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 나라와 러시아 압박하려는 美…직전 미·러 정상회담 성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7일 화상회담을 가진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부패 및 인권을 탄압하는 외국 정부 당국자와 관련자를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제재가 될 것으로 전망돼 미·러 정상 간 만남의 분위기가 주목된다.

지난 6월16일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7일 푸틴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문제 등을 주요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추가 침공을 우려하고 있다. 현지언론은 미국 정보기관이 빠르면 내년 초 러시아가 17만5000명 병력을 동원해 공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지난 6월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을 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시리아 문제, 수감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 등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전날 미국 정부는 부패 및 인권을 탄압하는 외국 정부 당국자와 관련자를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의 부패를 고발한 뒤 러시아 교도소에서 숨진 변호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마그니츠키법'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할 예정이다.

마그니츠키법은 미국 내 자산의 동결과 해외 금융 및 부동산 거래 차단을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에 의해 자말 카슈크지를 살해한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자들과 미얀마와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부패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 범죄자,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불법으로 광산과 석유를 거래한 이스라엘 기업인 등이 제재를 받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 직후인 9~10일에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미국 정부는 100여 개 참가국에 국제 마그니츠키 제재 동참을 촉구할 방침이다.

한 고위당국자는 WSJ에 "미국 정부가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국제 마그니츠키 제재를 조율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전했다. 여기엔 언론의 자유 보장, 공정한 선거 보장, 부패와의 전쟁, 여성과 소수인종의 정치활동 권장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전 세계 민주주의 부활을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을 확산하기 위한 중요 수단이라고 강조해 왔다. 미 정부도 해당 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다른 국가들과의 행동을 조율하는 게 우선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WSJ에 "앞으로 몇 주간 재무부가 부패, 압제, 조직범죄, 심각한 인권침해 등을 포함해 전 세계의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한 악의적 활동을 한 개인을 지목하는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새로운 제재 대상이 될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나 그간 미 의원들과 활동가들은 러시아 중앙 간부들, 중국 공산당 간부와 인권 침해 관련자들에 대한 정부 제재를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