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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만해 나 무서워, 이러다 다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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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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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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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글로벌 반도체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에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글로벌 반도체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에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그땐 몰랐다. 트럼프보다 바이든이 더할 줄."

미국 백악관이 삼성전자 (72,300원 상승1400 -1.9%)를 비롯해 전 세계 반도체업체에 민감한 영업기밀을 제출하라고 으름장을 놓은 데 대해 나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고 이성적인 대통령이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뒤통수를 맞았다.

지난 9월23일 백악관이 호출한 회의가 끝났을 때만 해도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기업에 반도체 재고를 파악하기 위해 정보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반응은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에 시달린 미국이 조금 '오버'한다는 정도였다.

다음날 백악관이 기업에 요구한 내용이 미국 상무부 관보를 통해 공개되자 다들 경악했다. 단순히 반도체 수급 현황을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주요 고객사와 고객사별 매출 비중, 반도체 기술 단계 같은 사실상 기밀까지 제출하라는 요구였기 때문이다.

최다 판매제품의 생산소요 기간이나 투자계획 등 기술유출 가능성과 전략 노출 우려가 큰 정보까지 제출 목록에 포함됐다. 백악관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전세계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정보 제출 요구도 수용하기 어렵지만 고객 정보를 넘기라는 요구가 더 난감하다. 저잣거리에서도 누가 무엇을 얼마나 사갔나를 함구하는 것은 장사의 기본이다. 거래의 신뢰가 여기에서 쌓인다.

국제무대에서는 고객사와 비밀유지 계약도 한다. 이를테면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한 반도체가 무엇인지 유출되면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에 경쟁사에 성능이 노출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백악관이 겉으로는 반도체 수급 조율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를 강조하지만 속내는 중국 견제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반도체는 21세기 편자의 못"이라는 말로 반도체 패권 확보를 강조했다.

바이든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첨단기술에서 우위를 장악한 국가가 경제패권과 군사패권을 쥔다는 것은 상식이다. 요새 뜨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슈퍼컴퓨터는 민간과 군이 모두 사용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누가 더 고성능 칩을 쓰느냐에 따라 스텔스 전투기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격차가 벌어진다.

문제는 어느 국가도 반도체를 홀로 만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글로벌 분업구조가 가장 복잡한 제품이다. 설계부터 원재료, 설비, 제조, 패키징까지 칩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넘는 국경이 수십개다.

미국이 반도체 동맹론을 내세우면서 분업구조의 판을 바꾸겠다고 나선 결과가 모두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기업의 기밀은 한번 새나가면 끝이다. 미국이 무리수를 동원할 만큼 반도체는 경제, 안보, 국력의 핵심자산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어둠 속에 끝모를 살육전이 벌어질 때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제발 그만해. 나 무서워. 이러다 다 죽어."

드라마에서는 노인의 이런 솔직한(?) 외침으로 아수라장이 끝났다. 미국이 제시한 정보제출 시한은 11월8일이다. 이제 열흘밖에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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