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부활' 꺼내든 이재명…"기회 확대"vs"일본처럼 될 수도"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이세연 기자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 참석해 '청년살롱 이재명의 경제이야기' 경제정책 기조와 철학을 주제로 자유토론을 하고 있다. 2021.12.7/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사법시험 부활을 공론화했다. 현행 로스쿨 제도를 유지하되 사법시험을 일부 부활시켜 '계층 사다리'를 다시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10년 넘게 정착시켜 온 법조인 양성 제도를 흔드는 발언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후보는 최근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5급 공무원 공채시험을 없애지 말아달라'는 메시지에 답하며 "사법시험도 일부 부활했으면 좋겠다. 로스쿨은 두고 일부만 사법시험을 해서 중·고등학교를 못 나온 사람도 실력이 있으면 변호사 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과거에도 "가난한 이들의 유일한 계층이동의 기회 사시 존치를 요구한다"며 사법시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성공 사다리' 사법시험, 고시낭인 폐해 등으로 2017년 사라져

사법시험은 학벌이나 재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고졸 출신 법조인이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소년공 출신 이 후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제한없이 기회가 주어지면서 수십년간 사법시험에만 응시하다 사회에 진출하지 못하는 고시낭인이 대거 생겨났다. 판례 암기 위주의 단일시험으로 법조인을 선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결국 2007년 국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사법시험 폐지를 전제로 전국 25개 대학에서 법과대학을 폐지하고 로스쿨을 설치했다. 이후 2009년 본격 시행된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이 병행되다 2017년 마지막 시험을 끝으로 사법시험은 완전 폐지됐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가 정착하면서 또다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로스쿨 진학을 위해 대학을 필수로 졸업해야 하고 출신 학교에 따라 입사할 수 있는 로펌이 달라지는 등 학벌주의만 공고해졌다. 이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법조인 양성이라는 도입 취지는 사라지고 법조 진입 장벽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학비도 만만치 않아 기득권 자녀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오명까지 생겨났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고시 낭인이 사법시험 폐지의 대표적 이유였는데 지금 변호사시험에 떨어진 변시 낭인이 다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로스쿨 도입 취지는 좋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졸업 이후 로펌 입사나 임용 과정에서도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과거 동등한 자격을 가질 수 있었던 사법시험 부활 논의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시험 부활시 합격자 수 갈등·대학 교육 황폐화 재현될 것"

반면 사법시험이 폐지된지 4년이 지난 상황에서 부활 논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대선 국면에서 구체적 계획 없는 공약을 내놨다가 사회적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쌓아온 로스쿨 교육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사법시험 부활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원수인데 로스쿨과 병행한다면 사법시험으로 몇 명을 뽑을 것인지, 연수 기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현재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로도 매년 충돌하고 있다. 대한변협 등 변호사 협회는 실무교육 현실과 업계 경쟁 과열 등을 이유로 합격자 수 감축을 요구하는 반면 수험생들은 법조인 양성 확대라는 로스쿨 취지를 살려 합격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법조인을 배출하는 사법시험까지 도입할 경우 갈등이 더 심화할 수 있다.

로스쿨 제도를 유지한 채 사법시험을 일부 도입하면 일본처럼 로스쿨이 좌초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로스쿨을 나오지 않아도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사법시험 응시 자격이 생기는데, 매년 예비시험 출신의 사법시험 합격률이 가장 높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사법시험 일부를 부활하면 일본처럼 단일시험에 응시자가 몰려 로스쿨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10년 넘게 정착시켜 온 제도에 혼란을 주기보단 장학금을 늘리는 방식 등으로 제도 내에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25개 로스쿨이 소속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도 전날 성명서를 내고 "사법시험이 부활돼 로스쿨 제도와 병행한다면 전공을 불문하고 학부 학생들이 사법시험 준비에 매달려 대학 교육이 황폐하게 되는 폐해가 재현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취약계층 학생들은 특별전형·지방인재 선발제도를 갖춘 로스쿨 체제에 들어와 장학금 지원을 받으면서 공부하는 편이 훨씬 유리한데 사법시험을 부활시킨다면 수혜자는 취약계층이 아닌 극소수 명문대에서 가정의 지원을 받아 수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유복한 대학생들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