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15% 인하 검토...물가 0.24%p 내린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기름값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유류세 인하로 국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다음달 유류세를 15%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이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를 0.24%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류세 인하가 "물가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이달 기준 3%에 이를 전망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인 2% 수준으로 끌어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23일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6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류세 인하는 시행령 개정과 국무회의 의결, 공포 등 절차에 비춰볼 때 이르면 11월 초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류세 인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물가안정 대책으로 급부상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류세가 인하되면 물가상승률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냐"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유류세를 어느 정도 인하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물가 안정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유류세를 15% 인하할 경우 소비자물가를 0.24%포인트 낮출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이런 효과에도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6개월째 2%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가 목표치 달성을 위해선 단순 계산만으로도 남은 10·11·12월 물가 상승률이 각각 2% 이하를 기록해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낮다.



설상가상으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2월(3.1%) 이후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3%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농축산물 등 가격 상승세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정부의 통신비 지원효과에 따른 기저효과로만 전체 물가를 약 0.7%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유류세 인하 대책이 물가상승 압력을 누르는 데 효과는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가격 부담을 낮추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지원 효과가 유류 소비계층이나 고소득층에 몰릴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에너지세제 현황과 쟁점별 효과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정부가 유류세를 15% 낮췄을 당시 소득 1분위(하위 10%) 가구는 세금 부담이 연평균 1만5000원 감소한 데 반해, 소득 10분위(상위 10%) 가구에서는 세금 부담이 15만9000원 줄었다.

일각에선 유류세 환급, 에너지 바우처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지만 정부가 이를 물가 대책으로 내놓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류세 환급제도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세법(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는 에너지바우처의 지원금액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필수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