매달 70만원이 조금 넘는 기초생활수급비가 생활비의 전부다. 노후에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월 최소 생활비 116만6000원(국민연금연구원, 2020년)에 턱없이 못 미친다. 창문 없는 방의 월 입장료 33만원을 내면 정씨의 손에는 40만원 정도가 남는다.

"가끔 술 한 잔 하거나 담배 한 개피라도 피고 나면 말일에 동전 몇 개 남을 때도 있어. 당연히 생활비는 부족하지만 이마저라도 없으면 내일모레 굶어죽어도 이상하지 않지."

애써 지으려 노력하는 김씨의 미소가 써 보였다.




"나는 돌연변이, 쓰레기봉투에 짐을 챙겨 고시원을 떠돈다"




8일 저녁 8시쯤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 사는 김모씨의 방안. 수납장 한켠에 약이 수두룩하다. /사진=김성진 기자.
8일 저녁 8시쯤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 사는 김모씨의 방안. 수납장 한켠에 약이 수두룩하다. /사진=김성진 기자.
수납장 문을 여니 약이 한가득이었다. 뇌졸중약부터 피부 연고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김모씨(64·남)는 "탈모 때문에 아까 피부과에 다녀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단번에 임산부처럼 부푼 배가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다낭신(신장 질환)을 앓고 있다. 사망 위험이 높다고 알려진 유전질환이다. 이곳은 병실이 아닌, 머니투데이가 7일 찾은 서울 관악구의 고시원 ㅇㅇ리빙텔의 한 방이었다.

고시촌이 백발로 물들었다.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고시원을 떠난 청년들의 빈자리는 노인들이 채웠다. 김씨도 그중 한명이다. 그의 삶을 1인칭 시점으로 각색했다.


■ 기초수급비로 살 곳은,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고시원밖에 없었다

8일 밤 9시쯤 취재진과 대화를 마친 김씨가 늦은 식사를 위해 고시원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물음에 김씨는 "뒷모습을 찍어주세요"라 말했다. /사진=김성진 기자.
8일 밤 9시쯤 취재진과 대화를 마친 김씨가 늦은 식사를 위해 고시원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물음에 김씨는 "뒷모습을 찍어주세요"라 말했다. /사진=김성진 기자.

벌써 홀로 고시원을 전전한 지 6년째다. 창문 하나 없고 고개 돌리면 코끝에 벽이 닿는 좁은 방이지만 그래도 깔끔해서 살만하다. 지난해 8월 이곳으로 옮기기 전 살았던 고시원은 셀 수 없이 많은 진드기 때문에 간지러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때에 비하면야. 이곳으로 옮길 때 짐은 단출했다. 옷은 외투 5벌과 속옷 몇 점 정도였다. 가방도 없다. 반찬통 몇 개와 약 더미, 짐을 50L 쓰레기봉투 한 장에 욱여넣고 왔다.

이곳의 월세는 28만원이다. 고시촌에 들어오기 전엔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와 관리비까지 합쳐 47만원짜리 방에 살았다. 그래도 거긴 창문은 있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주거급여, 생계급여를 다 합쳐 82만원으로 생활을 꾸리기 빠듯하다보니 급한 맘에 찾은 게 고시원이었다.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었다. 어릴 적엔 가족과 함께 살았다. 1957년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태어나 10남매 중 막내로, 귀여움 받으며 컸다. 형, 누나 모두 논일에 힘을 쓰는데 나는 일이 적은 편이었다. 막내니까.

스무살이 되던 1976년 서울로 올라왔다. 첫 직장은 구로구 가리봉동의 가방공장이었다. 월급이 8400원인데 공장은 식비로 매달 5000원씩 뺏어갔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3달 만에 가죽공장으로 직장을 옮겼다. 프레스기로 가죽을 잘랐는데, 당시 많이들 손가락이 잘렸다. 그러다가 굴착기 자격증을 따고 30년 가까이 굴착기 몰았다. 초창기 월급은 17만원이었는데, 공장보다야 낫다는 생각으로 견뎠다.

삶이 바뀐 건 34살 다낭신 판정을 받으면서였다. 신장에 물혹이 생기는 만성질환이다. 치료 약이 없어 완치가 불가능하다. 더욱 낙담한 건 다낭신이 '유전 질환'이란 점이었다. 결혼한다면 자녀도 다낭신을 앓을 터였다. '돌연변이'로 혼자 살다 죽자, 했다. 어차피 결혼할 돈도 없었다.

2014년엔 갑작스런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이 때 땅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바람에 왼쪽과 오른쪽 눈이 서로 달리 보이는 '복시'가 왔다. 어지러움을 견딜 수 없었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한쪽 눈을 멀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안경을 받아 왼쪽 눈에 빛이 통하지 않는 렌즈를 꼈다. 지금도 왼쪽 눈 앞을 손으로 가려야 더 잘 보인다.
김씨가 사는 서울 관악구 고시원 방의 전경./사진=김성진 기자.
김씨가 사는 서울 관악구 고시원 방의 전경./사진=김성진 기자.
이런 내가 고시원에 오자 고시원장부터 걱정하고 나섰다. 고시원장은 사회복지사에게 전화해 '이분이 여기서 지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가족이 인계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 사회복지사는 1년에 한두번 연락한다. 죽었나 안 죽었나 확인하는 용도려니 생각한다.

