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전설, 띠동갑 후배에게 때늦은 '폭언' 사과... 이유도 '황당'

무명의 아티스트가 로멜루 루카쿠(왼쪽)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충돌을 벽화로 남겼다./AFPBBNews=뉴스1

스웨덴 축구의 '전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40·AC 밀란)가 '띠동갑' 후배였던 로멜루 루카쿠(28·첼시)에게 약 10개월 전 내뱉은 폭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때늦은 사과도 문제지만, 이유는 더 황당했다.

이탈리아 축구 매체 풋볼 이탈리아는 1일(한국시간) "즐라탄은 루카쿠와 곧 경기장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과거 맨유에서 함께 뛰었던(2017~2018시즌) 두 선후배가 틀어진 계기는 지난 1월 27일 이탈리아 밀라노 쥐세페 메아차 경기장에서 벌어진 사건 때문이었다. 당시 밀란 소속이던 즐라탄과 인테르 소속이던 루카쿠는 코파 이탈리아 8강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재회했다.

치열한 밀라노 더비인 만큼 경기 내내 신경전이 이어졌고 그러다 전반전 종료 직후 사건이 터졌다. 즐라탄은 루카쿠를 향해 "부두(Voodoo)나 해라"라고 민감한 발언을 했다. 부두교는 아이티에서 퍼져 미국,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믿는 신앙으로 인종차별적으로도 보일 수 있다.

여기에 루카쿠의 어머니가 부두교를 믿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시에 가족을 건드린 셈이 됐다. 자연스레 루카쿠는 험한 욕설과 함께 폭발했고 두 사람은 모두 경고를 받았다. 이후 즐라탄의 인종차별 혐의는 무혐의 처리되고, 두 사람이 벌금을 내는 선에서 징계가 마무리됐다.


그로부터 약 10개월 뒤인 이날 즐라탄은 자신의 행동이 불우했던 가정사에서 비롯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스웨덴 말뫼의 빈민가에서 자라 축구선수로 대성한 자수성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AC 밀란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왼쪽 위)가 지난 1월 27일 열린 2020~2021 세리에 A 인테르와 경기에서 전반 종료 후 로멜루 루카쿠(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언쟁을 펼치고 있다./AFPBBNews=뉴스1

즐라탄은 "루카쿠는 자존감이 높다. 자신을 챔피언이고 정말 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말뫼의 빈민가에서 자랐고 누가 내게 머리를 밀고 들어오면 맞받아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난 그래서 '어머니의 종교 의식(부두교 발언)'이란 말로 루카쿠를 건드렸다. 그러자 그는 자제력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설전 이후 상황은 즐라탄에게 안 좋게 돌아갔다. 후반전에서 즐라탄은 퇴장당했고 밀란은 졌다. 그리고 즐라탄은 부상에 시달렸다.

황당한 것은 즐라탄은 이후 상황을 모두 루카쿠의 발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즐라탄은 "나는 여전히 끔찍한 의심이 든다. 팀은 지고 난 부상을 당하는 등 안 좋은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루카쿠가 그때 한 말이 정말 내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믿을 만한 친구들에게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도 이 문제를 수습해야 한다. 루카쿠와 경기장에서 곧 만나기를 바란다. 이 문제는 경기장에서 해결해야 한다. 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하물며 루카쿠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재회를 희망했다.

하지만 당분간 즐라탄의 희망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밀란에 속한 즐라탄이 첼시에 있는 루카쿠를 만날 방법은 오직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나는 것뿐이다. 현재 조별리그 5경기가 치러진 현재 루카쿠의 첼시는 H조 1위(승점 12점)를 달리고 있지만, 밀란은 B조 2위 포르투(승점 5점)와 승점 1점 차 4위(4점)에 머물러 있어 16강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