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VIP
통합검색

'로키', 멀티버스 투어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머니투데이
  • 영림(칼럼니스트) ize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1.12.09 11:14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사진제공=디즈니 플러스
사진제공=디즈니 플러스
“신이 약골이군(Puny god).”


영화 ‘어벤져스’에서 헐크가 로키를 바닥에 수십 번 패대기를 치고 정신을 쏙 빼놓고 이 대사를 내뱉었다. 헐크의 공격에 넋이 나간 로키의 얼굴, 괴력을 보여주고도 무심한 듯 이 대사를 뱉고 돌아선 헐크의 모습은 ‘어벤져스’에서 통쾌함과 웃음을 동시에 준 명장면이 됐다.


사실 로키는 이렇게 헐크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전까지 치밀한 전략가였고 마치 타인을 지배하기 위해 태어난 듯 빌런(villain)으로서의 묵직한 존재감을 뽐냈다. 실제로 로키는 어벤져스를 내부에서 분열시켰고 혈혈단신으로 쉴드를 궤멸 직전까지 몰아넣기까지 했다. 잊지 말자. 블랙위도우의 말에 따르면 로키는 지구에 오자마자 약 이틀 동안 80명을 죽인 전적이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6년 뒤인 2018년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의 손에 잡혀 생명의 불꽃이 꺼져가던 로키를 보며 통쾌함을 느끼거나 미소를 지은 관객은 없었다. ‘토르 3부작’을 거치며 우리가 로키라는 캐릭터에게 얼마나 스며들었는지 보여준다.


이렇게 로키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다시 볼 일이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마블은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로키’ 제작을 발표했다.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입은 막히고 손발이 결박된 상태에서 테서렉트를 날름 가로채 사라지는 로키의 모습은 또 다른 서사의 시작을 알린 순간이었다.


사진제공=디즈니 플러스
사진제공=디즈니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 ‘로키’는 바로 이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고비 사막에 뚝 떨어진 로키의 모습은 ‘아이언맨1’에서 마크-1 수트를 입고 테러리스트의 손에 탈출했던 토니 스타크와 겹쳐 보여 더욱 반갑다.


하지만 곧바로 드라마 ‘로키’는 주인공 로키를 홀대(?)하기 시작한다. 사막에 떨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신성한 타임라인을 관리하는 TVA 요원들과 마주치면서 강력한 한 방을 맞는다. 드라마 속 로키가 ‘토르:다크월드’, ‘토르:라그나로크’ 속 로키가 아닌 그 잔인했던 ‘어벤져스’의 로키임을 생각해 보면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붙잡힌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이처럼 드라마 ‘로키’는 초반부터 로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면서 시청자들의 기도 납작하게 눌러준다. 이제 드라마에서 만나는 로키는 카리스마 빌런도, 토르의 동생도 아닌 신성한 타임라인에서 벗어난 ‘변종’에 불과한 존재임을 각인시킨다. 살아있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존재가 된 것이다.


이렇게 로키의 가치를 평가절하 시켜놓은 뒤 드라마는 TVA의 모비우스 요원을 등장시켜 로키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TVA가 그토록 막으려는 분기점을 만들어 내는 또 다른 로키의 존재를 막기 위해서다.


이제 로키는 TVA 내에선 마법도 쓸 수 없고 TVA 요원들의 장비에도 밀리는 신세다. 그럼에도 그의 교활함은 여전하고 계속 머리를 써서 상황을 타개해 간다. 아스가르드 신으로서의 자존심도 여전히 꼿꼿하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로 인해 그동안 우리가 본 로키의 매력이 사슴뿔을 닮은 그의 투구나 마인드 스톤을 박아 넣은 그의 창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로키’의 주요 소재가 지나치게 거대한 나머지 시청자들이 마음 편히 드라마를 봐선 안 된다는 점은 이 작품의 유일하지만 너무 큰 단점으로 다가온다.


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먼저 이 작품은 지난 10년간의 인피니티 사가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TVA라는 기관을 등장시켜 ‘어벤져스가 시간 여행을 해 타노스를 물리치는 것은 예정된 역사’라고 못 박는다. 이 말은 즉 캡틴 아메리카가 은퇴하는 것, 아이언맨이 핑거스냅으로 사망하는 것까지 타임키퍼가 정한 ‘신성한 타임라인’ 내에서 당연히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라는 의미다. 우리가 직접 경험하고 지켜봐온 모든 이야기들이 타임키퍼가 정해놓은 것이라는 개념을 들으니 토니 스타크의 사망에 흘린 내 눈물을 돌려달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멀티버스’라는 개념에 푹 빠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 ‘로키’는 그 놈의 ‘멀티버스’는 무엇이며 왜 소니 픽쳐스의 베놈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넘어올 수 있었는지 납득할 수 있는 좋은 지침서임엔 틀림없다.


이에 더해 드라마 ‘로키’는 알려진 대로 다양한 세계의 로키를 보여주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멀티버스와 타임라인 이야기로 머리가 아파올 때쯤 등장하는 또 다른 세계의 로키들은 ‘멀티버스도 좋은 점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단독 세계 1위 바이오 암젠, 한미약품 항암신약 견제 나섰다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2022 대선 후보 통합 지지율 지표
부꾸미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