더 아픈 건 외로움이다. 내가 피하기도 했지만 결국 연락을 먼저 끊은 건 지인들이었다. 작년엔 20년 동안 알아 온 직장 동료 김씨에게 연락했는데 반가운 눈치가 아니었다. 통화는 했지만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더는 연락을 안했다. 그가 정상이다.

가족과 연락도 끊겼다. 몇년 전까진 설, 추석에 오라고 전화하더니 요새는 전화도 안 온다. 이번 추석도 별 계획없이 혼자 지낸다. 누군가 찾아온다고 해도 미안할뿐이다.

내게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내 몸 하나 건사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이다. 밥 해먹을 수 있고, 샤워실과 화장실도 있고, 환기도 잘 되는 그런 집.





치솟는 집값·임대료…돈 없는 노인들의 종착지 '고시촌'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값싼 고시원에 기거하는 노인들은 우리나라 노인 빈곤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은 노인 인구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며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뒀다. 이와 함께 고령층 빈곤율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발간한 '서울시 고시원 보고서-거처 상태 및 거주 가구실태조사'에 따르면 관내 고시원에 사는 15만5379가구 중 46.6%는 고시원에 살기로 선택한 주요 이유로 '저렴한 임대료'를 꼽았다.

돈에 우선순위를 두는 성향을 연령이 높아질수록 커졌다. 해당 질문에 '저렴한 임대료'를 택한 30세 미만은 13.8%밖에 없었던 반면 △30~39세 29.4% △40~49세 53.1% △50~59세 67.6% △60세 이상 82.5% 등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모아놓은 돈도, 벌 수 있는 돈도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고시원을 택한다는 의미다.


진드기 가득한 방, 담배 냄새나는 복도…노인 더 아프게 하는건 따로있다


대부분 노인들은 퇴직 이후 연금으로 다달이 생활을 꾸려간다. 그러나 연금 수령 비율이 낮을뿐더러, 설사 받더라도 금액이 충분치않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55~79세 고령층 1476만6000명 가운데 연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고령층은 절반 정도인 약 762만2000명에 달했다. 대표적인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전 국민에게 적용된 시기가 1999년 4월부터인 만큼 현재의 고령층이 적용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다.

진드기 가득한 방, 담배 냄새나는 복도…노인 더 아프게 하는건 따로있다
연금을 받더라도 빈곤에서 벗어나긴 힘들다. 국민연금의 51~60세 가입자 가운데 월 130만원 이상 연금 수급이 가능한 경우는 8.41%에 불과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3.4%에 그쳤다. 사적연금과 공적연금을 모두 합해도 은퇴 전 평균 소득의 절반에 못미쳤다. 반면 미국 등 'G5(주요5개국) 국가는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평균 69.6% 수준이었다.

생계가 막막한 노인들이 편하게 몸을 누이기에 서울의 월세는 높기만 하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지난해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매물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원룸 평균 월세는 51만원, 투·스리룸(전용면적 60㎡ 이하) 평균 월세는 91만원에 달했다.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에 살 수 있는 노인도 극히 일부다. 서울시 안에서는 노인 인구의 9% 정도가 임대주택이나 공공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자체가 충분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소득환산과정에서 부양의무자들의 재산이 함께 계산돼 입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인들은 주거지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주거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월세가 싼 고시촌으로 내몰린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고시원 수는 2019년 기준 1만1605개로 이 중 서울에 있는 곳이 5663개에 이른다. 한달에 적게는 20만~30만원으로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고시원은, 모아둔 돈이 없는 노인들의 '최종 종착지'다.

열악한 주거 환경은 또다른 문제를 유발한다. 편하게 발 뻗기 힘든 좁은 방, 소음에 취약한 얇은 벽, 공용으로 사용하는 화장실과 주방이 있는 고시원은 노인들을 우울증, 고독사, 극단적 선택, 감염병 등에 취약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고시원이 노인들이 살기에는 부적합한 공간이라고 지적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고시원도 시설이 천차만별이지만 저렴한 곳을 찾는 노인들이 거주하는 곳은 특히 시설이 좋지 않다. 그런 곳은 환기가 안 되고 햇빛이 안 드는 경우가 많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부엌과 화장실을 공용으로 쓰다보니 균형잡힌 식사를 하기도 어렵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피하기도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시원에 혼자 거주하는 노인들은 대부분 가족이 없거나 버림받은 사람들이라 아파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며 "스스로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느껴서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거나 돌연사, 고독사해 방치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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